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S의 '3당 합당’과 DJ의 ‘DJP 연합’

고하승 / / 기사승인 : 2015-11-24 12: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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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장남 건호씨가 24일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영정 앞에 고개숙였다.

건호씨는 "민주화의 투사로서 아버님께서도 항상 존경해 오신 분"이라며 애도를 표시했다.

그러고 보니 노 전 대통령과 YS는 '애증'으로 얽힌 참으로 독특한 관계였다는 생각이다.

둘의 관계는 YS가 인권 변호사 노무현을 정계에 발탁하면서 시작됐다.

지난 1988년 13대 총선을 앞둔 3월, 당시 통일민주당을 이끌고 있던 김영삼 총재는 부산에서 대표적 재야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던 노무현을 영입했다.

노무현은 그해 총선에서 민정당 실세 허삼수가 출마를 선언한 부산동구에 나가 당선됐고, 지난 1988년 5공 청문회를 통해 전국구 인물로 부상할 수 있었다.

그러나 두 사람의 관계는 2년을 채우지 못했다.

1990년 1월, YS가 당시 민정당의 노태우 대통령과 공화당 김종필 총재와 함께 이른바 '3당 합당'을 결정, 민주자유당(현 새누리당의 모태)을 창당하자 노무현이 "3당 야합"이라면서 민자당 합류를 거부, 이른바 '꼬마민주당'에 남는 선택을 하면서 갈라서게 된 것이다.

그 이후 둘이 다시 만난 것은 그로부터 12년이나 세월이 흐른 뒤였다.

2002년 4월 30일, 당시 여당이던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된 노무현은 대통령에서 물러난 YS의 상도동 자택을 방문한 것이다.

당시 노무현은 "3당 합당 때 의견이 달랐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제 판단이 틀렸을 수도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그 말이 YS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으려는 일종의 ‘립서비스’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호랑이를 잡으려 호랑이 굴에 들어갔다”는 YS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그의 䃳당합당’결단이 군사정권을 끝장내고 문민정부를 수립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실제 YS는 민주화 세대인 ‘집토끼’만 가지고는 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간파하고 산업화 세대인 ‘산토끼’를 잡으러 나섰고, 그 결과 그는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었던 것이다.

고 김대중(DJ) 전 대통령 역시 마찬가지다.

YS를 대통령으로 만든 게 '3당합당’이라면, DJ 대통령 당선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은 이른바 ‘DJP 연합’이다.

물론 당내에서는 반대도 많았다.

김상현 지도위의장 김근태 정대철 부총재가 대표적 반대론자다.

그러나 DJ가 만일 김종필(JP) 당시 자유민주연합 총재와 연합을 하지 않았더라면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DJ 역시 산토끼를 잡는 전략을 통해 대통령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총선이나 지방선거에서도 ‘산토끼’를 잡는 전략을 통해 좋은 성적을 내는 정치인들이 있다.

김부겸 전 의원은 작년 대구시장선거 출마해서 박근혜대통령과 악수하는 사진을 선거현수막으로 게시했다. 김 전 의원은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다. 그런데 대통령과 악수하는 사진을 게재한 것이다. 그 결과는 놀라웠다.

김 전 의원은 깜짝 놀랄만한 높은 득표력을 보였고 자신의 지역구인 수성구에서는 오히려 새누리당 후보보다도 높은 지지를 받을 수 있었다. 새누리당 지지자들바저 김 전 의원을 선택했던 것이다. 아깝게 분패하기는 했으나 결과적으로 ‘산토끼’를 잡는 전략이 주효했던 셈이다.

또 새정치연합 소속으로는 유일한 영남 3선의원인 조경태 의원도 마찬가지다.

그는 지난 19대 총선에서 58%가 넘는 득표율로 당선됐다. 당 지지율보다도 무려 두 배 이상 높은 지지를 받은 것이다.

그는 걸핏하면 국정운영에 ‘발목잡기’나하는 다른 야당 의원들과는 달리 협조할 것은 협조하고 비판할 것은 비판하는 스탠스를 취했다. 얼마 전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에서 연설을 마치고 퇴장할 때 기립하는 예의를 표한 몇 안 되는 야당 의원들 가운데 한 사람이기도 하다.

그런 모습이 새누리당 지지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던 것이다.

선거는 ‘집토끼’에 집착해서는 결코 승리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산토끼’를 잡는 것이다.

YS 서거에 즈음하여 그의 '3당합당’, 나아가 DJ의 ‘DJP 연합’을 다시 한 번 평가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비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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