북핵협상 무용론을 반박함

김근식 / / 기사승인 : 2013-11-24 16: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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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식 경남대 교수
▲ 김근식 경남대 교수
6자회담 재개를 놓고 각국이 물밑에서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 사회 일각에는 북핵 협상 무용론 즉 6자회담 무용론이 적잖이 퍼져 있다. 회담을 해서 과연 북이 핵을 포기하겠는가라는 근본적 회의에서부터 합의해놓고도 약속을 뒤집는 북한을 어떻게 믿느냐까지 협상 자체에 대한 불신이 광범위하다.

6자회담이 북핵문제의 만병통치약이 될 수는 없다. 그러나 북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고자 한다면 결국 협상밖에 없음도 분명 인정해야 한다. 미국이 원하는 비핵화와 북한이 원하는 관계정상화 모두 결국은 협상을 통해 주고받기식으로 교환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평화적 해결이 가능하다.

북핵문제 해결은 거칠게 3가지 방식이 가능하다. 첫째는 상호 거래 방식이다. 서로가 원하는 바를 흥정을 통해 주고 받는 것이다. 팔려는 측과 사려는 측의 가격이 맞아야 흥정이 가능하다. 지금까지 6자회담을 통해 협상으로 북미간 상호 요구 사항을 타결하는 것이 바로 이 흥정의 일환이다. 북이 필요로 하는 것과 미국 등이 필요로 하는 것을 적절한 선에서 타협하고 서로 거래함으로써 문제를 푸는 방식이다. 즉 시장에서 거래가 이뤄지듯이 협상장에서 북미가 핵무기의 가격을 놓고 거래가 이뤄짐으로써 북한의 핵무기를 처분하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어려운 점은 핵무기의 가격이 공정하게 매겨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시장에서 형성된 공시가가 있는 것도 아니고 북은 되도록 비싸게 부르고 미국은 가능한 한 싸게 사려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6자회담이나 북미협상이 우여곡절을 겪으며 난항을 거듭하는 것도 바로 이 거래의 어려움 때문이다. 그러나 흥정에 의한 거래 방식은 북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협상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유효함을 갖는다.

두 번째는 북한이 스스로 핵무기를 내놓도록 압박하는 방식이다. 즉 여러 가지 방식을 통해 북한이 도저히 핵무기를 갖는 것을 감당하지 못하게 만들어도 되고 아니면 겁을 주거나 협박을 해서 북이 핵무기를 내놓는 것이 갖고 있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하게 하는 방식이다.

핵무기를 가진 북한에게 각종 다양한 제재를 가함으로써 이로 인한 불이익을 감당하지 못하고 북이 억지로 핵무기를 내놓은 방식이거나 핵무기를 가질 경우 북이 감수해야 할 위험이 매우 크고 치명적임을 인식시켜 북한 스스로 내놓게 하는 방식이다. 제재와 압박을 통한 해결 방식이 이것이다.

그러나 북이 제재의 고통을 감내할 만하고 제재로 인한 북한의 피해가 견딜만한 것일 경우 그리고 북에 대한 압박이 실제 북에게 먹히지 않을 경우 이 방식 자체만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힘들다. 실제로 북한은 오랫동안의 고립과 제재에 익숙한 체제여서 어지간한 제재로는 소기의 효과를 달성하기 힘들다는 게 정설이다.

또 북중관계가 아직은 중국이 북을 포기할 정도가 아니어서 전면적 제재의 실효성을 기대하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전쟁까지를 포함한 군사적 옵션을 사용할 것이라며 북을 한껏 겁박하는 것도 이미 한반도의 국제정치적 현실이나 대한민국의 정책범위를 감안할 때 군사적 수단을 섣불리 사용하지 못할 것임은 북이 더 잘 알고 있어서 통하기 힘들다.

세 번째는 북한에게서 강제로 핵무기를 뺏어내는 방식이다.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해 직접 후세인을 제거하는 방식이다. 북한에 들어가 북이 갖고 있는 핵무기를 제거하거나 핵무기를 보유하려는 북한 지도자를 축출하는 것인데 이는 곧 전쟁을 감수한 군사행동을 의미한다.

그러나 직접 군사력을 동원하는 강제탈취의 방식은 한반도에서의 전쟁을 의미하기 때문에 섣불리 선택할 수 없다. 아무리 보수적인 정부라 하더라도, 아무리 강경한 대북입장을 가진 정부라 하더라도 대한민국의 삶의 터전을 송두리째 앗아가는 전쟁을 불사하면서까지 북한의 핵무기를 제거하겠다는 결단을 내릴 수는 없다.

최악의 대북강경론자였던 김영삼 대통령마저도 정작 클린턴 행정부가 영변 폭격을 준비하고 있음을 뒤늦게 알고 서둘러 말렸던 역사적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 결국 전쟁불사의 강제적 핵무기 제거 방식은 우리의 합리적 정책선택 밖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지금까지 북핵상황의 전개과정을 회고해보면, 3가지 방식 중 군사력을 동원한 강제 탈취의 방법은 선택 불가능하고 대북제재와 압박으로 북을 굴복시키는 것 역시 성공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

억지로 핵무기를 뺏어올 수 없고 제재 일변도로 북을 굴복시키기 어렵다면 북핵문제는 결국 다시 협상의 장으로 복귀해야 한다. 제재국면도 북을 회담장에 복귀시키는 데 목적이 맞춰져야 한다.

가격 흥정을 하다가 결렬되어 돌아서는 것도 넓은 의미에서는 협상의 기술이다. 자기가 원하는 더 싼 가격에 후려치기 위해 그리고 자기가 원하는 물건을 쉽게 얻기 위해 일정기간 협상을 중단하고 성난 얼굴로 상대방을 괴롭히는 것도 넓은 의미에서는 협상의 기술이다.

대북 제재 역시 흥정의 과정에서 자신에게 유리한 상황을 조성하고 북한을 우리 페이스대로 끌어오기 위한 협상의 프로세스인 것이지 제재 그 자체가 목적은 아닌 것이다. 오로지 제재만으로 북을 완전히 굴복시키지 못함을 우리는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다.

인정하기 싫지만 제재만으로 북이 핵무기를 순순히 내놓기는 쉽지 않다. 언제나 그랬듯이 일시적인 제재국면은 항상 뒤에 있을 협상국면을 준비하기 위한 것이지 제재만을 위한 제재여서는 안 된다. 결국은 협상으로 돌아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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