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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여론조사 전문업체 리얼미터가 28일 발표한 11월 넷째주 주간 집계 결과를 보니 참담하기 그지없다.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 196주차 국정수행 지지도(긍정 평가)는 지난주와 같은 9.7%로 최저치를 이어갔다. 반면 '국정 수행을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 평가는 0.3%포인트 오른 86.4%로 또 다시 취임 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쯤 되면 박 대통령은 더 이상 ‘대통령’이라고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이런 지지율로는 국정운영을 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면 정당 지지율은 어떤가.
더불어민주당은 당명 교체 이후 기존 최고치를 경신했다. 전주 대비 2.5%포인트 반등한 33.0%로 지난 2주간 하락세를 마감했다. 특히 50대에서 27.6%로 새누리당(21.6%)을 처음으로 제치고 1위에 올랐다.
반면 분화 조짐을 보이는 새누리당은 주 연속 하락, 2.8%포인트 내려간 16.2%로 최저치를 갈아치웠다. 새누리당이 비록오차범위 내이긴 하지만 국민의당보다도 뒤져 3위에 내려앉은 것이다.
국민의당은 비록 0.7%포인트 상승한 17.2%로 2주 연속 상승하긴 했으나 침몰직전인 새누리당과의 격차는 극히 미미하다. 불과 1%만 앞섰을 뿐이다.
제1야당인 민주당이 여당은 물론 제2야당보다도 무려 두배 가량 높은 지지를 받고 있는 것이다. 사실 이쯤 되면 내년 대통령선거는 해보나 마나다. 여권 후보의 승리는 감히 꿈조차가 꿀 수 없으며, 국민의당 등 다른 야당 후보 역시 마찬가지다. 특히 이런 상황이라면 민주당에서 30%이상의 흔들림 없는 지지를 받는 ‘대세론’ 주자가 나타나야 한다. 역대 대통령 선거를 보면 이른바 ‘대세론 후보’들의 경우, 당내 경쟁자가 있더라도 소속 정당 지지율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정당 지지율을 앞서는 경우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의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실제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가 여야 차기 대선 주자 지지도 조사에서 4주 연속 1위를 했으나 20%대 초반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비록 0.6%포인트 오르긴 했으나 21.0%에 그친 것이다. 여권 후보로 유력시 되는 2위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17.7%인 것과 비교할 때 겨우 오차범위 내인 3.3%포인트만 앞섰을 뿐이다. 특히 자신이 속한 정당 지지율보다도 무려 12% 포인트나 낮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이런 여론조사 결과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그것은 어쩌면 ‘박근혜를 믿을 수 없지만, 문재인 당신도 믿지 못하겠다’는 엄중한 민심의 경고일지도 모른다.
필자가 이런 생각을 하는 데에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김부겸 민주당 의원은 28일 한 방송에 출연, 문재인 전 대표가 '정치적 의도'를 거론하며 ‘호헌’입장을 표명한 데 대해 "특정인이 된다 만다 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러면서 "국민적 요구가 있으면 그에 응하는 것이 정치권의 임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국민들의 요구는 분명히 대통령 한 사람의 거취 문제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라며 "국민들의 삶을 옥죄어 오는 잘못된 제도나 관행을 고치라는 국민들의 요구가 있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그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사회적 합의 중 최고인 헌법을 고치라는 것까지 자연스럽게 연결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도 전날 '박근혜 대통령 탄핵과 새로운 대한민국'을 주제로 열린 시국강연에서 "어제(26일)도 느꼈다. 이것은 단순히 대통령을 바꾸자는 것이 아니었다. 국가를 바꾸자는 그런 외침이었다"며 개헌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특히 '개헌파'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는 28일 ‘호헌파’ 문재인 전 대표 측을 향해 "야권의 패권을 쥔 정치세력은 개헌에 대해 정략이라 매도하고 있다. 탄핵이 중요한데 물을 흐린다고도 한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손 전 대표는 이날 오전 인천시청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인천시민들에게 드리는 글'을 통해 "탄핵 프로세스에 걸리는 기간에 개헌을 포함해 충분히 7공화국을 열 수 있다. 오히려 ‘지금 이대로 가자’는 자들이야말로 권력에 눈이 먼 정략집단"이라면서 이같이 강조했다.
특히 그는 호헌파를 향해 "그들은 구체제를 어떻게 청산할 것인지, 신체제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무 관심도 없다"며 "국민이 만들어낸 절호의 기회를 집권에 이용하고자 할 뿐"이라고 힐난했다.
맞는 말이다. 손학규 전 대표를 비롯해 안철수, 김부겸 의원 등 개헌파들의 지적처럼 지금은 ‘호헌’을 주장할 때가 아니다. 87년 6공화국체제가 얼마나 많은 문제를 지니고 있는지 이미 ‘최순실게이트’를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이런 상황에서 ‘호헌’을 주장하는 것은 ‘권력에 눈 먼 정략적 집단’이라는 비난을 받아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리얼미터 조사는 지난 21∼25일 전국의 성인 2532명을 대상으로 실시했으며, 오차범위는 표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이고,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인터넷 홈페이지(nesdc.go.kr)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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