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일보=고수현 기자]승부조작이 경마장에서 자행돼 온 것으로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이에 따라 관계자 33명들이 무더기로 기소되는 등 파장이 예상된다.
이렇게 이들이 조작한 경주는 총 18건으로 조사됐다. 한 경주당 매출액은 20~30억원대에 달했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는 승부조작 등 대규모 경마 비리를 적발해 전·현직 기수 8명을 포함해 총 15명을 마사회법 위반 등으로 구속기소하고, 18명은 불구속기소, 6명은 기소중지했다고 22일 밝혔다.
기수가 승부를 조작하거나 조교사가 불법으로 소유한 말을 경주에 내보내는 등 ‘경마비리’가 벌어졌으며, 뒤에는 조직폭력배 출신 브로커와 사설경마 운영 조직 등이 자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에 따르면 불구속 기소된 전 제주경마 소속 기수 A씨(30)는 2010∼2011년 총 5200만원을 받고 11차례 승부를 조작한 혐의를 받는다. 다른 기수 3명은 많게는 4900만원을 받고 7차례, 적게는 150만원을 받고 1차례 경기 결과를 조작했다.
이들은 동료 기수 B씨(34)의 제안으로 승부조작에 나선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 측은 “B씨는 사설경마장 운영자 C씨(54), 폭력조직 부두목 브로커 D씨(46)의 제안으로 동료들을 승부조작에 끌어들이고 자신도 조작에 가담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C씨는 자신의 배당금 지급 위험을 줄이고 다른 경마장에서 적중률 높은 마권을 사서 수익을 높이려고, D씨는 자신이 사설경마를 하면서 각각 승부조작을 시도했다.
통상 경마에서 우승이 예상되는 인기마는 경주 당 3∼4필인데, 조작을 통해 1∼2필을 제외하고 나머지 말에 베팅함으로써 적중률을 높이는 수법이었다.
실제로 2011년 7월23일 한 경주에서는 A씨가 탄 말이 인기순위 1위임에도 일부러 말의 고삐를 당겨 제대로 달릴 수 없게 하는 등의 식으로 속도를 늦춰 6위로 들어오는 방법으로 승부를 조작했다.
검찰은 120억원대 사설경마장을 운영한 C씨, 기수들에게 총 1억6000여만원을 주고 승부조작에 나선 D씨도 구속기소했다.
아울러 현직 제주경마 소속 기수 1명과 전 부산·경남 기수 1명은 2005∼2012년 C씨에게서 수천만원을 받고 경마정보를 제공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과천경마장에서는 조교사가 말을 소유하고 상금을 가져간 사례가 적발됐다. 마사회법상 조교사는 마주로 등록할 수 없다.
조교사 E씨(48)는 모자 업체 대표를 대리마주로 등록해 2014년부터 상금 약 3400만원을 챙기고, 자신이 관리하는 경주마 30필의 상태 등 정보를 제공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이밖에 도박개장 전과나 경제적 기준 미달로 마주 등록이 불가능한 이들이 대리마주를 내세워 상금을 챙기거나, 조교사에게 금품을 주고 말 정보를 입수해 사설도박을 한 사례가 다수 적발됐다.
검찰은 사설경마 프로그램 공급, 사설경마장 운영 업자 등 관련자 9명도 구속기소하고, 3명은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 관계자는 “정상적으로 마권을 구매한 국민에게 피해를 주는 승부조작의 폐해를 밝히고, 그동안 경마 비리 원인으로 지적돼 온 불법마주, 대리마주의 존재를 처음 밝혀 형사처벌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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