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공화국을 향한 ‘촛불혁명’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16-12-05 1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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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지금 시국은 민주주의 근간을 뒤흔든 권력의 사유화와 비선 실세의 국정농단으로부터 시작됐다. 그 상실감과 배신감은 이념과 지역, 세대를 넘어 국민들을 분노하게 만들었다. 87년 체제라 불리는 현행체제는 제왕적 대통령제와 높은 비율의 소선거제도에서 기인하는 지역주의 정당 등과 같은 한국정치의 고질적인 문제점을 갖고 있다. 이 방식에 대한 개헌 목소리는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하지만 늘 다른 정치 경제 사회 이슈들과 사건에 의해 미뤄졌다. 이제 정치권의 역할이 중요하다. 국민들로부터 권력을 위임받은 국회가 시민들의 목소리를 제도권에서 실현될 수 있게 만드는 매개자 역할을 충실히 해야 한다.”

이는 ‘6차 촛불시위’를 하루 앞둔 지난 2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열린 ‘청년시국대토론회’에서 주제발표자로 나선 남대건씨(고려대 정치외교학과 3학년)의 발언 내용 중 일부다.

학생 신분에 불과한 그의 시국진단이 웬만한 기성 정치인들을 뺨치는 수준이라는 점에서 우리나라의 미래가 결코 어둡지 않다는 희망을 갖게 만든다.

사실 여야 정치인들 사이에선 이미 이런 문제에 대해 폭넓은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마당이다.
광화문에서 100만 촛불시위가 열리던 3일에도 여야 원로인사들이 이구동성으로 개헌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날 방영한 KBS1TV 특집토론에서 호남 출신의 김황식 전 국무총리는 "이번 헌법을 통해 대통령을 선출하면 그 후임 대통령 역시 제왕적 대통령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라며 "대통령 권한을 제한하는 헌법 개정은 가능하다. (박근혜)퇴진과 함께 개헌 논의가 가능할 것"이라 말했다.
특히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자신의 ‘정치스승’이라고 지칭했던 김원기 전 국회의장은 “촛불시위는 우리 역사상에 남을 명예혁명이 될 것”이라며 “국민들 시위에 따라 대통령이 퇴진하고 정치가 새로운 질서를 갖게 될 때 우리 정치가 한 차원 더 높아지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촛불 시위를 명예혁명으로 순화시키는 데 모든 시민들이 협력해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이들의 발언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이런 것이다.

이번 촛불시위가 ‘촛불혁명’이 되어 이제 명운을 다한 6공화국, 그러니까 제왕적 대통령이 군림하는 공화국, 그리고 지역패권세력이 발호하는 공화국체제를 끝장내고 새로운 7공화국체제로 나아가는 ‘명예혁명’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뜻이다.

맞는 말이다.

사실 대통령에게 모든 권력이 집중되는 6공화국 체제에선 ‘제2의 최순실’, ‘제2의 박근혜’가 탄생하는 걸 막을 수가 없다. 실제로 6공화국체제가 출범한 이후 역대 모든 대통령들이 ‘비선실세 국정농단’ 사건으로 홍역을 치른 바 있다.

따라서 이제는 대통령 한 사람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제왕적대통령제’를 분권형으로 바꿔야만 한다. 그게 국민의 요구다. 그것도 내년 대통령 선거 이후가 아니라 당장 바꾸라는 것이다.

그런데 현행 6공화국체제에서 기득권을 누려온 양대 지역패권세력들이 자신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호헌(護憲)’을 외치고 있으니 문제다.

특히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이대로 가면 유리하다’고 판단한 친문패권세력이 그렇다. 심지어 그들은 자파(自派)의 권력욕을 감추기 위해 7공화국으로 나아가자는 개헌파들을 매도하는 발언까지 서슴지 않는다.

실제 문 전 대표는 "지금 개헌하자, 제3지대 하자는 분들이야말로 권력욕"이라며 되레 개헌파들을 공격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개헌파 리더 격인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는 최근 “오히려 지금 (개헌을 반대하고 현행 헌법대로)이대로 가자는 자들이야말로 권력에 눈이 먼 정략집단”이라며 “그들은 구체제를 어떻게 청산할 것인지, 신체제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무 관심도 없다. 국민이 만들어낸 절호의 기회(100만 촛불시위)를 집권에 이용하고자 할 뿐”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어 “그들에게 새로운 대한민국을 맡길 수 없다”며 “지난 인류사에서 피의 대가로 혁명으로만 가능했던 공화국의 쟁취를 우리 국민은 이제 광장의 축제를 통해 이룰 수 있을 만큼 성숙해졌다. 이 축복의 기회를 두려워하지 말자”고 강조했다.

그렇다. 여섯 차례에 걸친 ‘100만 촛불시위’는 단순히 박근혜 대통령을 끌어내리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다시는 ‘제2의 최순실’, ‘제2의 박근혜’가 나오지 않도록 헌법을 바꾸어 새 세상을 열자는 국민의 염원이 담긴 ‘촛불혁명’이다.

문재인 전 대표를 비롯한 그의 추종자들, 즉 호헌파에게 경고한다. 만일 이런 민심을 역행하고 자신의 기득권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6공화국 이대로가 좋다”며 호헌을 주장했다가는 탄핵이후, 박근혜를 향했던 ‘촛불시위’가 문재인을 향한 ‘촛불혁명’이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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