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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가 최근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안철수 신당의 성공 조건으로 손학규 전 통합민주당 대표와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합류를 꼽은 바 있다.
손 전 대표의 파괴력에 대해선 필자 역시 동의한다. 그러나 과연 이 교수의 말처럼 박 의원이 손 전 대표와 대등한 위치에설 만큼 파괴력을 지녔는지는 잘 모르겠다. 아마도 박 의원이 원내대표재임 당시 자신을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영입하려 했던 데에 대한 보답차원의 ‘립 서비스’일 것이다.
아무튼 손 전 대표와 같이 범국민적 지지를 받는 인사가 신당에 힘을 실어줄 경우 4.13 총선에서 신당이 ‘제1야당’이 되는 것은 문제도 아닐 것이다. 실제 그는 보수성향은 물론 진보성향의 유권자들 사이에서도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지는 몇 안 되는 정치인 가운데 하나로 그의 참여는 신당의 지지율을 단숨에 끌어 올릴 수 있다.
그러나 야권이 분열된 상황에서 손 전 대표가 어느 한 쪽의 손을 일방적으로 들어 줄 가능성은 별로 없다.
사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손 전 대표의 대선 슬로건이었던 '저녁이 있는 삶'을 거듭 언급하는 등 손 전 대표를 향해 끊임없이 구애의 손짓을 보내고 있는 마당이다. 심지어 정치권 일각에선 문 대표가 손 전 대표를 공동선거대책위원장으로 영입하려 한다는 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손 전 대표가 누구의 손을 들어 줄 수 있겠는가.
만일 그가 꼭 정계에 복귀해야 한다면, 그 시점은 지금이 아니라 총선 이후가 될 것이다.
물론 야당이 분열되더라도 야권이 국민의 지지를 받아 여소야대를 이룰 수만 있다면 손 전대표가 정계에 복귀할 길은 없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
지금 각종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야당 지지율은 한심하기 그지없기 때문이다. 더민주와 신당 지지율을 합쳐도 새누리당 지지율에 미치지 못하거나 넘어서더라도 겨우 오차범위 안팎에 그치는 수준이다.
실제 8일 발표한 한국갤럽의 1월 첫째 주 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1%포인트) 결과에 따르면, 새누리당 35%, 더불어민주당 19%, 정의당 2%, 안철수 신당 21%, 천정배 신당 1%, 없음/의견유보 22%로 나타났다. 신당은 물론 더민주도 여당 지지율보다 10%포인트 이상 크게 뒤지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총선결과가 여소야대로 나타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되레 새누리당이 160석, 혹은 180석 이상을 얻는 참담한 결과가 나타날지도 모른다. 이렇게 되면 ‘야권 참패’에 따른 문재인-안철수 공동 책임론이 제기될 것이고, 결국 총선 결과와 무관한 손 전 대표가 ‘국민의 호출’을 받고 야권재편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 도래할 것이다. 그 이전에 손 전 대표가 움직이는 일은 결코 없다.
그가 정계복귀 질문에 “청산에 살어리랏다”며 ‘청산별곡’으로 답을 대신한 것은 그런 의지의 표현인 셈이다.
그러면 ‘손학규가 없는 안철수 신당’은 절대로 성공할 수 없는 것인가.
그렇지는 않다. 신당이 기존 야당 표를 분열시키는 것에 그치는 게 아니라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대통령을 찍었던 유권자 중 새누리당에 실망한 사람들의 지지를 이끌어 낸다면 승산이 있다. 손 전 대표의 빈자리를 충분히 채울 수 있다는 말이다.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 안철수 신당을 제외한 정당 지지도 조사에서는 새누리당 40%, 더민주 21%, 정의당 4% 순이었다. 안철수 신당을 조사에 포함시킬 경우 새누리당은 무려 5%포인트가 줄어든 반면 더민주는 2%포인트만 하락하는 데 그친 것이다.
이게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신당 지지층 가운데 절반이 기존 양당에 염증을 느낀 무당층이지만, 새누리당 지지에서 이탈하고 신당을 지지하는 유권자들 또한 만만치 않다는 뜻이다.
즉 2012년 대선 당시 박 대통령을 지지했지만 현재 새누리당의 무기력한 모습에 실망한 유권자들이 신당 쪽으로 돌아서고 있다는 말이다. 따라서 신당은 몇 % 되지도 않은 야당 지지층의 마음만 얻으려 할 게 아니라, 40%가 넘는 박 대통령 지지층의 마음을 사로잡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성공할 수 있다.
그런데 자꾸 박 대통령의 정책에 발목잡기나 하는 더불어민주당과 똑같은 소리를 내고 있으니 한심할 따름이다. 지금 야당 고정표는 최대로 얻어야 40%정도다. 그걸 더민주와 신당이 반분한다면 신당 지지율은 20%정도이고 제1야당이 되어 압도적인 지지를 받는다고 해도 40%미만이다. 물론 그런 지지율로는 다음 대선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건 초등학생도 알 수 있는 아주 기초적인 셈법이다. 그런데도 이런 간단함 셈을 못하는 걸보면, 신당은 아무래도 성공하기 어려울 것 같다. 어쩔 수 없이 전남 강진에서 ‘청산별곡’을 부르고 있는 손 전 대표가 총선 이후 ‘새 판짜기’를 위해 다시 한 번 나서야 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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