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추천 총리, 왜 손학규라야 하는가

고하승 / / 기사승인 : 2016-11-12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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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최순실 사태는 권력이 집중되는 대통령제의 폐해다. 집중된 권력을 분산하고, 행정부와 의회 권력의 조화를 갖추는 게 중요하다.”

가장 유력한 국회 추천 총리 후보로 꼽히는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는 9일 오전 충북도청 브리핑 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개헌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특히 그는 새로운 국회추천 총리의 역할에 대해 "대통령의 명에 따라 내각을 총괄하는 총리가 아니고 대통령의 실질적 권한을 이어받아 6공화국에서 7공화국을 준비하는 과도정부의 수반으로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이번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 국정농단사건’을 통해 제왕적 대통령제 폐해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만큼 개헌으로 한 사람에게 집중된 권력을 분산하도록 해야 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국회추천 총리는 개헌 논의를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는 역할을 수행해야한다는 것이다.

같은 날 비슷한 시각, 국회에서는 '국가전략포럼 비상시국회의 토론회'가 열렸다.

그런데 여기에서도 개헌 필요성을 주장하는 여야 유력인사들의 목소리가 잇따랐다.

노무현정부 당시 노동부 장관을 지낸 이상수 전 의원은 “지금 적폐의 원인은 제왕적 대통령제 하의 승자 독식구도에 있다. 헌법을 개정해 적대문화의 폐해를 고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 역시 “이런 사태(최순실사태)는 대통령에 따라 5년 만에 바뀌는 연례행사다. 권력 주변, 권력에 기생해 사리사욕을 탐하고 국정을 농단하게 하는 마음은 인간의 못된 습성 중 하나이기 때문에 막을 도리가 없다”며 “이런 비극을 더 이상 만들지 않기 위해 제왕적 권력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 국민들에게 이런 실망을 드리지 않기 위해 국가 체제를 바꾸는 그런 개헌에 몰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실 1987년 6월 민주화 항쟁의 결과로 만들어진 소위 ‘87년체제’의 헌법이 수명을 다했다는 데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역대 대통령 사례에서 보듯 대통령 임기 말이면 어김없이 되풀이되는 청와대와 대통령 주변의 권력형 비리는 결국 대통령의 강력한 권한에서 비롯됐기 때문에 대통령의 권한을 빼는 ‘분권형 대통령제’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선 정치권에서 이미 충분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국회 개헌추진 의원 모임에 전체 의원의 3분의 2 이상인 200여 명이 참여하고 있다는 게 그 반증일 것이다.

따라서 정치권이 마음만 먹는다면 대통령제 폐해를 차단하는 분권형 대통령제로의 개헌은 그리 어려운 게 아니다.

특히 국정혼란을 수습할 거국중립내각 총리로 여야 합의에 의해 분권형 개헌의지가 뚜렷하고, 국민의 신망이 두터운 인사가 추천된다면 내년 대통령 선거 이전에 개헌을 하는 것도 아주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다.

그런데 현실을 보면 암담하다.

국가의 미래나 국민의 안위를 위해서라도 제왕적 대통령제를 뜯어 고쳐 국민주권이 강화되는 ‘7공화국체제’를 만들어야하는데 이를 방해하는 정치인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대로 가면 자신이 ‘제왕적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는 정치인들이 특히 문제이고 걸림돌이다.

실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짧은 기간에 개헌을 논의하기 어려운 만큼 불가능한 일에 힘을 낭비해서는 안 된다"며 개헌론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는 ‘최순실게이트’로 인해 최대반사이익을 얻고 있는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그가 여야 모든 대선주자들 가운데 가장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 이런 상태가 대선까지 이어진다면 ‘제왕적 대통령’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러니 굳이 권력을 나누는 분권형 개헌을 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 역시 "개헌 이전에 해야 하는 많은 일들이 있다"면서 개헌론과는 거리를 두고 있다.

안 전 대표는 호남에서 버림받은 문재인 전 대표가 낙마할 경우 자신이 ‘제왕적 대통령’이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 개헌에 동참할 생각이 없는 거 아니겠는가.

하지만 제왕적 대통령을 꿈꾸는 이들 두 사람 때문에 대통령제 적폐를 차단하는 분권형 개헌을 추진하지 못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란 점에서 우려가 크다.

국가의 발전과 국민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개헌은 반드시 논의돼야 하며, 그런 차원에서 국회추천 총리는 분권형 개헌론자인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가 적임자라는 판단이다.

실제 그는 정계복귀를 선언하면서 “7공화국을 여는데 온 몸을 던지겠다”고 밝혔다. 단순히 개헌을 하자고 제안한 것이 아니라 공화국을 바꾸자고 한 것이다.

공화국은 헌법이 바뀔 때마다 바뀌는 것이 아니라 통치구조가 바뀔 경우에만 바뀌는 것이다.

결국 손 전 대표의 개헌 방향은 통치구조를 바꾸는 개헌, 즉 분권형 개헌을 의미하는 것으로 무엇보다도 국민의 참정권을 확대하는 개헌이다. 가장 바람직한 방향이다.

부디 여야 각 정당은 정파적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손학규 전 대표가 국회 추천총리가 될 수 있도록 합의해 주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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