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이정현의 ‘치킨게임’을 바라보며

고하승 / / 기사승인 : 2016-09-30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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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사상 초유의 여당 대표 단식이라는 승부수를 띄었지만 정세균 국회의장은 '요지부동'이다.

이 대표가 정 의장의 사퇴를 촉구하며 ‘단식’이라는 초강수를 두었음에도 정 의장이 이 대표를 향해 “내 상대가 아니다”라며 의도적으로 무시하는 태도를 보인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대치정국을 풀어야할 핵심 플레이어들이 이처럼 강경한 태도로 일관하면서 정 의장과 이 대표간의 대치가 점차 '치킨게임' 양상으로 흐르고 있어 걱정이다.

실제 이정현 대표는 28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방송기자클럽 초청토론회에서 정세균 의장이 물러날 때까지 단식농성을 계속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의장이 중립과 의회주의를 포기하고 완전히 야당 입장에서 편파적으로 의정을 보면서 대립을 조장하고 있는데 이걸 방치하면 계속해서 당하게 된다”며 “민주주의와 의회주의를 이런 식으로 하루아침에 뒤엎고 거래한 데 대해 어영부영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강력한 의지를 보였다.

그런데 정 의장은 같은 날 서울외신기자클럽 간담회에서 야당 측의 유감 표명 제안마저 일축했다.

그는 "유감 표명할 내용이 없다"며 "지금까지 직무수행에서 헌법이나 국회법을 어긴 적이 없다"고 완강한 태도를 보였다.

정 의장의 강성 스탠스에 부담을 느낀 더민주 우상호 원내대표와 국민의당 박지원 비대위원장이 정 의장에게 '유감 표명'을 하는 방안을 제안했지만 전혀 먹히지 않았던 것이다.

심지어 정 의장은 "정당의 대표들은 물론 그들이 국회의 일원이기 때문에 제가 존중하고 필요하면 대화할 수 있겠지만, 국회 운영에 있어 제 카운터파트(상대)는 세분의 원내대표"라면서 이정현 대표는 자신의 상대가 아니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정 의장의 이런 태도에 새누리당은 발끈했다. 전날 오후 국회 본관 앞에서 '정세균 사퇴 관철 당원 규탄 결의대회'를 갖는 등 대규모 무력시위를 벌인데 이어 29일엔 정 의장을 검찰에 고발하고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하는가하면 조만간 언론에 대대적으로 비난 광고를 게재할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새누리당은 지도부 전체가 동조 단식에 들어가기로 하는 등 오히려 투쟁 수위를 한층 끌어올릴 태세다.

이로 인해 국회에서 정치는 실종되고 투쟁만 난무하는 것이 아닌지 우려 된다.

사실 이번 문제의 발단은 야당이 단독으로 김재수 농림부장관을 해임안처리를 강행한 데서 비롯됐다. 이른바 ‘괘씸죄’로 인해 장관에 임명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사람을 해임시키겠다는 야당의 발상이 국민의 눈에 곱게 비칠 리 없다. 물론 거기에 동조하는 태도를 보인 정 의장 역시 책임을 면키 어렵다. 이런 국민의 마음이 여론조사에도 고스란히 나타났다.

실제 이날 공개된 리얼미터 9월 4주차 주중집계(무선 8: 유선 2 비율, 전국 1512명 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5%p) 결과에 따르면, 새누리당 지지율이 야당의 ‘김재수 농림부 장관 해임건의안 처리’에 강력 반발하며 급격한 반등세를 보였고, 박근혜 대통령 역시 동반 반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선주자 지지도에서 반기문 UN 사무총장은 거의 모든 지역과 계층에서 결집하며 20%대 중후반으로 반등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3당은 ‘해임안 정국’에서 나란히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야권 주자군의 지지층도 상당 폭 감소했다. 이게 민심의 현주소다.

그러나 이런 사태가 앞으로도 계속되면 새누리당 역시 후폭풍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국민은 투쟁하는 정치인이나 정당보다 정치력을 발휘해 협치(協治)를 이루는 정치인과 정당을 더욱 선호하고 지지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재의 유력 정치인들 중에 그런 경륜 있는 정치인이 있는지 의문이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초선 의원의 경력이 사실상 정치이력의 전부이고, 안철수 전 대표는 이제 겨우 재선으로 실수에 실수를 거듭해온 사람이다. 따라서 두 사람모두 국민에게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래서 국민은 4선의 국회의원 경력에 민선3기 경기도지사, 보건복지부 장관 등 풍부한 정치경험과 행정경험을 지닌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의 경륜을 그리워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특히 많은 정치인들로부터 존경을 받는 그이기에 이런 시국에 그가 정치력을 발휘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다.

이쩌면 정세균-이정현의 ‘치킨게임’을 바라보는 국민 상당수의 생각이 이럴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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