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년만의 십자군

남영진 / / 기사승인 : 2015-03-19 18: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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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영진 한국감사협회 고문
▲ 남영진 한국감사협회 고문
이라크와 시리아국경을 장악하고 있는 자칭 이슬람국가(IS)군을 격퇴하기위해 이 지역의 기독교도 600여명이 투입된다. 외신은 IS군이 장악하고 있는 모술지역을 탈환하기위해 이라크 터키국경지역을 장악하고 있는 쿠르드민병대에서 니네베에서 온 기독교도들을 훈련시켜 전투에 참여시킨다는 것이다. 이라크, 시리아, 터키 3국의 국경지대에 있는 쿠르드군은 우리 나라 평화유지군이 가있던 아르빌시를 중심으로 포진해있다. 외신은 이를 ‘이라크전에 첫 십자군’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놀라운 것은 이슬람이 6세기중반 이 지역을 점령한 이후 1400여년이 흘렀건만 이 지역에 기독교도들이 남아있다는 사실이다.

IS군이 몇 번에 걸쳐 미국 일본 영국등 외국기자들을 공개처형한 동영상을 공개하면서 전세계를 공분시키고 겁박한 화면들이 유튜브와 SNS를 통해 나돌고 있다. 그중 바닷가에서 기독교의 일파인 콥트교도들을 집단 처형해 바닷가 모래밭이 시뻘겋게 물든 영상을 본적이 있다. 그야말로 ‘피바다’다. 이 콥트교도들은 이슬람이 생기기전 로마 카톨릭으로부터 축출당한 기독교분파. 예수의 인성을 부인하고 신성만 인정한다.

양성론이 아닌 소위 단성론이다. 이슬람 모스크는 밝은 대로주변에 있고 콥트교회는 주로 도시 뒷골목에 숨어있다. 끝에 동글동글 장식을 한 십자가모양이 오랜 기독교임을 말해준다. 필자도 20년전 한국교민의 도움을 받아 클레오파트라 무덤이 있는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시에서 뒷골목에 있는 콥트교회를 찾아가 기도를 드린 적이 있다. 여행의 안녕과 종교간의 화평을 빌었다. 이들은 중동지역에 금기인 돼지고기를 먹는다. 신약성서에도 예수가 게라사 지방에서 마귀들린 사람을 고쳐줄 때 마귀를 꾸짖자 마귀들이 사람에게서 나와 언덕위에 있는 돼지떼에게 들어가 돼지들이 호수로 뛰어들어 죽었다는 기록이 있다. 이 돼지주인은 예수일행에게 조용히 떠나줄 것을 요청했다. 따라서 당시도 일부는 돼지고기를 먹었으며 이들을 팔기도 했다는 것이다. 10여년전 구제역이 전세계적으로 창궐하자 이집트의 무바라크대통령이 전국에 10여만마리의 돼지를 살처분했다. 이에 콥트교도들이 들고 일어나 종교탄압이라고 반발했다고 한다.

니네베라면 기독교도들에게는 꽤 친근한 지명. 구약성서에 요나가 야훼의 명령으로 니네베성읍에 가서 “회개하지 않으면 곧 멸망한다”고 외쳐 왕을 비롯해 성민들이 자루옷을 입고 단식하며 회개해서 멸망을 피했다는 기록이 나온다. 신약에서도 예수가 바리사이파들이 계속 기적을 요구하자 “나는 요나의 기적밖에 보여줄게 없다”며 니네베성민들의 회개를 언급한다. 성서에는 요나가 가로지르는 데만 사흘이 걸린다는 큰 성이다. 티그리스강이 흐르는 티그리트시에서 이번에 공격대상인 모술사이에 있는 큰 평원의 중심지다.

이미 이라크군이 탈환한 것으로 알려진 티그리트도 우리에겐 꽤 귀에 익은 지명. 천하를 호령하던 사담 후세인 이라크대통령이 미군의 91년 ‘사막의 폭풍’작전으로 몰락하고 땅굴 속에서 숨어 지내다 잡힌 곳. 후세인 자신의 고향이다. 잡힐 때의 당시 외신사진에 하얀 머리털과 덥수룩한 수염으로 뒤덮인 노인네의 추레해진 모습에서 ‘권력의 무상함’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IS군의 중심지인 모술은 면직물의 대명사인 ‘모슬린’(muslin)의 고장. 원래 수입을 했던 영국 상인들은 이 지역에서 나오는 얇은 비단같은 면포를 모슬린이라 불렀고 후에 미국에서는 청바지를 짜는 튼실한 면직물을 지칭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권력투쟁으로 국가내의 내전도 끔찍한데 십자군전쟁이라니. 800년전 “예루살렘을 탈환하라”라는 교황의 한마디로 시작된 십자군전쟁은 12-13세기 200여년간 7차례에 걸쳐 엄청난 희생을 치루고 결국 원래로 되돌아간 무의미한 전쟁이었다. 이어 무력을 바탕으로 한 세속의 왕권이 약화되고 교황의 권력만 강화됐다. 역사의 교훈도 모르는가. 제발 종교의 이름으로 전쟁을 하지 않았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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