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능한 野, 뒤늦게 ‘황교안 견제’ 호들갑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16-12-14 16: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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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대통령이 궐위(闕位)되거나 사고로 국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는 제1차적으로 국무총리가 그 권한을 대행하고, 제2차적으로는 법률에 정한 국무위원의 순위로 그 권한을 대행한다(대한민국 헌법 71조).

여기서 궐위라 함은 대통령이 사망한 경우, 탄핵결정(彈劾決定)으로 파면된 경우, 대통령이 피선자격(被選資格)을 상실한 경우, 사임한 경우 등 대통령이 없게 된 경우를 말한다. 사고라 함은 대통령이 재임하면서도 신병(身病)이나 장기간의 해외여행 등으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경우, 국회가 탄핵소추를 의결함으로써 탄핵결정이 있을 때까지 권한행사가 정지된 경우 등을 말한다.

이 헌법 조항에 따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황교안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을 것이란 점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실제로 지난 9일 탄핵안의 국회 가결 후 황교안 총리는 대통령 권한대행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그런데 야권이 그런 황 총리를 향해 “박근혜 대통령 흉내 내지 마시라”며 견제에 나섰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다음 주 임시국회를 앞두고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등 여야 3당이 황교한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국회 출석을 공식화 했지만, 총리실은 13일 입장 자료를 통해 “전례가 없다”며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그러자 야권이 발끈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일각의 보도를 보면 마치 본인이 대통령이 된 것처럼 ‘출석을 안하겠다’는 의사표현을 간접적으로 흘리고 계신데, 대통령이 되신 것이 아니다”라며 “국회에 나오셔서 앞으로 황교안 대행체제가 어떻게 과도체제를 이끌어갈 것인지에 대해서 국민에게 설명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드린 것이다. 폼 잡지마시고 나오셔서 본인의 국정 구상을 설명하는 장으로 활용하기 바란다. 박근혜 대통령 흉내는 내지 마시라”고 쏘아붙였다.

기동민 원내대변인도 브리핑을 통해 “황 대행이 어설픈 대통령 코스프레나 박근혜 2기를 꿈꾼다면 국민이 용서치 않을 것이다. AI, 경제살리기 등 민생현안에 충실하고, 국회와 적극 협력하라”고 주문했다.

특히 박경미 대변인은 “황 대행은 청산대상인 박근혜 정부의 적폐, 그 자체다. 황 대행의 직무는 촛불민심이 선택한 새 정부가 들어설 때까지 얌전히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의 뜻을 받드는 것뿐”이라고 일침 했다.

국민의당 손금주 수석대변인은 “황교안 권한대행 체제가 박근혜 없는 박근혜 정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뿐만 아니라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 국민의당 김동철 비상대책위원장, 정의당 심상정 상임대표는 13일 오후 국회에서 회동하고 “황 권한대행은 국회 협의 없이는 일상적 국정 운영 이상을 하면 안 된다”고 견제의사를 분명히 했다.

국정 역사 교과서 같은 기존 ‘박근혜표’ 정책의 실행은 물론이고 장차관급 인사 등도 사실상 야권과 논의하라는 주문이다. 심지어 이들은 여당 대표를 제외한 야 3당 대표와 황 권한대행의 회동을 제안하기도 했다.

민주당 박경미 대변인은 회동 후 브리핑에서 “행여나 황 권한대행이 국정 전반의 운영에 선제적으로 나설 작정이라면 어림도 없다. 새 정부가 들어설 때까지 얌전히 국회의 뜻을 받들라”고 못을 박았다.

정말 황당하다. 황 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이 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수순이고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가 시종일관 “먼저 국회에서 총리를 추천한 후 탄핵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은 바로 이런 사태를 예견한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런 조언을 귀담아 듣지 않고 ‘덜컥’ 탄핵부터 먼저 해버리는 바람에 국민의 뜻에 반하는 ‘황교안 대행체제’가 출범하게 된 것 아니겠는가. 그래서 야당을 무능하다고 비판하는 것이다. 실제로 “정말 야당의 무능함에 질렸다”는 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더욱 황당한 것은 황 권한대행에게 “국회의 뜻을 받들라”고 하면서 여당을 배제한 야 3당 대표와 황 권한대행의 회동을 제안했다는 점이다. 이게 무슨 말인가.

한마디로 황 총리에게 “야당을 받들라”는 것 아니겠는가.

어디 말이나 될법한 일인가. 자신들의 무능함을 탓해야지 이제 와서 말도 안 되는 엄포를 놓으면서 대통령 권한대행 견제에 들어간 야당의 모습이 참으로 꼴불견이다. 그래서 정계개편이 필요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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