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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 전당대회를 앞두고 새누리당 계파갈등이 점입가경(漸入佳境)이다.
친박계가 ‘서청원 멍석깔기’에 나서자 김무성 전 대표의 ‘비박 줄 세우기설’이 흘러나오고 있는 것이다.
실제 친박계는 내부 교통정리와 컷오프(경선 배제)를 통해 서청원 의원을 ‘친박계 대표 주자’로 내세우려 안간힘이다.
원유철 전 원내대표가 12일 불출마를 공개선언하고 당권도전 의지를 드러냈던 홍문종 의원이 서 의원 출마여부에 따라 불출마 가능성을 밝힌 것도 같은 맥락으로 분석된다. 즉 친박계가 서 의원의 출마를 위한 ‘멍석깔기’에 나섰다는 말이다.
이에 따라 서 의원이 이르면 14, 15일경 공식 출마 선언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러자 김무성 전 대표가 ‘비박계 줄 세우기’에 나섰다는 언론보도가 잇따랐다. 김 전 대표가 14일 당 대표 당선 2주년을 기념해 지지자 500여 명을 초청하는 만찬 행사를 갖는 것도 비박 줄세우기 일환이라는 것이다.
물론 그런 의구심이 들게 만든 것은 김 전 대표다.
그가 ‘비박계 쪽에서 단일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당선되기 위해서는 당연히 단일화가 되어야지”라고 답변한 탓이다.
하지만 김 전 대표는 자신이 직접 나서서 비박계 후보를 교통정리 할 생각은 전혀 없는 것 같다.
그가 14일 대규모 만찬 모임에 8·9 전당대회 당 대표 주자를 비롯해 현역 국회의원들의 불참을 요청한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대규모 모임이 열리는 것 자체가 비박계의 세 결집 및 세 과시를 위한 모임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것에 대해 분명한 ‘선긋기’를 한 셈이다.
김 전 대표는 13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여러 어려운 상황에서 저를 당 대표로 만들어 주신 분들, 핵심 조직들과 1년에 한두 번 만나 서로 정을 나누는 자리”라고 모임이라며 “(지금까지 가진) 3번의 모임 중 한 번도 현역 의원들이 온 적 없고, 처음부터 초청도 안 했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김 전 대표가 지난 8일 정병국·김용태·홍문표 나경원 의원을 한자리에 불러 당대표 선출 문제를 논의했다는 일부 언론보도가 나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정확한 팩트가 아니다. 즉 김 대표가 4명을 한자리에 불러 당 대표선출문제를 논의했다는 보도는 사실무근이라는 것이다.
그러면 누가 그런 소리를 흘리는 것일까?
그 자리에 참석했다는 사람들 가운데 유일하게 공식적으로 출마선언하지 않은 사람이 있다. 바로 나경원 의원이다. 따라서 나경원 의원 쪽에서 의도적으로 김무성 대표의 ‘비박 줄세우기 설’을 흘리고 있는 거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한 비박계 의원은 "김 전 대표가 출마 선언도 하지 않은 나 의원을 부른 걸 보면 그의 뜻을 짐작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즉 김 전 대표가 나 의원에게 힘을 준다는 것이다.
하지만 ‘서청원 멍석깔기’나 ‘비박 줄세우기’가 과연 국민의 눈에 어떻게 비칠지 생각해 보았는지 묻고 싶다.
우선 친박이 멍석을 깔아주고 있는 서청원 의원이나 ‘김무성 비박 줄세우기설’을 흘리는 것으로 의심되는 나경원 의원은 모두 출마 명분이 부족하다.
서 의원은 지난 총선 때 수석 최고위원으로서 총선 패배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않다. 특히 총선 패배 책임을 지고 물러난 당 지도부의 일원이 전당대회에 출마한다는 자체가 넌센스다.
나 의원도 마찬가지다. 원내대표 경선에서 패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사람이 그보다 더 큰 권력을 지닌 당대표 경선에 나선다는 게 코미디 같은 일이다.
더구나 출마선언은 하지 않고 계속 ‘간보기’를 하면서 당 대표의 선거를 희화화하는 것은 정치지도자로서 올바른 태도도 아니다. 이러다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에게 ‘간철수’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이 붙었듯, 나 의원에게 ‘간경원’이라는 새로운 별명이 붙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
오죽하면 전당대회 선거관리위원장을 맡은 박관용 전 국회의장이 “선거를 하다 보면 계파 얘기가 나오는데 제발 그러지 말라”고 하소연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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