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은 ‘제2의 박근혜’?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16-12-19 12: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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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는 "제6공화국을 마치지 않으면 제2의 박근혜가 나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7공화국의 새로운 체제로 나아가기 위한 개헌을 논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손 전 대표는 특히 개헌을 반대하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호헌파를 향해 "87년 체제 속에 대선을 치르자는 측은 한마디로 기득권 세력으로 '제2의 박근혜가 나와도 좋다, 나만 대통령이 되면 된다'는 말"이라고 비판했다.

손 전 대표는 어쩌면 문재인 전 대표가 ‘제2의 박근혜’가 될 가능성을 일찌감치 예견하고 있었는지 모른다. 그런데 실제 그렇게 되어 가고 있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지난 2007년 ‘제왕적대통령제’인 5년 단임제의 폐해를 인식하고 이른바 ‘원포인트’ 개헌을 제안한 바 있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은 “개헌은 대통령 선거를 앞둔 어느 정치세력에게도 유리하거나 불리한 의제가 아니다. 누가 집권을 하든, 보다 책임 있고 안정적으로 국정을 운영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자는 것”이라며 “단지 당선만 하려는 사람이 아니라 책임 있게 국정을 운영하려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개헌을 지지하는 것이 사리에 맞을 것”이라고 정치권의 개헌논의 동참을 호소했다. 그러면서 연정을 제안하기도 했다.

그러나 당시 한나라당(현재의 새누리당) 대표였던 박근혜 대통령은 노무현의 개헌 제안을 “정략적인 의도”라며 일축했다. 그 때 박 대통령은 개헌을 제안한 노 전 대통령을 향해 “참 나쁜 대통령”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의 판단이 옳았다.

사실 승자독식의 제왕적대통령제의 폐해는 너무나 심각하다. 6공화국을 거쳐 간 역대 모든 대통령들, 그러니까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 등 단 한 사람도 예외 없이 모두가 ‘비선실세 국정농단 사건’으로 홍역을 치렀다. 따라서 이제는 6 공화국의 낡은 체제를 협치의 새로운 체제로 바꿔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한다.

만일 당시에 개헌이 이뤄졌더라면 오늘 날과 같은 불행한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개헌을 반대한 박 대통령의 탄핵은 ‘자업자득’인 셈이다.

그런데 지금 손학규 전 대표가 당시의 노무현 전 대통령처럼 정치권을 향해 개헌논의 동참을 호소하고 있다.

실제 손 전 대표는 "현재 헌법에 의한 대통령제는 '제왕적 대통령제'"라며 "이대로 가면 누가 되든 또 다시 박근혜ㆍ최순실 게이트 같은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헌법을 바꿔 대통령의 제왕적 특권을 뿌리 뽑아야 한다"며 "촛불 민심으로 시민 혁명이 일고 있는 이 시기에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 헌법 개정을 통해 체제 변혁을 꾀하는 것이 시대정신"이라고 강조했다.

그런데 문재인 전 대표가 이를 “정략적인 의도”라며 반대하고 있다.

2007년 당시의 박근혜와 똑 같은 논리로 개헌논의를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마치 ‘문재인의 탈을 쓴 박근혜’를 보는 것 같은 섬뜩함이 엄습해 온다.

어쩌면 문재인 전 대표는 향후 ‘제2의 박근혜’가 될 가능성이 있는 게 아니라 이미 ‘제2의 박근혜’가 된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문재인 전 대표를 비롯한 호헌파에게 묻겠다.

2007년 당시 “단지 당선만 하려는 사람이 아니라 책임 있게 국정을 운영하려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개헌을 지지하는 것이 사리에 맞을 것”이라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말이 옳은 것인지, 아니면 “개헌논의는 정략적인 의도다. 참 나쁜 대통령”이라며 반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말인 옳은 것인가.

만일 노 전 대통령의 말이 옳다면, 왜 그대들은 지금, 그때 당시의 박근혜 대통령과 똑 같은 논리로 개헌을 반대하는 것인지 국민 앞에서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

정말 손 전 대표의 지적처럼 '제2의 박근혜가 나와도 좋다, 나만 대통령이 되면 된다'는 사고방식이라면 이건 문제가 있다.

경고하거니와 지금의 낡은 6공화국체제에서 기득권을 누려온 정치인들은 이구동성으로 “이대로가 좋다”며 호헌을 주장하고 있는데 그러다 큰 코 다칠 수가 있다. 그대들은 새로운 세상, 즉 누구에게나 공정하고 평등한 세상, 저녁이 있는 삶이 보장된 ‘7공화국’을 염원하는 국민의 꿈을 짓밟을 권한이 없다.

진정으로 한 정파의 이득보다 국민을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버리고 기꺼이 ‘개헌’논의에 동참해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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