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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정치권에서 가장 많이 회자되는 신조어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이래문’이다.
그 못지않게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도로문’이라는 신조어도 상당히 많이 사용되고 있다.
8·27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서 구성될 차기 지도부가 '친(親)문재인'계 인사들로 꾸려질 가능성이 높아지자 '이래도 저래도 문재인(이래문)'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했고, 이 같은 상황을 빗대어 ‘도로 문재인 당(도로문)’이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진 것이다.
실제로 ‘이래도 저래도 문재인’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더민주 당권 주자들은 오로지 문심(친문재인계 표심) 잡기에 혈안이 된 것처럼 보인다.
우선 당권 주자 4명 가운데 송영길·추미애 의원, 김상곤 전 혁신위원장 등3명은 사실상 문재인 전 대표 측 인사들로 분류되고 있다. 이종걸 의원만 유일하게 비문(비문재인계) 인사다.
이런 상황이라면 문심의 분열은 불가피하다. 따라서 이종걸 의원은 3명의 본선진출자를 가리는 ‘컷오프(예비경선)’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현재 판세는 ‘2강(송영길·추미애) 1중(김상곤) 1약(이종걸) 구도’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비문표가 결집해 이종걸 의원에게 표를 몰아주더라도 친문표 1/3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셈이다. 한마디로 이번 승패는 어느 후보가 ‘문심 지분율’을 가장 많이 가져가느냐에 의해 판가름 난다고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특히 예비경선은 더욱 그렇다. 문심이 결정적이다.
예비경선은 전당대회 본선과는 다른 방법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실제 ‘컷오프’할 때 여론조사나 일반 당원의 의중은 포함되지 않고 국회의원, 지역위원장, 단체장, 중앙당 당직자 등으로 구성된 당중앙위원회에서 상위 3명만 가려낸다.
따라서 이종걸 의원이 제아무리 5선의 저력을 발휘하고, ‘비주류’ 표가 결집한다고 해도 ‘이래문’과 ‘도로문’의 장벽을 뛰어넘기 어려울 것이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를 비롯해 박영선 의원 등이 끝까지 이종걸 의원의 출마를 만류한 것은 이 때문이다.
특히 김 대표는 이 의원에게 “쓸데없이 판을 키우지 말라”는 당부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이래문’이라거나 ‘도로문’이라는 얘기가 부담스러운 문 전 대표는 전당대회에 어떤 시그널도 보내지 않고 있다. 그러다보니 문 전 대표와 가까운 인사들이 송영길 의원과 추미애 의원 쪽으로 나뉘어져 있다. 실제 이호철 전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비서관, 박선원 전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전략비서관, 강화수 전 청와대 정책조정행정관 등은 송영길 의원을, 최재성 의원 그룹은 추미애 의원을 각각 돕고 있다.
그러나 문재인 전 대표가 아무리 ‘더민주는 문재인 당’이라는 지적에 아닌 척 하고 있어도 ‘이래문’과 ‘도로문’이라는 비아냥거림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간간히 더민주 당권주자들 사이에서 손학규 전 민주통합당 대표를 향해 ‘러브콜’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것은 사실이다.
가장 늦게 전대 출마를 선언한 이종걸 의원은 “제가 이번에 해남 땅 끝 마을에 가서 손 전 고문의 저녁이 있는 문화행사에 참석했다”며 “손 전 고문의 합류를 이끌겠다. 제가 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당권주자인 추미애 의원도 최근 한 방송에 출연, "손 전 대표는 우리 당의 상임고문이고 주요 대선 후보"라며 "돌아오셔서 당의 정치자산이 되는 행보를 해주면 좋겠다"고 러브콜을 보냈다.
송영길 의원 역시 최근 문화방송 라디오 인터뷰에서 "총선 후 강진으로 한 번 찾아가 손학규 전 고문을 만났다"며 "손 전 고문이 복귀한다면 대선 경선에 참여하려 할 것 같은데, 제가 대표가 되면 만나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상곤 전 혁신위원장도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손학규 전 대표가 빨리 더민주로 복귀했으면 좋겠다"면서 "제가 대표가 되면 복귀할 여건들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피력했다.
하지만 손학규 계 의원들의 표심을 의식한 것일 뿐, 거기에 진정성이 담겨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심지어 새누리당에서도 그런 정도의 러브콜은 보내고 있다. 실제로 새누리당 당권주자인 이주영 의원은 전날 한 방송에 출연, 손 전 대표 영입의사를 밝혔었다.
특히 국민의당의 러브콜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목소리가 크지 않다. 아무래도 더민주는 전대 이후 ‘이래문’, ‘도로문’이라는 달갑지 않은 별칭을 꼬리표처럼 달고 다녀야 할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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