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주하는 과학기술 시대의 국정교과서 전쟁

이영환 / / 기사승인 : 2015-11-08 11:5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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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환 건국대 교수
▲ 이영환 건국대 교수
무인 자동차 시대가 시작되고 있다. 일본은 내년부터 무인택시 시범 운행을 시작한다고 한다. 2020년 도쿄 올림픽에 맞춰서 상용화를 하겠다는 계획이다. 미국의 네바다 주는 이미 지난 5월 첫 번째 무인 주행 트럭 도로주행을 허가한 바 있다.

구글은 지난 6년 동안 270만 킬로의 도로주행을 기록했으며 11번의 경미한 사고를 냈다. 사고는 모두 다른 운전자의 실수에 의한 사고였고 한 번도 기기의 오작동이나 에러에 의해서 사고가 난 적이 없다. 무인 자동차 기술이 드디어 완성되었고 무인 트럭과 무인 택시가 오 년, 길어야 십 년 내에 우리나라에서도 도로주행을 시작할 것이라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미국에서 행해진 여론 조사에 의하면 60퍼센트에 달하는 성인남녀가 무인주행 자동차를 이용하겠다고 답했다. 무인주행 자동차 보급이 예상보다 훨씬 더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

한 조사에 의하면 무인주행 자동차가 보급되면 교통사고가 약 90퍼센트가 줄어들게 되어 미국에서만 연간 교통사고에 의한 사망자 3만명과 부상자 2백만이 줄어들 것이라고 예측된다고 한다. 또한 도시의 교통량이 30퍼센트가량 줄어들게 된다.

문제는 이런 무인주행 자동차의 실용화가 가져올 대량 실직사태다. 미국은 트럭, 버스. 배송, 택시 등 약 육백만 명에 달하는 운전기사를 포함하여 약 천만 명에 달하는 관련사업 종사자가 실직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전국의 택시운전자 28만명과 버스 트럭 등 운수산업 종사자가 약 백만 명 이상이 실직할 것으로 예상된다.

노동시장이 유연한 다른 나라에서는 대량 실직을 한다고 해도 큰 걱정이 안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노동시장이 경직되어 있고 산업이 제한적이다. 더군다나 이들 운전기사나 운수사업 종사자들은 하루 벌어서 하루 먹는 식으로 근근이 살아가고 있어서 지금부터 오 년 후를 대비하라는 것은 무리다.

혹자는 기술 발전에 의해서 일자리는 없어지는 것이 아니고 이동하는 것이라는 낙관적인 견해를 내놓지만 이는 옳은 말은 아니다. 이동하는 일자리는 기술적으로 상대적으로 매우 적은 숫자일 뿐이다. 예컨대 중국의 애플 하청업체 폭스콘은 2014년 초 기준으로 120만명의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다. 애플은 이들을 대신하는 로봇을 투입하여 올해만 3분의 1의 인력을 대체할 것이고 추후 백만 대의 로봇을 투입하여 노동자를 90퍼센트까지 줄일 것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이미 청년실업률이 10퍼센트에 이르고 청년 취업애로계층이 110만명에 달하는 시점이다. 이런 상태를 해소하지 못하고 기술 발전에 의한 새로운 대량 실업사태를 맞게 된다면 국가적 위기에 처할 수 있다. 최근에는 미국 금리 인상과 중국 경기둔화 등 금융 경제의 불안이 가중되고 있는 중이다. 또한 경제의 근간이 되는 수출부진 사태가 계속되고 있다. 지금은 전향적인 일자리 창출을 통해 현재의 실직자들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새로운 먹거리 산업을 확장하고 취업의 길을 열어줘야 하는 절체절명의 시점에 와있다. 또한 실직위험의 직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을 재훈련하고 재취업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줘야 한다. 이런 대책을 지금 세우지 않고 오년 후까지 기다리는 것은 국가적 재난을 초래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머리를 맞대고 미래를 대비해야 하는 정부와 국회가 민생은 내팽개치고 국사교과서 국정화에 올인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점은 많은 사람을 불안하게 한다. 국정교과서나 검정교과서보다는 민생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훨씬 더 중요하다. 정부는 국사교과서가 설사 다소의 종북 시각으로 육이오가 북침이라고 쓰여있더라도 용인하는 것이 낫다. 지금은 그런 문제로 시간을 보낼 때가 아니다.

다소 경우는 다르지만 정부와 국회는 아프리카의 부시맨이 원숭이를 잡는 방법을 기억하기를 권고한다. 부시맨이 원숭이 잡는 것은 매우 간단하다. 개미언덕에 원숭이의 손이 들어갈만한 구멍을 만들고 그 안에 곡식을 집어넣는 것이다. 부시맨이 뭔가 집어넣는 것을 본 원숭이가 와서 곡식을 발견하고 손을 넣어 곡식을 한 움큼 집으면 주먹은 구멍에서 나오지 않는다. 이 때 원숭이가 주먹에 쥔 곡식만 놓는다면 쉽게 함정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 욕심장이 원숭이는 손에 쥔 곡식을 놓지 않고 주먹을 빼려고만 하다가 쉽게 잡히게 된다.

정부와 국회가 교과서 국정화라는 파당적 끝장 승부를 통해서 주먹을 움켜 쥐고만 있으려고 한다면 국가경제는 부시맨에게 붙잡히고 마는 원숭이 꼴이 되고 말 것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국정화와 검정화 논쟁 보다는 제발 민생에 올인 하기를 권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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