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지대 모든 길은 ‘손학규’로 通한다

고하승 / / 기사승인 : 2016-09-11 11:4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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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요즘 소위 ‘제3지대론’이라는 게 정치권의 최대 핫이슈로 떠올랐다.

새누리당 친박패권 세력과 더불어민주당 친문패권 세력의 발호(跋扈)에 염증을 느낀 국민이 새로운 정치세력의 탄생을 갈망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여권에선 새누리당을 탈당한 이재오 전 의원이 지난 6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제3지대를 표방하는 ‘늘푸른한국당’ 창당발기인 대회를 열었고, 그에 앞서 정의화 전 국회의장은 의장 퇴임 후 ‘친정’인 새누리당으로 다시 돌아가지 않고, 지난 5월 26일 제3지대의 ‘빅텐트론’을 주장하며 싱크탱크 ‘새 한국의 비전’을 창립했다.

야권에선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가 정계개편의 한 축을 맡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문재인 사당화로 인해 비문 세력의 '3지대론'이 조기에 점화될 가능성이 높은 탓이다.

실제 김 전 대표는 최근 “새누리당은 친박으로 더민주는 친문으로 계속 가고 있는데 이렇게 간다면 중간지대에서 정계개편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하는가하면, “내가 플랫폼을 만들고 대선행 티겟을 끊어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대선 플랫폼’ 구상을 밝힌 바 있다. 즉 김 전 대표가 당 안팎의 비문 주자들을 중심으로 플랫폼을 만들고 제3 지대에서 판을 키우는 역할을 하겠다는 뜻이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역시 제3지대론을 설파하고 있다.

그는 "다음 대선은 양 극단 대 합리적 개혁세력 간의 대결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며 "지난 대선 때처럼 양 극단 중 한쪽이 정권을 잡게 되면 절반도 안 되는 국민을 데리고 나라를 분열시키면서 아무 문제도 해결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마디로 제3지대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여기에 더불어민주당 소속 박원순 서울시장도 제3지대 합류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이들 가운데 어느 한 사람이 제3지대의 ‘태풍의 눈’이 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실제 그들에게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도 아니다.

그렇다면 누가 제3지대의 ‘태풍의 눈’일까?

아무래도 최근 ‘새판짜기’를 언급한 손학규 전 민주통합당 대표가 아닐까 싶다.

새판을 짜야 한다는 의미는 기존의 정당체제, 정당구조를 혁파해야 한다는 뜻으로 정계 복귀하더라도 기존 정당에 가지 않겠다는 의미일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제3지대론에 거론되고 있는 인물들이 모두 손학규 전 대표와 비공개 회동을 가진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손 전 대표가 김종인 전 더민주 비대위 대표와 박원순 서울시장,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등 야권의 주요 인사는 물론 최근엔 구 여권인사인 정의화 전 국회의장과 전남 강진에서 비공개 회동하는 등 ‘제3지대’를 위한 광폭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실제 손 전 대표는 지난 8일 광주예총회관에서 열린 시민예술대학 정치 강좌를 마친 뒤 강진으로 이동한 정 의장과 한 음식점에서 만찬을 겸해 약 90분간 회동을 가졌다.

정계복귀 '초읽기'에 들어간 손 전 대표가 국회의장 퇴임 후 새누리당으로 복당하지 않은 채 새로운 정치세력화를 시도하고 있는 정의화 전 의장과 회동을 가진 이유는 무엇일까?

앞서 손 전 대표는 지난달 13일엔 김종인 전 더민주 비상대책위 대표와 2시간여 동안 비공개 단독 만찬 회동을 가졌고, 같은 달 16일엔 박원순 서울시장이 손 대표가 머물고 있는 전남 강진을 찾아와 한 시간 가량 비공개 회동을 가졌다. 휴가중인 박 시장이 휴가 첫날 첫 일정으로 전남 강진에 칩거 중인 손 전 대표를 찾아간 것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전 상임공동대표도 광주를 방문했던 지난달 28일 전남 강진까지 찾아가 손학규 전 대표와 회동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결과적으로 제3지대론의 중심에 서 있는 여야 주요 인사들이 모두 손 전 대표와 비공개 회동을 가진 셈이다. 그러면 제3지대를 향한 손 전 대표의 광폭행보, 이게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어쩌면 ‘제3지대’의 모든 길은 손학규로 통한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국민들도 여당의 합리적 개혁세력과 야당의 온건 진보세력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그야말로 제3지대를 성공으로 이끌 적임자라는 생각을 지니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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