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당장 총리추천 논의를 시작하라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16-11-22 11: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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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김경민 국민의당 의원은 22일 “4~5일 정도면 차기 국무총리에 대한 국회 논의가 가시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현재 더불어민주당의 태도를 볼 때, 그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



실제 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 3당은 탄핵추진에 대해서는 공조가 이뤄졌으나 국회의 국무총리 추천을 두고는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먼저 총리가 바뀌지 않으면 탄핵이 돼도 황교안 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이 된다. 이는 박근혜 정권의 연속”이라며 국회에서 먼저 국회에서 총리를 추천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민주당은 총리 추천 문제로 정국의 초점이 옮겨가서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실제 윤관석 수석대변인은 “총리 추천 문제는 탄핵 논의를 앞서갈 부분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민주당의 총리 추천 반대 이유가 참으로 옹색하기 그지없다.



사실 박근혜 대통령이 스스로 퇴진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이런 상황에서 야권이 택할 수 있는 방법은 탄핵뿐이다. 하지만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결정에 최장 6개월이 걸리고, 탄핵안이 인용되더라도 이후 대선까지 다시 60일이 소요된다. 그동안 박 대통령이 임명한 황교안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게 되는 것이다.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려면 국회에서 이 난국을 수습할만한 능력 있는 총리를 추천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도 지난 8일 국회를 방문, 정세균 국회의장에게 ‘국회 추천 총리’를 요청한 바 있다. 사실상 야당에게 총리추천권을 넘겨준 셈이다.



당시 박 대통령은 "신임 총리가 내각을 통할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권한을 보장해서 취지를 살려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내각 구성권한을 포함해 내각을 통할할 수 있는 실질적인 권한을 드린다는 것"이라고 부연 설명을 했다. 확실하게 '2선 후퇴'를 명시하지 않은 애매한 표현이긴 했지만 나름의 성의 표시는 한 것이다.



따라서 야당은 그때 머리를 맞대고 황교안 총리를 대신할, 즉 탄핵이후 ‘대통령권한대행’ 역할을 맡게 될 총리추천 작업에 들어갔어야 옳았다.



그런데 제1야당인 민주당을 장악하고 있는 친문 지도부는 그 때는 물론이고, 지금까지도 국회 추천 총리에 대한 거부감이 심하다.



실제 민주당은 전날 오후 2시부터 의원총회를 통해 탄핵 추진을 당론으로 공식 채택했지만 국회의 총리 추천 문제에 대해서는 입장을 정리하지 못하고 유보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표면적인 이유는 피의자가 된 박 대통령과 새 총리 인선 합의에 나서는 것은 촛불 민심에 어긋난다는 것이지만 실제 속셈은 그게 아니다.



이슈가 총리 추천으로 쏠리면 박 대통령의 퇴진 동력이 상대적으로 흐려질 것이고, 그로 인해 현재 최대반사이익을 얻고 있는 문재인 전 대표의 대선가도에 혹시라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전날 의총에서 국정혼란을 우려하는 상당수의 비주류 의원들이 “촛불 민심에 기댈 것이 아니라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박근혜 정권이 국정을 이대로 망치는 것을 하루라도 빨리 막아야 한다", "탄핵을 하더라도 수개월이 걸릴지 모르는 국면인데 새 총리를 통해서 국정을 정상화시켜야 한다". 책임있는 총리를 세워서 국정을 정상화시키는 것이 정치권의 도리가 아니겠느냐"고 주장했음에도 당 지도부가 당론을 ‘유보’한 것은 이 때문이다.



특히 문재인 측은 새 총리가 인선되면 정치권 새판짜기 가능성 등 정국이 예측하기 힘든 방향으로 흐를 것이란 점을 걱정하고 있다.



현재 이 난국을 타개할만한 총리 후보로 거론되는 유력 인사는 손학규 전 대표다.



전날 정세균 국회의장은 “손학규 대표는 현 정국을 타개할 거국적 지도자”라고 추켜세웠고, 정의화 전 국회의장은 “사회적 존경받고 혜안과 경륜을 갖추고, 분노와 민심을 어루만지고 민심이 믿고 기댈 품 넓은 거국적 지도자가 필요하다”며 “제 생각에는 우리 손학규 대표가 그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만일 여야 합의로 새로운 총리가 추천될 경우 손 전 대표가 가장 유력한 후보인 셈이다.



그런데 손 전 대표는 ‘6공화국’체제를 마감하고 ‘7공화국’ 체제를 열어야 한다며 새 판짜기를 주장하고 있다. 국정혼란을 수습하지 않고 이대로 가만히 놔두면 자신이 ‘제왕적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고 있는 문재인 전 대표 측으로서는 그런 상황을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국회에서 차기 총리 추천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의도적으로 ‘질질’ 시간을 끌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황교안 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는 게 바람직하다면 몰라도 그렇지 않다면, 지금이라도 당장 국회에서 새총리 추천문제를 논의해야 한다. 만일 문재인 대표가 ‘제왕적 대통령’이 되겠다는 욕심에서 이 문제를 끝까지 외면할 경우 박근혜를 향했던 분노의 촛불이 문재인 쪽으로 옮겨갈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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