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백남기 부검영장 강제집행 시도… 유족 반대로 철수

고수현 / smkh86@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16-10-23 16: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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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쟁본부, 스크럼·바리케이트로 경찰 진입 막아
종로경찰서장 "유족 의사 존중… 재집행은 검토"


[시민일보=고수현 기자]경찰이 23일 민중총궐기 집회에서 경찰 물대포를 맞고 쓰러져 숨진 고(故) 백남기씨(69)의 시신 부검영장의 강제집행을 시도했으나, 백남기 투쟁본부 측의 반발로 인해 저지됐다.

이날은 백씨가 지난 9월25일 서울대병원에서 사망한 지 29일째이며, 경찰이 9월28일 발부받은 부검영장 집행 시한(10월25일) 이틀 전이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이날 오전 10시 부검영장을 강제집행한다”고 투쟁본부 측에 통보하고 이어 오전 10시 홍완선 종로경찰서장이 형사들을 대동하고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을 찾아 영장 집행을 시도했다.

이에 현장에서는 투쟁본부 측 수백명을 비롯해 더불어민주당 박주민·정재호 의원, 정의당 유소하 의원이 모여 경찰 진입을 입구에서부터 막았다.

투쟁본부 측은 스크럼을 짜고 몸에 쇠사슬을 이어 묶은 채 강하게 저항했다. 영안실로 가는 길목에는 장례식장 내부 집기를 쌓아 바리케이드를 설치했다.

투쟁본부 측 반발이 거세자 경찰은 일단 진입을 중단했으며, 현장에 있던 야당 의원들이 협의를 위해 중재에 나섰다.

결국 경찰은 “유족이 직접 만나 부검 반대 의사를 밝히면 오늘은 영장을 집행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변호인을 통해 유족 측에 전달하며 한발 물러섰다.

그러나 유족은 부검에 반대하며 경찰과 접촉도 원치 않는다는 뜻을 재확인했다.

백씨의 딸 백도라지씨는 “자꾸 가족을 만나고 싶다고 하는데, 아버지를 돌아가시게 하고 장례를 못 치르게 하는 경찰을 만나고 싶겠나”라며 “부검영장을 강제집행하려는 꼼수로 절대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백씨는 “우리가 선임한 법률대리인을 만나는 것이나 우리 가족을 만나는 것이나 똑같다”며 “더는 가족을 괴롭히지 말라”고 말했다.

경찰은 유족 뜻을 받아들여 이날은 영장 집행을 중단하고 철수했다.

홍완선 종로서장은 철수 전 기자들에게 “유족을 만나 충분히 협의하고자 했다”며 “오늘 만나지 않겠다는 의사를 직접 만나 설명하지는 않았지만, 언론을 통해 명시적으로 반대 입장을 전달받았다”고 말했다.

홍 서장은 ‘24일 다시 영장 집행이나 협의를 시도할것이냐’는 질문에 “아직 (영장 집행 시한까지)이틀 남았는데 그 부분은 다시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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