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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청와대는 박근혜 대통령의 즉각적인 하야(下野)나 '질서 있는 퇴진'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실제 청와대 정연국 대변인은 정국 수습 방안에 대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고심하고 있다"면서도 '대통령 하야나 퇴진 가능성도 열어두느냐'는 기자들 질문에 대해선 "그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하야는 헌정 질서가 중단되고 국가적 혼란을 부르는 일이기 때문에 할 수 없다고 한다. 그건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면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인 ‘질서 있는 퇴진, 즉 대통령이 스스로 사퇴 시한을 제시하고 과도 내각을 구성해 국정과 차기 대선 관리를 맡기도록 하는 방안은 왜 받아들이지 않는 것인가. 대통령이 끝내 ‘하야’나 ‘질서 있는 퇴진’을 거부한다면, 남은 방법은 하나다. 탄핵을 통해 대통령을 그 자리에서 끌어내릴 수밖에 없다.
탄핵은 국회가 합법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방안이다. 따라서 비선실세의 국정농단에 따른 책임을 묻고 대통령 탄핵절차를 밟으면 된다.
더구나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요구 여론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는 마당이다. 특히 민심을 확인한 새누리당 비박계 내에서도 점차 ‘탄핵’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친박계도 겉으로 드러내진 못하지만 ‘이제 탄핵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는 분위기다.
실제 새누리당 비박계 좌장 격인 김무성 전 대표는 “야당도 헌법 질서에 맞는 문제 해결 방안을 내놔야 한다”며 “탄핵의 길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내 친박계인 김진태 의원도 "차라리 정정당당하게 탄핵안을 발의해 통과되면 새 대통령을 뽑자"고 말했다.
특히 국민의당은 당 차원의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촉구 결의안 채택 추진과 함께 국회 차원의 박 대통령 탄핵소추 특위 설치를 제안했다.
그런데도 국회는 탄핵절차조차 밟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대통령이 조건 없는 퇴진을 선언할 때까지 국민과 함께 전국적인 퇴진 운동에 나서겠다"고 말하면서도 정작 탄핵에 대해선 거리를 두고 있는 탓이다.
실제 문 전 대표는 탄핵에 대해선 "지금은 탄핵을 논의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그러면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 사실 뾰족한 수가 없다.
문 전 대표가 생각해 낸 방안이라는 게 고작 야 3당과 시민단체들이 참여하는 '비상시국 기구'를 구성해 대통령 퇴진 운동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대통령이 스스로 하야할 생각이 없는 한 ‘비상시국 기구’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다. 그냥 논의한답시고 허송세월만 보내게 될 뿐이다. 문 전 대표가 그걸 모를 리 없다. 그렇다면 혹시 문 전 대표는 이런 국면이 빨리 끝나는 걸 원치 않는 것은 아닐까?
아무래도 그런 것 같다. 즉 이런 혼란이 지속돼야 자신이 차기 대선에서 유리해 질 수 있다는 전략적 판단에 따라 탄핵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것 같다는 말이다. 하지만 그로 인해 고통 받는 국민을 생각한다면 그래선 안 된다. 따라서 여야 정치권은 ‘하야’와 ‘2선퇴진’을 거부한 대통령에 대한 탄핵절차에 돌입해야 한다.
그에 앞서 먼저 국회에서 여야 합의에 의해 새로운 거국내각 총리를 선임해야 한다.
만일 총리를 새로이 선임하지 않고 탄핵절차에 돌입할 경우 현재의 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이 되는데, 그것은 곧 황교안 총리를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만드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 것이다.
만일 황교안 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이 될 경우, ‘최순실게이트’의 진상이 제대로 밝혀질지 의문이다. 그것은 최악이다. 적어도 황 총리가 권한대행이 되는 것만큼은 막아야 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탄핵절차를 밟기 이전에 먼저 여야 합의에 의해 거국내각 총리를 선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거국내각 총리가 선출되면 곧바로 탄핵절차에 돌입해야 함은 두말할 나위 없다.
그러면 거국내각 총리는 어떤 자격을 갖추어야 하는가.
우선 ‘최순실게이트’ 사건에서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만큼 국민주권을 강화하는 ‘분권형’으로의 개헌의지가 뚜렷한 사람이어야 한다. 그리고 여야 어느 정당에도 치우치지 않는 중립적 인사라야 한다. 게다가 국민들로부터도 폭넓은 지지를 받는 풍부한 경륜의 지도자라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그 적임자는 바로 ‘제 7공화국’ 시대를 열기 위해 온몸을 던지겠다는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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