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지대론은 ‘손학규 현상’

고하승 / / 기사승인 : 2016-09-07 15: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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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오늘 박형준 전 국회사무총장이 안철수 현상과 제3지대론에 대해 언급했다.

“안철수 현상은 안철수 의원이나 국민의당에 대한 적극적 지지가 이루어낸 것이 아니다. 한국정치 이대로는 안 된다는 국민들의 염원이 투영된 현상이다. ‘적대적 공생관계’로 기득권을 유지해온 양당 체제에 대한 대안을 찾는 바람이었다. 그 수혜자가 ‘국민의당’이었을 뿐이다.”(중략)

“총선 이후 양당이 제대로 반성하고 혁신했다는 징후는 어디에도 없다. 오히려 ‘친박’ ‘친문’의 기득권은 공고화되고 폐쇄성은 깊어졌다. 따라서 ‘안철수 현상’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일 수밖에 없다.”(중략)

이는 필자가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인 2014년 9월 1일에 쓴 칼럼과 닮은꼴이다.

당시 필자는 비록 제3지대를 갈망하는 ‘안철수 현상’이 소멸되지만, 그에 대한 국민의 기대마저 사라진 것은 아니기 때문에 ‘손학규 현상’으로 재현될 것이란 취지의 칼럼을 쓴 바 있다.

“야권의 유력 대권주자들이 지난 7.30 재보궐선거의 참패로 타격을 받았었다. 대표적인 인물이 손학규 전 상임고문과 안철수 전 공동대표다. 손학규 전 고문은 7.30 재보선 당시 ‘새누리당 텃밭’에 나섰다가 정치신인에게 패하면서 정계은퇴를 선언했고, 안철수 전 공동대표는 재보선 참패에 따른 책임을 지고 2선으로 후퇴했다. 그리고 한 달이 지난 지금, 두 사람에 대한 평가는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중략)

“당내 일각에서는 손 고문이 이대로 정계를 은퇴하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며 삼고초려를 해서라도 손 고문을 다시 모셔 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민들 역시 그의 은퇴선언을 크게 아쉬워했다. 실제 최근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 7.30재보궐선거 낙선자 중 가장 아쉬운 인물로 손학규 전 상임고문이 압도적으로 꼽혔다. 이에 따라 손 고문은 지금은 죽은 듯 보이지만 언제 부활할지 모르는 휴화산으로 분류되고 있다.” (중략)

“반면, 안철수 전 대표는 치명상을 입었다. 정치적 타격이 심각한 수준이다. ‘새정치’ 깃발을 내걸었으나 통합신당을 창당한 이후 ‘구태정치’라는 비판만 받다가 불과 4개월여 만에 당대표 직에서 물러나고 말았다. 말이 자진사퇴였지, 사실상 끌어내려진 것이나 다를 바 없다.”(중략)

“혹시 국민들은 여전히 ‘안철수 현상’에 대한 미련을 접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즉 안철수 공동대표는 비록 국민에게 버림받았지만, 국민들은 여전히 ‘새정치’에 대한 기대를 갖고 있는 것 아니냐는 뜻이다. 아무래도 그럴 가능성이 농후해 보인다.” (중략)

“만일, 국민의 요구에 따라 ‘제 3의 정치세력’이 등장한다면 누가 그 세력을 이끄는 중심인물이 될까? 혜성처럼 등장하는 전혀 새로운 인물일까? 아니면, 칩거를 마치고 돌아오는 손 전 고문일까?”

‘콕’ 집어서 손 전 고문을 언급한 것은 그가 제3지대의 중심인물이 될 것이란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게 바로 ‘안철수 현상’을 대신할 ‘손학규 현상’인 셈이다.

2016년 2월 16일 칼럼은 보다 명확하게 ‘손학규 현상’을 말하고 있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이제 ‘안철수 현상’은 소멸된 것 같다고 말한다. 20대 총선에서 ‘제1야당’에 도전하는 국민의당 지지율이 안철수 상임공동대표가 지난 해 더불어민주당(당시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한 이후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는가 하면 안 대표 개인의 지지율도 보잘 것 없는 탓이다.” (중략)

“이게 한 때 정국을 강타했던 ‘안철수 현상’이라면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대체 왜, 국민은 안철수 대표와 국민의당에 대한 기대를 접고 있는 것일까? ‘새정치’에 대한 국민의 기대와 욕구를 충족시켜주지 못하기 때문이다.”(중략)

“사실 국민이 바라는 ‘새정치’는 그리 어려운 게 아니다. 아주 간단하다.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의 양당체제를 타파하는 ‘제3당 정치’가 바로 새정치다. 그것은 보수와 진보라는 이념과 진영 논리에서 탈피한 ‘중도 정치’이기도 하다. 그런데 국민의당은 ‘제3당’의 길을 걷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보이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중도 정당’의 모습도 보여주지 못했다.”(중략)

“그러면 정말 ‘안철수 현상’은 완전히 소멸된 것인가. 그렇지는 않다. 안철수 현상은 양당의 기득권 체제를 타파하고, 보수와 진보를 뛰어 넘는 민생을 우선하는 유권자들의 염원이기 때문이다. 물론 국민의당이나 안 대표가 유권자들의 기대를 저버릴 경우, 유권자들은 과감하게 등을 돌릴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기대마저 접어버리는 것은 아니다. 유권자들은 분명히 제2, 제3의 안철수 현상이 나타나기를 학수고대할 것이다. 어쩌면 그 현상은 ‘손학규 현상’으로 나타나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아니나 다를까.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를 향했던 촛대가 요즘 손학규 전 대표 쪽으로 옮겨지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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