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천정배와 맞붙어 보라

고하승 / / 기사승인 : 2015-11-11 17:5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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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작년 서울언론인클럽의 '앵커상'을 수상한 데 이어 올해 한국언론인연합회의 ‘참언론인대상’앵커 부문 수상자로 선정된 장성민 전 의원으로부터 아주 재미있는 질문을 받았다.

그가 느닷없이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부산이 아니라 광주에서 출마한다면 당선될 수 있을까요?”하고 물어온 것이다.

추석 연휴 기간의 일이다.

당시는 여야의 강력한 대선 후보로 꼽히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가 내년 4월 총선에서 ‘전초전’을 치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올 때였다.

문 대표를 향한 ‘부산 영도 출마론’이 점차 힘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부산 영도구는 새누리당 김 대표의 지역구로 김 대표는 이미 내년 총선에서 자신의 지역구인 부산 영도에 출마하겠다는 뜻을 밝힌 상황이다. 그런데 문 대표가 "어디든 마다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각 언론은 이를 부산 영도구에도 출마할 수도 있음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문 대표는 지난 10일 일부 언론의 '영도 출마 결심' 보도에 대해 "가능성은 열려 있지만 결정된 것은 전혀 없다"며 "그런 결정을 할 만한 시기가 아니다"고 정면 부인했다.

물론 그는 “총선 출마 자체에 대해서는 부산을 포함해 여러 지역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히기는 했다.

하지만 ‘영도 출마’을 주정하는 소리에 비하면 너무나 미약했다.

실제 그는 "승리에 도움이 된다면 어떤 곳도 피하지 않겠다"면서도 "총선에 출마하는 게 전국 선거를 돕는 것보다 더 나은지 아직 확신이 없다"고 말했다.

따라서 문 대표가 내년 총선에 지역구로 출마하기 보다는 비례대표로 출마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새정치연합 부산시당위원장인 김영춘 전 의원은 11일 오전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 “문재인 대표나 안철수 전 대표 같은 부산 출신들이 어려운 지역에 와서 힘든 싸움을 감당해주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문 대표는 부산이 아니라 호남, 그것도 광주에서 출마하는 게 당을 위해 더 바람직한 것 아닐까?

지금 신당창당을 추진 중인 무소속 천정배 의원과 박주선 의원은 문재인 대표에게 “광주에서 한판 붙자”며 공개적으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들은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새정치연합을 대체할 신당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호남의 민심이라고 생각하는 반면 문 대표는 신당 창당이 호남민심을 왜곡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누구의 말이 맞는지 4.13 총선에 맞장을 뜨는 걸로 승부를 내자는 것이다.

실제 새정치연합을 탈당한 박 의원은 "(새정치연합은) 저에게 호남 민심을 왜곡한다고 하는데, 문 대표가 광주에 내려와 출마했으면 좋겠다"며 "저와 함께 출마해 민심을 왜곡한 것인지 아닌지 여부를 심판받자"고 제안했다.

무소속 천정배 의원 역시 “문 대표가 새정치연합에 대한 호남 민심을 제대로 확인하려면 20대 총선에서 광주에 출마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며 “내년 총선에서 광주에서 출마한다면 어디든지 붙어볼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제1야당의 심장부’로 불리는 광주의 무소속 의원들이 제1야당 대표에게 “오너라! 맞붙자!”고 큰소리치고 있는 것이다.

그만큼 광주민심이 예전 같지 않다는 뜻일 거다. 여론조사 결과가 이같은 사실을 입증하고 있다.

실제로 한국갤럽이 지난 10월 둘째 주 여야 대권주자들에 대한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호남에서 문 대표의 지지율은 8%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야당 텃밭에서 여당 인사인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9%)보다도 낮은 수치를 기록한 것이다. 아무리 오차범위 내라고 하지만 이건 치욕이다. 특히 당내 경쟁자인 박원순 서울시장(31%), 같은 당 안철수 의원(20%)과 비교할 때 현저한 차이를 드러냈다.

정당 지지율 역시 새정치연합 32%, 새누리당 27%로 여당보다 겨우 5%p를 더 받는 데 그쳤다.

문재인 대표는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도 첫주 20.7%, 둘째주 13.9%, 셋째주 15.2%, 넷째주 18.2% 등 10%대 지지율을 얻는 데 그쳤다.

지금 송영길 전 인천시장을 천정배 의원과 맞붙게 한다는 소리가 들리는데, 그러지 말고 문 대표가 직접 붙어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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