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안철수의 칼도 ‘간철수’?

고하승 / / 기사승인 : 2015-09-06 13:3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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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한동안 잠잠한 듯 보였던 새정치민주연합의 야권 분열 움직임이 다시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김한길, 안철수 의원은 작년에 민주당과 새정치추진위원회를 통합, 새정치민주연합을 창당하면서 ‘대통합’의 기치를 높게 들었었다.

하지만 지금은 대통합은커녕 친노-비노 간의 갈등으로 스스로 녹아내릴 위기에 처하고 말았다. 당장 새정치연합의 심장부라고 할 수 있는 호남민심이 바닥부터 흔들리고 있다.

당원들의 탈당행렬에 전직 국회의원들이 가세하는가하면 박주선 의원 등 일부 현직 의원들도 탈당 문턱에 바짝 다가선 모습이다.

실제 장세환 전 의원은 "문재인 대표와 그의 추종세력이 온존하는 한 이 당은 총선 승리도, 정권교체도 불가능한, 희망 없는 '불임정당'”이라며 탈당을 선언했고, 박 의원은 “추석 이전에 혁신위원회가 100일 동안 혁신활동을 마감하기 때문에 그때까지 기다려보는데, 그때 가서도 혁신이 혁신대로 제대로 되지 않고 국민이 불임정당의 평가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고 한다면 이 당에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은 의미가 없지 않느냐”며 탈당 가능성을 시사했다.

어디 그 뿐인가.

새정치연합의 호남 독점 체제에 구멍을 뚫은 무소속 천정배 의원은 일찌감치 신당창당을 선언하고, 세 규합에 나선 마당이다.

천 의원은 “조만간 왜 신당이 필요하고 또 신당이 추구해야할 가치와 비전이 무엇인지 신당은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이런 등등에 대해서 말씀드릴 기회를 가지려고 한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천하태평이었다.

문 대표는 아예 “분당은 실체가 없다”고 단언하기도 했다. 사실 지금까지의 이런 움직임은 ‘찻잔 속의 태풍’에 불과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설사 이들이 주축이 되어 신당을 만들더라도 그 영향력은 호남 일부 지역에 국한될 뿐, 수도권 지역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것이란 판단 때문이다.

그런데 만일 새정치연합을 창당한 안철수 김한길 두 의원이 신당의 깃발을 들고 나선다면, 그건 이야기가 달라진다. 신당이 성공하기 위해선 흔히 3가지가 필요하다고 한다.

당장 수십억의 창당 자금이 필요하고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국민에게 기대감을 갖게 하는 대선후보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대선에서 광풍을 일으켰던 안철수 의원이 주목받는 것은 바로 이런 신당의 3대 요건을 갖췄기 때문이다.

실제 안철수 전 공동대표는 6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문재인 대표와 혁신위를 향해 사실상 전면전을 선언했다.

안 전 대표는 “당은 시대적 요구와 부름에 부응하지 못했다. 이러한 문제들을 혁신해야 하는데, 국민의 뜻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혁신’을 외치고 있다”며 “계파나 진영을 위해 혁신안을 만들고 있는 혁신위의 혁신안은 당연히 국민들의 공감을 얻을 수 없기에, 저 역시 받아들일 수 없다”고 포문을 열었다.

김한길 전 공동대표와 박영선, 박지원 전 원내대표 등 비노계 핵심인사들도 안 의원의 혁신위 공세에 공동보조를 취하고 있다.

이에 맞서 혁신위원들도 일제히 안철수 전 대표를 향해 공세를 취하고 있다.

김상곤 혁신위원장은 "우리 당 위기에 일말의 책임이 있으리라고 보는데도 그렇게 성급하고 무례하게 이야기하는 것은 무책임한 면이 있다"고 쏘아붙였고, 조국 교수는 “혁신위 활동 마무리와 공천혁신안 발표를 앞두고 전면 공격이 개시된 배경과 이유가 궁금하다”고 의문을 제기한 후 “국회의원에게는 소속 정당 혁신에 대한 발언권이 당연히 있지만 그런 제안은 당적 절차에 따라 구현하면 된다”고 지적했다.

우원식 의원도 안 전 대표를 겨냥, “혁신이 실패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이들이 생각하는 혁신은 아마도 단기적 관심을 끄는 화장술을 말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런 모습이 마치 ‘한 지붕 두 가족’을 보는 것처럼 위태롭기 그지없다.

이쯤 되면 안철수 전 대표를 비롯한 비노계와 문재인 대표를 중심으로 하는 친노계가 더 이상 ‘쇼윈도 부부’로 남아 있을 게 아니라 갈라서는 게 맞다.

문제는 그동안 줄곧 우유부단한 모습을 보여 온 안철수 전 대표가 그런 결단을 내릴만한 배짱과 리더십이 있느냐 하는 점일 것이다. 그에게 ‘간철수’라는 별명이 붙었듯이 아무래도 이번 에 빼어든 ‘정풍의 칼’역시 은근슬쩍 칼집에 다시 집어 넣어버릴 것 같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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