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파’ 손학규 vs. ‘호헌파’ 문재인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16-11-24 11:3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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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내년 대통령선거는 아무래도 ‘개헌(改憲)파’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와 ‘호헌(護憲)파’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간의 한판 승부로 압축될 것 같다.



즉 차기 대선은 최순실 사태로 인해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만큼 특정 개인에게 집중된 권력을 분산하는 “7공화국 시대를 열어야 한다”는 손학규 전 대표를 비롯한 개헌추진 세력과 “사람이 문제지 헌법이 무슨 죄냐?”며 개헌논의 자체를 거부하고 있는 문재인 전 대표 등 개헌반대 세력이 정면충돌하는 양상으로 전개될 것 같다는 말이다.



현재 국회의원들은 새누리당과 민주당, 국민의당이란 간판 아래 ‘옹기종기’모여 있지만, 대선시기가 다가올수록 이런 간판은 점차 의미를 상실하게 될 것이고 결국 개헌에 동의하는 신(新)세력 개헌파와 개헌을 거부하는 구(舊)세력 호헌파가 각각 다른 울타리를 치고 딴 살림을 차리는 정치 ‘새 판짜기’가 이루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그런 조짐이 야당은 물론 여당 쪽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여당 쪽의 경우, 전직 새누리당 대표이자 대선 주자였던 김무성 의원이 23일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대통령 탄핵→필요시 탈당→분권형 개헌' 등 자신의 향후 정치 일정을 제시했다. 이는 사실상 비박(非朴)계의 '분당(分黨) 로드맵'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즉 김 의원은 탄핵안 처리 과정에서 탄핵에 찬성하는 의원들의 세(勢)를 규합하고, 유사시 이들과 함께 집단 탈당을 시도할 것이란 관측이다.



실제 김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탈당 여부를 묻는 질문에 "'한계점'이 오면 결단할 수밖에 없다"고 답변하는가하면, “만약 당내에서의 근본적인 개혁이 어렵다면 당을 나갈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 "조만간 탄핵 표결을 계기로 자연스럽게 당이 나뉠 것"이라는 말을 하는 등 ‘탈당’, ‘분당’을 의미하는 발언을 잇달아 쏟아냈다.



김 의원이 원내·외 비박계 40여명과 이날 저녁 여의도의 한 중식당에서 회동을 가진 것 역시 ‘분당 로드맵’을 위한 수순으로 해석되고 있다.



앞서 탈당한 김용태 의원은 최근 김무성 의원과 만나 "(원내교섭단체 구성 요건인) 20명을 모아서 나와 주셔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정황에 비추어볼 때 여권 발 ‘제3지대’가 형성되는 건 시간문제다. 그런데 김무성 전 대표나 앞서 김용태 의원과 동반 탈당한 남경필 지사는 여권 내 전형적인 개헌파다. 결국 여권 개헌파들이 중심이 되는 ‘제3지대’가 만들어지는 셈이다.



야권에선 이미 개헌 찬성파와 반대파가 본격적으로 힘겨루기에 들어갔다.



최근 정계에 복귀한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가 먼저 ‘개헌’에 대해 포문을 열었다. 손 전 대표는 21일 서울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동아시아미래재단 10주년 기념 세미나 ‘제7 공화국의 비전과 과제’를 주제로 한 강연에서 “청와대발 국정농단 사태는 6공화국 헌법 체제의 총체적 폐해, 5년 단임 대통령제의 폐해가 그대로 드러난 것”이라며 “이제 7공화국을 열어야 한다”고 개헌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당시 세미나에는 손 전 대표를 비롯해 김종인 전 비대위 대표, 정세균 국회의장, 정의화 전 국회의장 등이 참석했으며, 이들은 모두 손 전 대표의 개헌론에 힘을 실어 주었다.



그런데 같은 날 문재인 전 대표는 경북대에서 열린 ‘대구 대학생과 함께하는 시국 대화’에서 “나는 지금은 개헌을 말할 시기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개헌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또 23일 서울 용산구 숙명여대에서 열린 '숙명여대 학생과 함께하는 시국대화'에선 “우리 헌법에 고쳐야 할 대목이 많긴 하지만 헌법이 무슨 죄가 있느냐?”며 ‘사람이 문제지 헌법이 문제는 아니다’라는 취지로 ‘호헌’ 입장을 밝혔다.



결국 내년 대통령 선거는 소속 정당에 따른 ‘편싸움’이 아니라 개헌을 찬성하는 신세력과 호헌을 주장하는 구세력 간의 한판 승부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따라서 지금의 대권주자 지지율이란 것은 별 의미가 없다.



그러면 손 전 대표와 문 전 대표 말 중 누구의 말이 옳은가.



거기에 대해선 법륜스님의 말로 대신하겠다. 지난 12일 법륜스님은 광주에서 개헌 문제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지금은 모든 권한이 대통령에게 집중이 되어 있는 제왕적 대통령제입니다. 지금까지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역대 대통령을 보면 늘 문제가 생겼습니다. 그렇다고 그 여섯 사람이 다 문제였을까요? 그렇게 본다면 첫째, 우리나라에 인재가 없다는 뜻이고, 둘째, 국민의 눈이 어둡다는 뜻입니다. 국민이 하필 이런 사람만 선출하잖아요. 그러니 사실 그건 아닐 거예요. 그러면 왜 이런 문제가 계속 발생할까요? 시스템 때문입니다. 대통령한테 권한이 너무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이런 일이 생길 수 있습니다. 모든 걸 다 대통령이 결정하니까 대통령 뒤에 보이지 않게 붙어 있는 사람들이 권력을 휘두르는 겁니다.옛날에는 심지어 왕의 명령을 전달해주는 내시, 즉 환관이 권력을 다 쥐고 휘두른 적도 있었잖아요? 그래서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라고 하는 거예요. 그러니 ‘지금의 제도를 유지하는 게 합당한가? 이 시스템으로 또다시 5년을 더 가야 하는가?’ 이 문제를 좀 생각해봐야 합니다. 선거 후 1년 정도는 속이 시원할지 모르지만 똑같은 일이 다시 일어날 위험이 아주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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