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종범·정호성·최순실 3명
檢, 중간 수사결과 발표
[시민일보=고수현 기자]검찰이 ‘국정농단’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씨(60)의 각종 범죄 혐의에 박근혜 대통령이 상당부분 공모한 것으로 보인다는 수사결과를 내놓았다.
그러나 헌법상 불소추 특권에 따라 현역 대통령에게는 기소가 불가능해 정치권을 중심으로 박 대통령의 법적 책임을 둘러싼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20일 오전 11시 최씨,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전 부속비사관 등 핵심 피의자 3명을 상대로 한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검찰은 이날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기업들이 거액을 출연하도록 압박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공범) 등으로 최씨를 구속기소 했다.
또 두 재단의 강제 모금을 실질적으로 주도한 혐의와, 최씨에게 청와대와 정부 부처 문건을 넘겨준 혐의(공무비밀누설) 혐의로 안 전 수석과 정 전 비서관도 함께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이날 발표문에서 “특수본에 대해 현재까지 확보된 제반 증거자료를 근거로 피고인 최순실, 안종범, 정호성의 여러 범죄사실 중 상당 부분과 공모관계가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그러나 헌법 84조에 규정된 현직 대통령의 불소추특권 때문에 기소할 수 없다”며 “특수본은 위와 같은 판단에 따라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계속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에 따르면 최씨는 박 대통령을 통해 안 전 수석을 움직여 지난해 10월과 올해 1월 순차적으로 출범한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53여개 대기업이 774억원을 억지로 출연하도록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를 받는다.
검찰에서 출연 기업들은 안 전 수석 등의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각종 이허가에 어려움을 겪거나 세무조사를 받는 등 불이익을 받을 것으로 두려워해 출연 지시에 따르지 않을 수 없다고 진술했다.
미르재단의 경우 단 일주일만에 기업별 분담금이 결정됐고, 애초 300억원이던 기금 모금 목표액이 500억원으로 갑자기 증액됐다는 의혹도 사실로 확인됐다.
검찰은 또 최씨가 미르·K스포츠재단의 이사장 등 이사들의 인사권을 좌지우지했다는 의혹도 사실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또 최씨는 지난해 롯데그룹에 추가 기부를 요구해 70억원을 받았다가 돌려주는 등 일부 대기업에게 두 재단 출연금과 별도의 추가 기부를 강요한 혐의(직권남용 및 강요)도 받는다.
최씨의 회사 ‘더블루K’는 K스포츠재단의 이권에 개입해 롯데 등 대기업의 지원을 받아 체육시설을 건립한 후 운영과 수입 사업을 독식하기 위한 계획하에 설립된 것으로 드러났다.
아울러 최씨가 안 전 수석을 동원해 각 대기업들에게서 각종 이권을 받아 챙겼다는 의혹도 모두 사실로 드러났다.
최씨 측은 ▲현대자동차에 자신이 실소유한 ‘더 플레이그라운드’에 62억원어치의 광고를 주도록 강요한 혐의(직권남용 및 강요) ▲지인이 운영하는 흡착제 제조사 ‘KD코퍼레이션’이 현대차에 11억원 규모의 납품을 하도록 강요한 혐의 ▲포스코 계열 광고사 포레카 지분 강탈을 시도하고 포스코에 펜싱팀 창단을 강요한 혐의 ▲공기업 GKL에 장애인 펜싱팀을 창단하도록 강요하고 더블루케이를 대행사로 끼워넣은 혐의 등에 개입한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최씨와 안 전 수석이 KT에 이동수씨 등 차은택씨(47·구속) 측근들을 자리에 앉히고 68억원 가량의 광고를 내주도록 강요한 사실과 관련해 직권남용 및 강요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또 최씨 소유 더블루K가 실제 연구용역을 수행할 능력이 없으면서도 K스포츠재단에서 각각 4억원과 3억원씩 용역을 제안한 것과 관련해서는 최씨에게 사기미수 혐의를 적용했다.
강제 모금과 관련해 최씨와 공동정범으로 기소된 안 전 수석은 포스코 계열 광고사 강탈, 차은택(47·구속) 측근의 KT 전무 발탁, 최씨와 차씨가 지배한 광고기획사 더 플레이그라운드에 일감 몰아주기 등에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의혹을 받았다.
검찰은 권력의 그늘에 숨은 최씨를 위해 ‘수금책’ 역할을 한 안 전 수석이 박 대통령의 구체적·암묵적 지시에 따라 이같은 행동을 한 정황을 확인하고 향후 수사 과정에서 박 대통령의 정확한 역할을 규명하는 데 수사력을 모을 방침이다.
이는 검찰이 확보한 안 전 수석의 업무 수첩과 ‘체크 리스트’에 두 재단 및 최씨의 각종 이권 사업과 관련한 ‘대통령 지시 사항’이 다수 적혀 있는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
검찰에 따르면 여기에는 박 대통령이 미르재단의 이름을 직접 불러주며 그 뜻을 설명해 주고, 출범 직전 미르재단 출연 목표액을 300억원에서 500억원으로 상향 조정하라는 내용도 담겨 있었다.
결국 박 대통령이 국정 운영 차원에서 재단을 출범시키도록 영향력을 행사한 것인지, 최씨 측의 이권 챙기기 행보를 어느 정도 인식하고 있었으면서도 이를 묵인했는지가 박 대통령의 법적 책임 여부를 가르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검찰은 정 전 비서관을 청와대 정부 문서 등을 다량 유출한 혐의로 구속기소 했다.
앞서 검찰은 최씨가 사용한 것으로 드러난 태블릿PC 내 문서 50여건 외에도 최씨 주거지와 비밀 사무실 등지를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추가로 사본 형태 정부 문서를 다수 발견했다.
이같은 자료에 따르면 정 전 비서관이 최씨 측에게 이메일·인편·팩스 등을 통해 보낸 문서는 모두 180여건으로 조사됐다.
여기에는 정부 부처와 공공 기관 고위직 인사안, 국무회의와 수석비서관회의 대통령 말씀 자료, 정부 부처와 대통령 비서실 보고 문건, 외교 자료와 대통령 해외순방 관련자료 등이 망라됐다.
검찰은 장·차관급 인선 자료 등 47건은 명백한 공무상 비밀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으며, 또 정 전 비서관의 휴대전화 녹음 파일 등을 바탕으로 박 대통령이 정 전 비서관에게 최씨의 조언을 받기 위해 문서들을 보여주라고 지시한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은 박 대통령 조사 때 문건을 내주라고 지시한 배경과 의도 등을 물을 방침이다.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