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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 종로구의 골수 야당 당원들과 우연히 만나 식사를 함께 한 일이 이었다.
그들 가운데는 구 의원을 지낸 사람도 있었고, 현재 종로구 산하 공기업의 이사로 재직 중인 사람도 있었다. 김영종 종로구청장과는 ‘친구사이’라는 사람도 있었다. 중앙에서 볼 때엔 정치적으로 비중 있는 사람들은 아니지만, 그 정도면 최소한 종로구에서 만큼은 여론주도 층으로 분류해도 무리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그들에게 ‘내년 4월 총선을 어떻게 전망하느냐’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보았다.
그들은 하나 같이 “만일 새누리당에서 박진 전 의원이 나오면, 정세균 의원은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새정치연합에서 잔뼈가 굵은 골수 당원들이 자신들이 속한 정당의 후보, 그것도 당 대표까지 지낸 현직 국회의원이 패배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는 것이다.
정말 의외다. 그 이유를 물었다.
“박진 전 의원은 스스로 ‘종로 아들’이라고 자처할 만큼 지역에 대한 애정이 깊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우리당 정세균 의원은 ‘종로 국회의원’이 아니라, 우리가 볼 때엔 그냥 ‘중앙 정치인’이다. 또 박진 전 의원은 예전에 손학규 전 대표를 꺾고 당선됐던 사람이다. 충분한 경쟁력도 갖췄다.”
이것이 그들의 답변 요지다. 그래서 다시 물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안대희 전 대법관의 ‘종로 출마설’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느냐.”
이에 대한 그들의 답변은 “필패 후보”라는 것이었다.
“오세훈 전 시장은 이미 무상급식 문제로 야당 지지자들은 물론 여당 지지자들로부터도 외면당하고 있는 상황이고, 안대희 전 대법관은 우리당 정세균 의원처럼 낙하산 인사 아니냐. 낙하산 대 낙하산 싸움이라면 당연히 조금이라도 더 지역에서 활동하던 정세균 의원이 이긴다.”
한마디로 새누리당에서 다른 낙하산 후보가 아니라 그 지역에서 터를 닦은 박진 의원이 종로구에 출마할 경우, 정세균 의원이 어려운 싸움을 하게 될 것이란 전망이다.
그만큼 새정치연합에게 쉽지 않은 지역이란 뜻이다.
그런데 새정치연합 혁신위원회가 정세균 의원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당의 전략적 선택을 따르라’고 압박했다.
여기서 말하는 ‘당의 전략적 선택’이란 ‘불출마’하거나 혹은 열세지역으로 지역구를 옮기라는 것이다.
하지만 앞서 거론한 바와 같이 박진 전 의원이 버티고 있는 종로구가 정 의원에게는 그리 편안한 지역구는 아니다. 그럼에도 다른 지역구로 옮기라는 것은 영남권 등 ‘사지(死地)’로 가거나 불출마를 선언하라는 뜻일 거다.
그래서 새정치연합 혁신안은 ‘비노 제거를 위한 용도폐기 친노 끼워 넣기’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것이다.
실제 신당 창당을 추진 중인 무소속 천정배 의원은 24일 오전 TBS라디오 '열린아침 김만흠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혁신안은 비노(비노무현) 수장들을 제거하면서 활용가치가 떨어진 전직대표들을 끼워서 희생양을 삼으려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즉 6선 고령으로 더 이상 당에서 공천을 주기가 부담스러운 이해찬 의원과 처남취업 청탁의혹으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문희상 의원 등 활용가치가 떨어진 친노 전직 대표들을 희생양으로 삼아 불출마를 선언하게 만들고, 비노 수장 격인 김한길-안철수 전 공동대표와 함께 범친노 수장 격인 정세균 의원을 제거하는 속셈인 것 같다는 말이다.
하지만 이런 속셈은 이미 간파 당했고, 따라서 혁신안이 의도하는 대로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 같다.
실제 김상곤 위원장이 "안철수 의원이 본인의 고향인 부산으로 가서 거기에서 전국적인 정치인으로서의 자기 모습을 국민들께 보여주는 게 필요하다“고 압박했으나, 안 의원은 “정치인은 지역 주민과의 약속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일축했다.
김한길 의원 역시 "대꾸할 가치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물론 정세균 의원 측도 “지난 총선 때에 쉬운 호남을 떠나 어려운 종로로 온 것”이라며 불쾌한 심정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 대체 왜 혁신위는 이렇게 씨알도 먹히지 않을 황당한 제안을 한 것일까?
정말 박지원 의원의 말처럼 '당신들 떠나도 좋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일까?
그렇다면 큰일이다. 새정치연합의 주인은 친노가 아니라 당원들이다. 집주인 격인 당원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세입자 격인 친노가 주인행세를 한다면, 과연 그것이 합당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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