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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와 문재인을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적당히 저울질하면서 킹메이커 노릇을 하려던 김종인이 ‘나라고 킹 못할게 뭐냐’하고 둔 포석이다.”
이는 “김종인이 ‘셀프공천’이라는 무리수를 둔 것을 어떻게 보느냐”는 모 언론사 소속 후배기자의 질문에 대한 필자의 답변이었다.
비례대표 명부가 중앙위로부터 거부당한 것에 대해선 “친노로부터 ‘킹은 아예 꿈도 꾸지 말라’는 경고를 받은 것”이라고 단정했다.
그러면서 “아마 이번 일을 통해 친노 세력이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사실을 절감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물론 필자의 이 같은 판단은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의견일 뿐, 실제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이런 해석이 틀리지 않았을 것이란 확신이 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4.13 총선에서 당선 안정권인 비례대표 2번으로 스스로를 공천했다.
김종인 대표가 당 대표에게 주어진 비례대표 3명 공천 권한 중 하나를 자신에게 사용, 사실상 ‘셀프 전략공천’을 한 것이다.
그런데 이는 과거 본인 발언과 전면 배치되는 것이다. 실제 김종인 대표는 지난달 28일 국회에서 열린 취임 한 달 기자간담회에서 “난 그런 생각(비례대표)은 추호도 없다”고 잘라 말했었다.
그러면 그 때 김 대표가 거짓말을 한 것일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에게 비례대표는 전혀 고려대상이 아니었을 것이다. 김종인 대표는 단지 ‘킹메이커’가 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손학규 전 민주통합당 대표의 측근들을 통해 문재인 전 더민주 대표가 원하는 공천을 시행한 것 역시 ‘킹메이커’다운 모습이었다.
실제 김 대표는 손학규계 인사들을 중용했다.
총선기획단장에는 손 전 대표가 지난 1월 러시아를 방문할 때 동행한 정장선 전의원을 임명했다. 총선기획단장 이외에도 선대위원·공천관리위원 등 중요한 3개 직을 맡았다.
그는 또 손 전 대표가 당을 이끌 때 당 전략기획위원장을 맡았던 대표적 손학규계 인사인 김헌태 정치컨설턴트를 정세분석본부장에 임명했다. 그 역시 정 전 의원과 함께 공천위원을 겸하고 있다.
김 대표는 바로 이들 손학규계 인사들의 손을 빌려 문 전 대표의 대권 교두보를 마련해 주려했던 것이다.
그래서 친노이면서도 문 전 대표의 대선가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이해찬, 정청래 의원 등을 컷오프하거나 박원순 서울시장 측 인사들을 대부분 낙천시켰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김 대표는 총선 이후 대안으로 거론되는 손학규 전 대표와 당내 기반이 탄탄한 문재인 전 대표를 손바닥 위에 놓고 저울질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다 생각이 바뀌었다.
김 대표는 지난 16일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킹메이커는 더 이상 안 할 것”이라면서 “킹메이커 역할은 지난 대선을 끝으로 더 이상 안 한다”고 강조했다. '구원투수'로 영입된 김종인 대표가 총선 이후의 ‘킹메이커’가 아니라 자신이 ‘킹’이 되는 것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 것은 이 때부터다.
특히 셀프공천은 그런 관측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그러다가 친노로부터 한방 먹었다.
김광진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어떻게 자신이 셀프 2번을 전략비례로 공천할 수 있을까”라며 “내가 옳다고 믿는 정치와 그가 옳다고 믿는 정치가 다른 걸까”라고 한탄했다.
정청래 의원도 전날 지지자들과의 산행에서 김 대표의 ‘셀프공천’에 대해 “한마디로 말하면 말도 안되는 공천”이라며 “비례대표를 본인 스스로 맨 앞 순위로 배치하는 몰상식이 또 벌어졌다”고 맹비난했다.
신경민 의원 역시 자신의 페이스북에 “오로지 욕심만 보인다”며 "20번으로 가거나 아예 내려놓아야 유권자 설득이 가능하다”고 비판대열에 가세했다.
이에 김 대표가 당무거부를 하는 등 ‘몽니’를 부렸지만, 결국 김 대표는 비례대표 2번에서 14번으로 밀려나는 수모를 당하고 말았다.
‘킹메이커’로 만족하라는 친노의 경고장을 받아든 김 대표가 향후 어떤 행보를 취할지 무척 궁금하다. 그나저나 더민주가 107석을 얻지 못하면 그에겐 ‘킹메이커’의 역할조차 주어지지 않을 텐데 그 땐 또 어찌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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