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야 원로 vs. 일반 국민

고하승 / / 기사승인 : 2016-03-08 14: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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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20대 총선은 여야 각 정당의 대결구도인 동시에 재야원로 대 일반국민의 대결구도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야권이 통합 문제로 진통을 겪는 가운데 장외 재야원로그룹이 총선을 앞두고 훈수에 나선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실제 한완상 전 부총리와 함세웅 민주주의국민행동 상임대표, 최병일 경기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상임대표, 정세일 인천시민의힘 운영위원장 등이 참여한 '야권의 단합과 2016 총선승리를 위한 수도권연대'는 8일 국회 정론관에서 발족 기자회견을 통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당이 총선 승리와 정권교체를 위해 연대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앞서 전날에는 한 전 부총리와 함 대표를 비롯해, 소설가 황석영, 연극배우 출신 최종원 전 의원 등이 주축을 이룬 단체인 '다시민주주의포럼'이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야권 후보단일화를 위한 비상정치회의'를 제안하기도 했다. 한마디로 ‘야권연대’를 위해 재야 원로들이 총대를 메고 나선 양상이다.

특히 한완상 전 부총리는 이날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여당 하나에 다수 야당 구도로 가면 필패”라고 주장했다.

대체, 누가 필패한다는 것인가.

여론조사 결과 지금 우리나라 국민 두 명 중 한명은 새누리당을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전날 공개된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의 3월 1주차(2월 29일ㆍ3월2~4일) 여야 정당 지지도 주간집계 결과에 따르면, 새누리당은 43.7%에 달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28.0%, 국민의당은 11.6%, 정의당 4.5%, 기타 정당, 3.6%로 집계됐다. 무당층은 8.7%다.

이 조사는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2017명을 대상으로 전화면접(CATI) 및 자동응답(ARS) 방식으로 무선전화(60%)와 유선전화(40%) 병행 임의걸기(RDD) 방법으로 조사했고, 응답률은 5.2%이다. 통계보정은 2015년 12월 말 행정자치부 주민등록 인구통계 기준 성, 연령, 권역별 가중치 부여 방식으로 이루어졌고, 표집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이다. 자세한 조사 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http://www.nesdc.go.kr)를 참조하면 된다.

오차범위를 감안하더라도 더민주와 국민의당, 정의당 지지율을 모두 합쳐도 새누리당 지지율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민심은 새누리당을 향하고 있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한 전 부총리 등 재야 원로들이 주장하는 ‘필패’의 주체는 ‘국민’이 아닌 셈이다.

그들은 국민의 뜻과 다른 길을 걷는 정치집단이 패배하는 것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것이 재야원로들이 범하고 있는 첫 번째 오류다.

설사 백번 양보해 그들의 주장이 옳다고 해도 그들의 방식이 승리를 보장해 주는 것은 아니다. 역사가 입증하고 있는 사실이다.

실제로 재야 원로들은 과거 대선 국면에서도 야권 연대를 주장한 바 있다.

당시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함세웅 신부 등으로 구성된 '희망2013ㆍ승리2012원탁회의'는 지난 2012년 대선을 앞두고는 문재인·안철수 후보 단일화를 요구했다.

그것도 이른바 ‘문재인 펀드’라는 것을 발표한 시점에 즈음해 원탁회의를 했다.

당시 한 네티즌은 “이분들이 정말 공정한 단일화 의지가 있었다면 정치인펀드 같은 시점 선점형 액션을 비판하거나, 그렇게 하지 말도록 권유한 흔적이 존재해야 할텐데 지금 모습을 보면 그 권위를 의심케 하는 꼼수의 기법을 보여주고 있다”며 “적어도 단일화에 대한 진심이 있었다면 펀드는 단일화 이후 한사람에 집중하도록 했어야 하고 그렇게 요구했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었다.

즉 재야원로들의 단일화 요구는 안철수의 힘을 빼고 문재인에게 힘을 불어넣는 ‘꼼수’라는 것이다.

아무튼 그들의 바람대로 문재인 후보가 야권단일후보가 됐으나 결과는 어떤가.

문재인 후보가 대참패 했다.

실제로 당시 대선 최종 집계 결과 박근혜 대통령의 득표수는 1577만여 표로 역대 대통령 당선자 가운데 가장 많은 득표수를 기록했다. 지난 16대 때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얻은 표보다 무려 370만 표 가량이나 많았고, 1469만 표를 얻는데 그친 문재인 후보보다도 108만 표나 많았다. 득표율도 51.6%로 지난 1987년 대통령 직선제 개헌 이후 처음으로 과반 달성에 성공했다. 야권연대를 했음에도 역대 대통령 선거 가운데 가장 많은 표차가 난 것이다. 결국 ‘야권연대’는 국민의 뜻이 아니라는 게 입증된 셈이다.

어쩌면 이번 4.13 총선은 ‘야권연대’를 주장하는 재야 원로그룹 추종세력과 그에 맞서 ‘야권연대’를 반대하는 국민이 정면충돌하는 선거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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