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안철수 갈등, 다당제 신호탄?

고하승 / / 기사승인 : 2015-12-07 16:5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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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안철수 의원 간 갈등이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실제 안철수 의원이 '혁신 전당대회 개최'를 거부한 문재인 대표에게 재고를 요청했으나, 문 대표는 이마저도 외면했다. 그러자 안 의원은 대단한 결기를 드러냈다. 이른바 ‘또 철수’라며 조롱을 당했던 안 의원의 예전 모습과 비교할 때 확연히 달라졌다.

그는 전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담대한 결단이 필요합니다'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통해 䶛년 한나라당의 확장을 반대했기에 서울시장 후보직을 양보했다. 2012년 정권교체를 위해 대통령후보직도 양보했다. 2014년 창당을 포기하고 민주당과 통합하여 지방선거를 돌파해 냈다”며 “저에게는 고통스럽고 힘든 선택이었지만 기꺼이 그렇게 했고, 결과에 대해서도 스스로 책임져 왔다. 많은 지지자들이 실망하고, 비판하고, 때론 조롱과 모욕의 대상이 되기도 했지만, 그 역시 제가 감당할 몫이라고 인내하며 제 길을 걸어왔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그런데 정권이 바뀌었느냐. 국민의 삶이 바뀌었느냐. 정치가 바뀌었느냐. 야당이 바뀌었느냐”고 반문하면서 “지금 이대로 총선과 대선에 나선다면 정권교체는 어려워지고, 한국 민주주의는 암흑의 길로 빠져들고 말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독선과 오만으로 가득 찬 낡은 세력들이 나라를 침몰시키는 것을 더 이상 가만히 두고 볼 수는 없다”면서 “야당을 바꾸고, 정치를 바꾸고, 정권을 바꾸어 국민의 삶을 바꿀 수 있다면 저는 저에게 주어진 소명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안 의원이 탈당을 결행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안 의원의 핵심 측근인 ‘정책네트워크 내일’이태규 부소장은 “'자유인 안철수'로 돌아가는 게 낫다”며 “호랑이 굴로 들어왔는데 잡히지 않으면 나가는 수밖에 없지 않으냐. 대타협이 없으면 일주일 내에 상황이 끝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즉 문 대표가 ‘혁신전대’재고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안 의원은 금주 내에 탈당을 선언하게 될 것이란 뜻이다.

모르겠다. 안 의원이 정말 신속하게 그런 결정을 내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동안 안 의원의 결정은 매번 한발 늦었고, 자신의 뜻을 스스로 ‘철수(撤收)’시킨 적 또한 한 두 번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정말 안 의원이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을 것 같다.

안 의원이 ‘더 이상 제안도 않고 묻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안 의원의 이같은 발언은 지난 2012년 대선 후보 사퇴 전날 박선숙 공동선대본부장이 안 후보의 단일화 최종안을 전하면서 “마지막 제안”이라고 밝힌 것과 너무나 흡사하다. 당시 안 의원의 마지막 제안에도 문 대표는 지금처럼 ‘묵묵부답’으로 일관했고, 안 의원은 바로 다음날 일방적으로 후보사퇴를 선언하고 말았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문 대표가 혁신전대 제안을 마냥 외면할 경우, 안 의원이 당내에서 더 이상 할 수 있는 역할은 없게 될 것이고, 그로 인해 부득이 탈당을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어쩌면 안 의원의 그런 선택은 야권재편을 의미하는 동시에 다당제의 신호탄이 될지도 모른다.

사실 영호남 지역패권주의를 기반으로 하는 양당제의 폐허는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야당은 ‘정권교체’를 명분으로 신당추진세력을 야권분열 세력으로 매도하지만, 그건 웃기는 얘기다. 현재 집권당이나 제1야당 모두 영호남 지역갈등을 유발하고, 그걸 통해 집권을 꿈꾸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를 발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민은 차라리 영호남 지역갈등을 조정하고, 진보와 보수의 이념 갈등을 중재할 수 있는 제 3당이 나타나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다행스럽게도 그럴 가능성이 엿보이고 있다.

지난 5일 새정치연합을 탈당하고 신당을 추진 중인 박주선 무소속 의원, 박준영 전 전남지사, 원외정당인 민주당 김민선 전 의원 등 이른바 ‘통합신당’추진 세력들이 모두 함께 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날 김민석 전 의원은 "밥그릇 싸움에 정신없는 새정치민주연합을 대체할 모든 세력의 통합을 추진할 것"이라며 "복잡한 창당절차, 각개약진 등 모든 것을 생략하고 모든 것을 신속하게 압축적으로 한방에 해결하자"고 통합신당 창당을 주장했다. 당시 자리에 함께한 박주선 의원과 박준영 전 지사가 동의했음에 두말 할 나위없다.

문제는 천정배 의원이다. 물론 천 의원도 메시지를 통해 통합신당 추진 의사를 밝히긴 했다 . 하지만 직접 참석하지는 않았다. 통합신당파와 완전히 선을 그은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는 것도 아니라는 말이다. 하지만 안 의원이 통합신당에 합류한다면 달라질 것이다.

통합신당 움직임은 가속화될 것이고, 당장 원내 20석을 확보한 ‘제 3정당’출현도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나아가 내년 4.13 총선 이후 제1야당이 될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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