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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로 국정 혼란이 가중되는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다양한 정국 수습방안이 거론되고 있으나 뾰족한 묘수가 보이지 않는다.
박근혜 대통령의 2선 후퇴에 따른 거국중립내각 구성, 하야 또는 탄핵 이후 조기 대선 등 다양한 시나리오가 백가쟁명 식으로 나열되고 있으나 모든 방안이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탓이다.
지난 12일 서울 광화문 인근에는 수많은 국민들이 모여 현 정권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고 박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했다. 정치권의 분위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실제 박근혜 대통령과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영수회담 개최 합의가 추 대표 측의 철회로 백지화되면서 15일 야 3당은 ‘대통령 퇴진’으로 당론을 통일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 3당은 ‘대통령 퇴진’으로 전열을 급속히 재정비할 방침이다.
그러나 여당은 물론 민주당과 국민의당 등 각 정당의 셈법이 저마다 다르다는 게 문제다.
먼저 집권당인 새누리당을 보자.
이정현 대표 퇴진문제로 당의 내분은 갈수록 격화되어 '한지붕 두가족'이란 말이 나오는 지경에 이르렀다. 사실상의 분당 수순에 들어갔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러다보니 제대로 된 해법을 제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면 제1야당인 민주당은 어떤가.
탄핵에 대해 신중론을 택하고 있다. 탄핵 정국이 되면 탄핵 의결정족수를 확보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탄핵안이 설사 국회 본회의를 통과되더라도 헌법재판소가 탄핵을 인용하지 않을 경우 역풍에 시달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헌법재판소의 결정까지 최장 180일이 걸린다. 그 사이 황교안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국정을 이끌게 되는데 그것은 민주당에 있어선 최악의 시나리오다.
황 총리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을 대체할 여권의 잠재적 대권주자인데다가 그가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일을 말끔하게 잘 처리할 경우 야당에 유리하던 여론이 여권 쪽으로 급격히 쏠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탓이다. 결국 민주당은 ‘하야’를 주장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민주당이 하야를 주장한다고 해서 박 대통령이 스스로 물러날 가능성은 별로 없다.
그러면 민주당과 야권공조를 이루는 국민의당은 어떤가.
안철수 전 대표는 탄핵 정국을 주도해 새누리당 비박계를 껴안아 제3지대를 키우겠다는 의도를 굳이 숨기려 들지 않았다. 실제 그는 최근 기자회견을 통해 “박 대통령이 물러나는 것이 혼란을 수습하고 대한민국을 정상화하는 길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안 전 대표의 이런 강경한 대응은 되레 여론의 역풍을 맞았다.
여론조사 전문업체 한국갤럽이 지난 11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자.
갤럽은 11월 8일부터 10일까지 사흘간 전국 성인 1003명(총 통화 4089명 중 1003명 응답 완료. 응답률 25%.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그 밖의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한국갤럽 홈페이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을 대상으로 차기 정치 지도자 선호도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는 지난 9월 3%에서 이번에는 6%로 급등했다. 특히 호남 지지율은 17%로 12%에 그친 안 전 대표를 5%포인트나 앞섰다. 문 전 대표(18%)와는 1%포인트 차이로 선두다툼을 벌였다. 안 전 대표와 함께 중도개혁적인 이미지를 갖고 손 전 대표의 지지율이 두 배 가량 올랐다는 것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대체 그 이유가 무엇일까?
손 전 대표는 ‘최순실사태’ 발생 초기부터 지속적으로 대통령의 2선 후퇴와 과도내각 성격의 거국내각 구성을 주장해왔다. 비록 12일 촛불 집회에 동참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입장을 바꾼 것은 아니다. 그런 안정적인 지도자의 모습이 유권자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얽히고설킨 ‘최순실사태’의 실마리를 풀어나갈 해법은 이미 정해진 것이나 다를 바 없다. 손 전 대표의 주장을 박근혜 대통령과 정치권이 받아들이면 되는 것이다.
즉 대통령은 즉시 2선으로 물러나고 여야 각 정당은 거국중립내각을 이끌어 나갈 합리적이고 중립적 성향을 지닌 총리 후보를 선출하면 되는 것이다.
이런 간단한 해법을 놔두고 여야 각 정당의 대권주자들이 이해관계에 얽매여 자신들에게 유리한 해법만 고집하다보니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는 것 아니겠는가.
솔직하게 말해보자. 국회가 총리를 합의해 추천할 경우 '최순실 국면'은 사실상 끝나 버린다.
이는 현 국면을 최대한 길게 끌어가고 싶은 야당으로서는 원치 않는 시나리오일 것이다. 그래서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이루어질 수 없는 ‘하야’를 주장하거나 ‘탄핵’한다고 으름장을 놓으면서 시간만 ‘질질’ 끌고 있는 것 아니겠는가. 국민의 눈엔 비선실세의 국정농단을 방치한 박근혜 대통령도 밉게 보이지만 이런 사태를 수습하기는커녕 되레 즐기는 모양새의 야당도 곱게 보일 리 만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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