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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간의 방한 일정을 마치고 30일 뉴욕으로 떠나는 반기문 총장을 향해 야권의 유력인사들은 마치 약속이나 한 듯 일제히 비난의 화살을 쏘아댔다.
심지어 반 총장을 겨냥. ‘시궁창’이니 ‘재앙’이니 하는 독설에 가까운 표현까지 등장했다.
실제 더불어민주당 정세균 의원은 "유엔 사무총장은 유엔의 일에만 집중하도록 되어 있는데, 지금 대권행보를 하는 것은 참으로 적절치 않다"며 "대한민국 국가의 체면을 손상시키는 일"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정 의원은 과거 참여정부 시절 내각에서 반 총장과 함께 일했던 사실은 언급하면서 "내각에 있을 당시에는 이분이 우리 대한민국을 책임질 분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평가절하 하기도 했다.
대통령이 되려면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칠 각오가 돼 있어야 하는데 반 총장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결단과 리더십이 있는지, 경제문제에 대한 (능력에) 의문이 있기 때문에 앞으로 검증하면 그렇게 좋은 평가 나올지 의문"이라고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그는 또 "세계평화와 분쟁의 조정을 담당해야 할 유엔 총장이 비록 모국 방문을 해서 여러 가지 국제회의 참석한 것도 사실이지만 내년 임기가 끝나면 대권 출마할 것을 강력히 시사하고 다니면서 여기저기서 정치인 만나고 아리송하게 얘기하는 것을 국제사회나 국민이 올바른 평가를 할지 유감"이라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더민주 이종걸 의원은 ‘자질론’을 내세워 반 총장을 향해 독설을 퍼붓기도 했다.
이 의원은 “반 총장은 한국 정치·경제 상황에 준비된 대통령이 아니다”라며 "대통령이 될지 안 될지 모르겠지만, 된다면 국민이 시궁창에 버리는 이름이 될지도 모르겠다. 반 총장 같은 사람이 나타나 재앙”이라고 막말했다.
사실 아직은 반 총장이 대선에 출마한다는 보장이 없는 상태인데다가 설사 출마를 결심한다고 해도 ‘검증’의 파고를 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야권이 이토록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른바 ‘반기문 돌풍’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반기문 총장이 차기 대선에서 ‘태풍의 눈’이 될 것임을 보여주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30일 중앙일보의 긴급 여론조사에 따르면, 반 총장과 문재인 전 더민주 대표의 가상 양자대결에서 반 총장은 57.2%로 문 전 대표(32.5%)를 큰 차이로 따돌렸다. 반 총장은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와의 가상 양자대결에서도 반 총장 56.1%와 안 대표 32.2%로 반 총장이 크게 앞섰다.
다자구도에서도 반기문 총장을 꼽은 응답자는 28.4%로 선두를 달렸다. 2위인 문재인 전 대표(16.2%)보다는 무려 10%p 이상 높았고, 안철수 대표(11.9%)와는 두 배 이상 격차를 벌렸다.
(이 조사는 중앙일보 조사연구팀이 지난 27~28일 양일간 지역·성·연령 기준 할당추출법에 따라 전국 성인 남녀 1000명 대상으로 실시했으며, 평균 응답률은 19.4%,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최대 ±3.1%p다. 자세한 개요는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반 총장이 더민주의 문재인, 국민의당 안철수 등 야권의 대권주자들을 압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반 총장은 정말 대통령 감으로 손색이 없는 무결점 후보인가.
그런 것 같지는 않다. 물론 국내에서 외교통상부 장관을 지낸 반 총장은 대한민국 국민으로선 처음으로 유엔 사무총장을 두 번이나 지내고 있기 때문에 인기도 많고, 존경도 받는다. 그러나 외신들을 보면 그에 대한 국제사회의 평가는 그리 좋은 편은 아닌 것 같다.
<이코노미스트>는 “절차에 집착하며 사안에 대해 즉각적이고 자연스러운 대응을 하지 못하고 업무수행에 깊이가 없다”며 “최고로 아둔한 역대 최악의 총장 중 한 명”이라고 혹평했다.
<뉴욕타임즈>는 “반기문은 세상에서 가장 많은 주목을 받을 수 있는 직위에 있으면서도 놀라울 정도로 유명무실한 인물로 남았다”며 “‘무력한 관찰자’(powerless observer) 혹은 ‘어디에도 없는 자’(nowhere man)등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깎아내렸다.
외신으로부터 그런 평가를 받는 반 총장이다. 그런데도 현재 언론에서 거론되는 유력한 야권 대선주자들은 그의 지지율에도 훨씬 못치고 있는 것이다. 야권 대선주자들이 국민들로부터 버림을 받은 셈이다. 이제 야권은 문재인, 안철수로부터 눈을 돌려 새로운 대안을 찾아 나설 때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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