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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차 촛불집회가 열린 24일, 거리로 뛰쳐나온 시민들은 언제나처럼 ‘박근혜 즉각 퇴진’, ‘이게 나라냐’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손에 들고 있었다.
1차 촛불집회가 열리던 그날부터 지금까지 단 한차례도 ‘박근혜 즉각 퇴진’, ‘이게 나라냐’라는 구호가 빠진 적은 없었다.
국민에게 있어서 이 두 가지 문제는 그만큼 절실한 문제였던 것이다.
즉 박 대통령을 당장 그 자리에서 끌어내고, 엉망인 대한민국의 시스템을 바로 잡으라는 국민의 준엄한 명령이 있었던 것이다.
그 가운데 ‘박근혜 즉각 퇴진’ 문제는 일단 국회에서 대통령탄핵소추안이 가결됨에 따라 헌법재판소로 공이 넘어 갔으니 절반은 해소된 셈이다. 실제로 헌재에서 ‘대통령 탄핵’을 인용하는 즉시 박 대통령은 그 자리에서 물러나야만 한다.
그런데 국민의 또 다른 요구인 “이게 나라냐” 하는 문제에 대해선 제1야당이 애써 외면하고 있으니 걱정이다. 국민은 정치권을 향해 “이게 나라냐”하는 피켓을 들고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달라”고 하소연하고 있다.
국민은 그동안 주권자로서 국회의원과 대통령에게 권력을 위임했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또한 입법권, 사법권, 행정권의 삼권분립으로 견제와 균형이 이뤄지고 있다고 여겼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제왕적대통령제’로 인해 나라꼴이 엉망인 것을 보고 “이게 나라냐”라며 분노가 폭발한 것이다. 낡은 6공화국체제를 끝장내고 국가시스템을 새롭게 만들어 제 7공화국을 만들어 달라고 아우성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이런 국민의 요구를 제대로 받든 정치인은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가 유일했다. 그의 정계복귀 일성(一聲)이 ‘제 7공화국’이었고, 이후 지금까지도 그는 “국가시스템을 완전히 바꿔 국민주권시대인 새로운 7공화국을 열어야 한다”는 주장을 단 한 차례도 굽힌 적이 없다.
사실 그는 정계복귀를 선언하면서 자신의 마지막 기득권이라고 할 수 있는 더불어민주당 당적마저도 포기한 사람이다. 한마디로 자신의 지지기반이 될 수 있는 조직을 포기한 것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그런 그가 거대한 정당을 지지기반으로 하는 유력 대선주자들과 자웅을 겨루겠다고 나선 것은 어찌 보면 돈키호테처럼 무모해 보일 수도 있다. 처음엔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는 비아냥거림이 나오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정당도 조직도 없는 단기필마인 그가 어느새 개헌파의 중심인물로 떠오르는가 싶더니, 급기야는 호헌파 문재인의 대항마로 급부상하고 있지 않는가.
이게 손학규 전 대표가 지니고 있는 ‘진실의 힘’이다.
그는 지금 국민이 안고 있는 고통이 경제문제에서 비롯되고 있음을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손 전 대표는 얼마 전 필자와의 통화에서 “문제는 경제다, 그 문제를 해결하는 열쇄는 개헌”이라고 강조했다. 제왕적대통령제를 혁파하지 않으면 정경유착의 부패 고리를 끊어낼 수 없고, 그로인해 정작 보호받고 육성돼야 할 중소기업이 피해를 보는 경제 악순환이 되풀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6공화국의 낡은 체제에서 기득권을 누려온 양당 패권세력이 개헌을 반대하고 있으니 문제다.
사실 여야 패권세력은 자파가 대통령이 되건 말건 상관없을 것이다. 대통령이 되면 더욱 좋고, 설사 대통령이 되지 않더라도 6공화국체제가 지속되는 한 제1야당 패권세력으로서 모든 기득권을 누릴 수 있는데 굳이 세상을 바꿀 필요가 있느냐는 생각을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그래서 변화를 두려워하는 그들, 그러니까 “이대로가 좋다”며 6공화국체제를 옹호하는 호헌파들이 ‘똘똘’ 뭉쳐 세를 결집하고는 “개헌파들은 권력에 눈먼 집단”이라고 매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국민이 바보는 아니다.
“이게 나라냐”며 세상을 바꿔달라는 국민의 요구에 부응하는 손학규 전 대표를 비롯한 개헌파와 6공화국의 낡은 체제가 좋다는 문재인 전 대표를 비롯한 호헌파 가운데 누가 정의를 말하는 것인지 정도는 국민이 판가름 할 수 있다. “시간이 없다”는 핑계 역시 제왕적대통령을 탐하는 호헌파의 욕심이라는 것쯤은 초등학생들도 알만한 일이다.
“헌법이 무슨 죄냐?”라며 낡은 체제를 수호하려고 발버둥 쳤던 문재인 전 대표가 뒤늦게나마 “나는 호헌파가 아니다”라고 말을 바꾼 것은 참으로 다행이라는 생각이다. 모쪼록 6공화국 체제수호에 나섰던 자신의 과오를 반성하고 손학규 전 대표의 ‘제7공화국론’에 힘을 실어주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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