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야의 소리, 손학규의 ‘7공화국’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16-12-26 12:5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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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어제는 예수께서 탄생하신 성탄절이었다.

그러나 예수의 탄생을 기릴만한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바로 그 전날 9차 촛불집회가 열린 탓이다. 거리로 뛰쳐나온 시민들 손에는 언제나처럼 ‘박근혜 퇴진’, ‘이게 나라냐’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이 들려 있었다. 1차 촛불집회가 열리던 그날부터 지금까지 단 한차례도 ‘박근혜 퇴진’, ‘이게 나라냐’라는 구호가 빠진 적은 없었다.

그런 국민의 모습은 어쩌면 예수께서 예루살렘에 입성할 때 길가에 섰던 군중을 닮았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당시 군중은 예수의 뒤를 따르며, ‘호산나(오, 구원해 주시옵소서)’를 목청껏 외쳤다.

하지만 당시 기득권 세력이었던 바리새인들과 사두개인들은 새로운 세상이 오는 것을 원치 않았다. 오로지 자신의 기득권을 빼앗기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에 우매한 군중을 미혹하고, 예수를 반역자로 몰아 당시 유대 총독인 ‘본디오 빌라도’에게 넘기고 말았다.

지금 촛불집회에 담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은 딱 두 가지다.

하나는 ‘최순실게이트’에서 드러났듯이 국정을 농단한 박근혜 대통령을 당장 그 자리에서 끌어내라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엉망인 대한민국의 시스템을 바로 잡으라는 것이다.

그런데 일단 국회에서 대통령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이제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인용만 하면, 대통령은 즉각 물러나야 한다. 그렇다면 정치권은 당연히 ‘이게 나라냐’라며 국가시스템을 바로잡으라는 국민의 요구를 받아들일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예수를 모함했던 바리새인이나 사두개인 같은 기득권 세력이 문제다.

낡은 6공화국체제에 기득권을 누려왔던 그들은 중산층과 서민이 사람다운 대접을 받는 새로운 세상이 오는 것을 원치 않는다. 그로 인해 자신들이 낡은 제왕적대통령제, 지역패권주의를 양산하는 소선거구제, 정경유착을 당연시하는 부패한 시스템에서 누려왔던 기득권을 빼앗길까봐 두려운 탓이다.

이런 점은 여야 패권세력 모두 마찬가지다. 실제로 여야 패권세력은 자파가 대통령이 되건 말건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대통령이 되면 더욱 좋고, 설사 대통령이 되지 않더라도 6공화국체제가 지속되는 한 제1야당 패권세력으로서 모든 기득권을 누릴 수 있는데 굳이 세상을 바꿀 필요가 있느냐는 게 그들의 속셈이다.

6공화국체제에서 두 번은 이쪽 패권세력이 대통령을 하고, 또 두 번은 저쪽 패권세력이 대통령을 하는 식으로 서로 정권을 교대하듯이 주고니 받거니 하면서 양대 패권세력이 모든 권력을 누려왔다는 것은 역사가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세례요한과 같이 광야에서 외치는 진실의 소리가 있다는 사실이다.

바로 정계복귀 후 지금까지 줄곧 ‘낡은 6공화국 체제는 박근혜 대통령으로 마감하고 새로운 7공화국을 열자’는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의 고독한 외침을 두고 하는 말이다.

처음엔 세례요한처럼 고독했을 것이다. 바리새인과 사두개인 같은 기득권 세력들이 그의 진실을 ‘권력욕’으로 매도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오로지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또 ‘제왕적대통령’이 되겠다는 욕심으로 낡은 체제수호에 나선 호헌파들을 향해 국민이 돌팔매를 던지기 시작했다.

마치 "화 있을 진저 외식하는 사두개인들과 바리새인들이여, 회칠한 무덤 같으니 겉으로는 아름답게 보이나 그 안에는 죽은 사람의 뼈와 모든 더러운 것이 가득하도다."라고 질책하던 예수의 모습을 닮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국민의 분노에 당황한 호헌파들이 뒤늦게 “나도 개헌에 찬성한다”며 입장을 바꾸지만 이제 그들의 진정성을 믿기 어렵게 됐다.

더구나 “시간이 없다”는 핑계는 본디오빌라도가 자신에게 다가올 화를 모면하기 위해 예수의 사형과 자신은 무관하다며 손을 씻는 행위와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다.

이제 국민들도 듣는 귀를 열어 놓아야 한다. 더 이상 맹목적인 투표는 안 된다.

국민에게 아무 것도 해준 게 없으면서 여야 패권세력으로 온갖 호사를 누려왔던 패권세력, 만일 그들이 세상을 바꾸자는 소리에 귀를 막고, “이대로가 좋다”며 체제수호에 나선다면, 대한민국 국민이 모두 새롭게 촛불을 들고 다시 일어나야 한다.

어쩌면 10차 촛불시위에는 “이게 나라냐”라는 피켓과 함께 “세상을 바꾸자”는 새로운 피켓이 등장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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