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정상의 이번 만남은 여성 지도자라는 공통점외에도 이공계 출신(메르켈 총리 물리학ㆍ박 대통령 전자공학 전공)이라는 점을 비롯해 야당 당수로서 위기에 처한 당을 구한 경력, 한 번 정한 결정을 좀처럼 번복하지 않는 성격, 정치 입문 15년 만에 박 대통령이 당선된 것과 비교해 메르켈 총리도 국회의원 경력 15년 만에 독일 지도자가 된 것 등 여러 모로 닮은 점이 많은 14년지기라는 점만으로도 이목이 집중되기에 충분하다.
이번 정상회담은 정상으로는 두 번째 만남이지만 전체적인 두 사람간의 만남으로 보면 다섯번째다.
이들은 지난 2000년 한나라당 부총재였던 박 대통령이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 자격으로 재외공관 국정감사를 위해 독일을 방문했을 때 야당이던 기독교민주연합의 당수이던 메르켈 총리를 만난 것이 첫 대면이다.
두 사람은 첫 대면 이후 서한 등을 통해 교분을 다져온 것으로 알려졌으며 박 대통령이 대선 출마를 위해 당 대표직에서 물러나 지난 2006년 9월 독일을 방문하면서 두 번째 만남을 가졌다.
이들은 당시 총리 집무실에서 배석자 없이 30여분 동안의 단독 면담을 갖고 외교·경제 등의 분야에서 양당간 지속적인 정책 교류를 하자는 데 뜻을 같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세 번째 만남은 2010년 11월 서울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메르켈 총리가 방한하면서다. 이화여대에서 열린 메르켈 총리의 명예 정치학 박사 학위 수여식 후 두 사람은 학교내 다른 장소로 이동, 약 25분간 비공개 단독 면담을 가졌다.
박 대통령은 당시 메르켈 총리와의 면담이 끝난 후 기자들을 만나 "한반도 인구가 남북 합쳐서 7000만명인데 동북아와 세계 평화를 위해서 통일은 필수적이라는 이야기를 나눴다"고 전했다.
박 대통령에 따르면 메르켈 총리는 이 자리에서 "한국의 통일이 되기를 바라며 먼저 통일을 이룬 독일이 많은 지원을 하고 싶다"고 말했고, 박 대통령은 "감사하다"고 답했다.
메르켈 총리는 2012년 대선 기간 중에 박 대통령에게 승리를 기원하는 서신도 보냈다. 선거가 끝난 후에는 외국 수반 가운데 처음으로 당선 축하 전화를 걸었고 지난해 2월에는 취임식 경축특사를 통해 친서를 전달하고 독일 방문을 공식 초청한 바 있다.
가장 최근 두 정상의 만남은 지난해 9월6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다. 13년간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 온 두 사람이 각기 한국과 독일의 정상으로 첫 얼굴을 대면했다.
박 대통령은 당시 메르켈 총리의 초청에 따라 그의 숙소를 직접 방문해 정상회담을 가졌다. 메르켈 총리는 숙소 현관 앞에 나와 박 대통령을 영접했다.
이어 박 대통령은 같은 해 9월 독일 총선에서 승리를 거두며 3선 연임에 성공한 메르켈 총리에게 "이번 선거 결과는 메르켈 총리의 지도력에 대한 독일 국민의 신뢰가 반영된 선택이다. 독일이 앞으로도 더욱 발전해 나갈 것으로 확신한다"는 축하 전문을 보냈다.
두 정상의 다섯 번째 만남이 될 이번 정상회담에서 박 대통령과 메르켈 총리는 양국간 실질협력 증진과 통일협력, 한반도 및 동북아 정세 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박 대통령의 이번 독일 방문은 '통일경험' 공유에 초점이 맞춰진 만큼 독일 통일 과정과 관련해 나눌 대화에 관심이 쏠린다.
메르켈 총리는 1954년 서독의 함부르크에서 태어났지만 목사였던 아버지를 따라 그해 동독의 브란덴부르크 지방으로 이주했다. 정치에 입문하게 된 계기도 1989년 베를린장벽 붕괴에 앞장선 동독의 시민단체 '민주개혁'에 가입하면서다.
우리나라와 일본간의 과거사 갈등 관련 언급이 있을 지도 주목된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정상회담에서 한·일 관계에 대해 묻는 메르켈 총리에게 "일본이 동북아의 공동번영과 평화를 위해 협력해나갈 중요한 이웃이며 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다만 역사를 바로 보면서 미래지향적인 관계발전을 할 수 있도록 해주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또 "총리께서 다하우 기념관을 방문해 연설하시는 모습을 보고 우리 국민도 감명 깊게 들었다"고 말해 과거사 문제에 대한 접근방식에서 일본과 다른 독일을 언급했다. 메르켈 총리는 당시 박 대통령과 만나기 약 한 달 전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강제수용소였던 독일 바이에른주의 다하우 수용소를 방문해 사죄의 뜻을 밝힌 바 있다.
한편 박근혜 대통령이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제3차 핵안보정상회의 참석 일정을 모두 마치고 지난 25일(현지시간) 다음 기착지인 독일 베를린 테겔국제공항에 도착했다.
독일측은 이날 공항에 도착한 뒤 전용기 출입문을 나선 박 대통령을 맞아 밤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예포 21발을 쏘면서 환영행사를 열었다.
그러나 통상적으로 독일이 일몰 뒤에는 예포를 잘 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 것을 감안하면 이날 박 대통령의 예우는 이례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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