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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에서)이기려고 평소 안하는 예쁜 짓도 하는데 한쪽은 친박 운운하고, 한쪽은 친문 운운하면서 갈 때까지 갔다. 그나마 (국민들이) 선거하겠다고 나간 것은 제3당의 존재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1, 2당에 맘 둘 데가 없는 국민들은 3당을 통해 그나마 스트레스를 해소했다. (결국) 1, 2당도 졌고, 국민의당도 이겼다고 생각 안한다."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김병준 국민대 교수는 9일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20대 총선 당선자 총회 '20대 국회 새누리에 바란다' 특강에서 20대 총선결과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구구절절 옳은 말이다.
실제 4.13 총선 결과 더불어민주당 123석, 새누리당 122석, 국민의당 38석, 정의당 6석, 무소속 11석으로 나타났다.
과반의석을 꿈꾸던 새누리당은 원내 제1당 자리마저 더민주에 내주고 말았다. 유권자들이 오만한 ‘친박 패권주의’를 심판한 것이다. 애초 유승민 의원을 공천하지 않을 생각이었다면 정정당당하게 ‘컷오프’를 선언했어야 옳았다. 당헌당규에도 당론 위배 행위자에 대해선 공천을 배제할 수 있도록 돼 있기 때문에 컷오프를 했더라도 문제될 것은 없었다. 물론 약간의 잡음 정도는 있었을 테지만 그게 대세를 좌우할 정도는 아니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마지막 날까지 유 의원 지역구에 대해 공천을 확정하지 않고 일정에 쫓겨 그가 스스로 탈당할 때까지 ‘질질’시간만 끌었다.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가 이른바 ‘옥새투쟁’이라는 뻘짓으로 수도권 지역에서 10석 이상을 날렸다면, 공천관리위원회의 이 같은 태도 역시 그런 정도의 의석을 날려 보냈을 것이다. 보수성향의 유권자들은 ‘원칙’대로 하지 않고 ‘꼼수’를 부린 것을 본능적으로 싫어하기 때문이다.
결국 새누리당은 야권이 더민주, 국민의당, 정의당 등으로 분열돼 있는 상황에서 치러진 선거임에도 참패하고 말았다.
그러면 더불어민주당은 승리한 것인가.
그렇지 않다. 유궈자들은 더민주가 원내 1당이 되도록 전폭적인 지지를 했으면서도 정작 야당 텃밭인 호남에선 더민주 후보들을 궤멸시키는 방식으로 ‘친노 패권주의’를 철저하게 심판했다.
우선 전국 정당지지율에 있어선 새누리당은 물론 원내 3당인 국민의당에게도 뒤져 3위에 그쳤다.
비록 후보들이 인물에서 앞서 의석수를 가장 많이 차지하긴 했으나 정당은 ‘형편없다’는 평가를 받은 셈이다.
특히 호남에선 참패했다.
더민주 후보들은 광주에선 8곳 모두 전멸했고, 전남은 10곳 가운데 고작 한 곳에서만 승리했을 뿐이다. 전북에서도 10곳 가운데 2개 선거구에서 승리한 게 전부다. 새누리당이 전남에서 한 곳, 전북에서 한 곳 승리한 것과 비교해도 별반 차이가 없을 정도로 초라한 성적이다.
이는 문재인 전 대표를 중심으로 하는 ‘친노 패권주의’에 대한 경고의 의미가 담겨 있다.
한마디로 야당은 지지하지만 더 이상 친노 패권주의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유권자의 뜻이 담겨 있다는 말이다.
앞서 문재인 전 대표는 총선 당시 광주를 찾아 “호남이 지지를 거두면 정치 은퇴를 하고 대선에도 불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그 약속대로 정치은퇴를 선언하고, 대선에도 불출마하라는 국민의 뜻이 이런 오묘한 선거 결과를 만들어낸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국민의당이 승리했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원내교섭단체 구성 요건인 20석을 훌쩍 뛰어넘어 38석을 차지한 것은 대단한 일임엔 틀림없지만, ‘호남자민련’이라는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실제 국민의당의 지역구 의석을 보면 호남에서 23석이고, 나머지는 서울의 안철수 대표 지역구인 노원병과 김성식 정책위의장의 지역구인 관악갑 등 고작 2곳에 불과하다.
전국 정당을 표방했지만 아직은 ‘전국정당’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결국 20대 총선에서 그 어느 정당도 승리하지 못한 것이다. 이에 대해 김병준 교수는 “정치권 전체가 심판을 받은 것”이라고 규정했다.
그렇다면 이제 어떤 형태로든 정치권은 재편돼야 한다. 변변한 대권주자 하나 없는 새누리당은 물론 호남에서 버림받은 문재인의 대안을 찾아야 하는 더민주와 ‘호남 자민련’의 한계를 극복해야 하는 국민의당 모두 이대로는 국민의 기대에 부응할 수 없기에 새 판짜기에 나서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자면 손학규 전 민주통합당 대표와 박세일 서울대 명예교수, 정운찬 전 국무총리 등 당 밖 인사들까지 모두 정치권으로 다시 불러들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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