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전단과 표현의 자유

황흥룡 / / 기사승인 : 2014-11-09 15: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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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흥룡 통일교육진흥연구원 원장
▲ 황흥룡 통일교육진흥연구원장
대북전단 살포문제로 온 나라가 시끄러운데도 관련자들의 상황인식은 위태로울 정도로 안이해 보인다. 한 쪽에서는 전단 살포로 전쟁나면 어쩌나 하고 걱정하지만 우리는 1953년 휴전협정 체결 이래 60여 년간 교전만 잠시 중단하고 있을 뿐, 현실적으로 아직 전쟁상태에 있다.

다른 쪽에선 헌법상 표현의 자유와 북한 주민의 알권리를 들어 평화적인 풍선시위에 대해 북한이 무력 대응으로 도발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지금은 평화 상태로의 전환이 이루어지지 않은 정전상태에 있기 때문에 평화적인 시위라도 심리전 차원의 적대행위로 받아들이게 된다.

요사이 심리전이라는 용어가 평상시 마케팅이나 스포츠 분야 등 비군사적 부문에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지만, 이는 어원상 군사적 용어이며 지금도 전쟁의 주요 수단이다. 현대전에서는 첨단무기가 전장(戰場)을 압도하고 있지만 여전히 심리전적인 요소는 매우 중요하다. 무기를 다루는 것은 결국 사람이기 때문이다.

과거 월남이 미군의 지원 아래 압도적인 무력을 가진 상태에서 월맹에게 패배한 것은 전쟁사의 영원한 교훈이 되고 있다. 심리전은 전쟁의 최종적인 승리를 위해 적군의 사기를 꺾어 놓는 것만이 아니라, 적군의 심리전으로 아군의 사기가 위축되거나 분열되지 않도록 함은 물론 나아가 사기를 진작시키는 것도 포함된다.

정부가 대북전단 문제로 북한 당국과 기 싸움을 하는 가운데 ‘헌법상 표현의 자유’나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특성’을 언급할 때는 각별히 신중해야 하며 우리의 논리가 일관성을 가지도록 유념해야 한다. 지난 번 인천 아시안게임 직전 북한 응원단 문제로 남북체육회담을 할 때 우리가 국제관례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인공기 문제로 아시안게임 행사기간중 거리에 만국기를 걸지 못함으로써 국제관례를 스스로 무시했던 자가당착을 반복하지 않아야 한다.

‘표현의 자유’를 대북전단 살포행위에 적용하다가 자칫 우리 국가보안법 문제와 얽히게 되면 불필요한 논란을 확대하게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 외무장관은 최근 북한에 우리와 인권대화를 하자고 제의하였다. 만일 북한이 이 제의에 호응한다면 북한이 회담에서 마냥 수세적 입장에만 서는 상황이 아닐 수 있다.

북한이 매년 유엔에서 인권문제로 규탄 받고 있지만 유엔이 우리의 인권문제를 거론할 때마다 빠지지 않는 것이 국가보안법 문제이다. 2008년 5월 유엔인권이사회는 국가보안법 남용을 막기 위한 법 개정을 우리 정부에 권고했고, 우리 정부는 보고서를 제출하여 “이 문제에 대한 국가적 컨센서스를 얻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지금은 북한인권 문제에 가려져 잊힌 이슈 같지만, 국제사회는 우리의 국가보안법 상황을 꾸준히 지켜보고 있다. 2012년에는 프랑스의 유명 일간지가 두면에 걸쳐 한국의 국가보안법에 대한 기획기사를 다루었는데 한국에서는 트위터 상에 북한을 옹호하는 메시지를 올렸다가 그것이 농담이었음을 입증하지 못할 경우 6년형을 받는다는 조롱투의 기사가 실린 바 있다.

우리는 남북관계의 현실, 특히 무력충돌의 가능성과 긴장이 상존하는 한반도의 안보적 현실을 받아들여 헌법상의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을 감수하고 있다. 그런데 북한주민의 알 권리를 위해서는 오히려 우리가 안보상의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논거는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인가?

‘통일대박’은 거저 얻어지는 횡재가 아니다. 통일을 성취하는 핵심 고리가 북한주민의 마음을 얻는 데 달려있다는 것은 이제 우리 모두가 인정하는 하나의 명제가 되었다. 우리가 북한주민이 동경하는 모범국가, 모범공동체가 되도록 행동 하나에도 깊은 성찰이 따라야 할 것이다. 또한 대북정책도 북한 주민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느냐 하는데 기준을 두고 수행해 나가야 할 것이다. 상호 체제 인정. 존중과 내정불간섭의 합의를 무시하고 거친 비방으로 가득 찬 전단을 살포하고, 이로 인해 우리 안에서 갈등이 확대. 노출된다면 과연 북한주민의 마음을 얻는데 기여할 것인가? 북한주민의 인권은 개선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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