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문종 칼럼] 지금은 모두가 함께

홍문종 / / 기사승인 : 2016-05-03 23:5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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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반장선거를 필두로 지금껏 살아오면서 유난히 선거에 나선 경험이 많다.
그 중 가장 힘든 선거는 국회의원을 상대로 하는 당내선거가 아니었나 생각된다.

아닌 게 아니라 그 철저한 포커페이스 앞에서 속절없이 무너지는 이들을 한 두 번 본 게 아니다.
초선의원 시절, 당시 원내대표 경선에 나선 모 선배의원은 “자네가 도와주면 64표야”라며 승리를 장담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그는 고작 4표를 얻었을 뿐이었다.
또 다른 선배의원 역시 당내 선거에 출마해 밥먹고 술 마시고 골프치고...동원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다 가동해 표심을 잡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결국 26표를 얻어 뜻을 이루지 못했다.

나 역시도 같은 경험이 있다.
상임위원장 경선을 하면서 내심 압도적인 득표를 예상했다. 그러나 결과는 신승이었다.
원내대표-정책위의장 선거에서도 의원들을 상대로 한 표계산으로는 결코 지는 선거가 아니었는데 고배를 마시고 말았다.
부덕의 소치로 돌리고 말았지만 한동안 명치 끝이 아리는 고통을 감당해야 했다.

원내대표 선거를 코앞에 두고 있는 지금 어떤 결과가 나오게 될 지 솔직히 예측이 어렵다.
도무지 알 수 없는 ‘표심’ 때문에 출사표를 던진 의원들이 애를 태우는 모습은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다.
복잡한 저울질에 시달리며 선뜻 결정하지 못하는 표심은 그만큼 해법이 쉽지 않은 당내사정을 말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고 개인적 소신에 따른 선택은 아니다.
탓할 수도 없다.
따지고 보면 이번 선거에 나선 이들도 대부분 그런 형태로 자신의 투표권을 행사한 경험자이기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장 오늘 20대 국회 여당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이 결정된다.
새로운 운명공동체가 시작되는 셈이다.
이들이 주어진 막중한 임무를 잘 수행해 나갈 수 있도록 모두가 박수치고 격려하는 마음이어야겠다.
무엇보다 이번 원내대표 선거 결과를 수용하고 총력을 모아 뒷받침하겠다는 우리 모두의 각오가 우선돼야 할 것이다.
다만 이번 선거 결과가 지나친 자만심이나 낙담으로 이어지는 일이 있어서는 안되겠다.
그 누가 됐건 상황에 필요한 역할의 낙점일 뿐 결코 우열을 판가름한 결과가 아니기 때문이다.

총선 후유증에서 하루 빨리 벗어나 안정을 찾는 원내대표 리더십을 기대한다.
이 시점에서 선거품평 등 돌출발언으로 다시 삐거덕거리게 된다면 남는 건 공멸 뿐임을 명심할 일이다.
총선실패보다 더 끔찍한 대선실패에 직면하는 불행이 없도록 긴장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진심만이 국민 마음을 열 수 있다는 만고불변의 진리를 되짚고 가도록 하자.

오랜만에 촉촉이 대지를 적시는 단비가 반갑다.
태풍급 강풍 예고에도 불구하고 불끈 힘이 솟는다.
생명의 약동을 느끼게 해 주는 이 현실이 감사하다.
그렇게 또 다른 의미의 새 출발을 기원하면서 신발끈을 묶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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