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의 말장난에 현혹되지 말라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16-12-29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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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개헌을 반대하는 세력은 기득권 세력, 특권세력, 패권세력이고 수구세력이다.”

이는 개헌파 리더 격인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가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와 안희정 충남지사 등 6공화국체제 수호에 나선 호헌파를 향한 질책이다.

손 전 대표는 28일에도 "개헌은 의지와 결단, 선택의 문제"라며 “대선 전 개헌 논의에 착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전 대표를 겨냥, "광장을 덮은 함성은 박근혜 대통령 내려오라는 것이지만, 그 배경은 '나라의 기존 틀을 바꾸자'는 것인데, 지금 호헌을 하겠다고 하는 것은 구체제를 가지고 가겠다는 수구"라고 비판했다.

당초 손 전 대표가 정계복귀를 선언하면서 ‘제7공화국’을 화두로 꺼낼 때만 해도 정치권의 반응은 영 신통치 않았었다.

요즘 개헌에 대해 강력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나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등도 그다지 호의적인 입장은 아니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제왕적대통령이 되겠다는 정권욕에 눈이 먼 특정 정파를 제외한 모든 정치세력이 손 전 대표의 ‘7공화국’ 주장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거리를 가득 메운 촛불집회에 나타난 국민의 뜻을 감히 거역할 수 없는 탓이다.

실제 김부겸 의원 등 민주당 의원 35명과 박지원 원내대표 등 국민의당 소속의원 31명, 무소속 3명 등 의원 69명은 전날 국회도서관에서 '미완의 촛불시민혁명, 어떻게 완결한 것인가'는 토론회를 열고, 대선 전 개헌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하며 현 시점에서의 개헌을 '권력을 잡기 위한 불순한 의도'로 치부하는 민주당 지도부와 문재인 전 대표를 노골적으로 압박했다.

먼저 토론회를 주최한 김부겸 의원은 "국가 대개혁의 완결은 개헌"이라며 "토론회를 위한 여론조사에서 개헌에 찬성한다는 여론이 70%를 넘었다. 개헌은 단 한 순간도 미룰 수 없는 국민적 요구이고 시대적 과제"라고 강조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 역시 "미완의 촛불혁명을 어떻게 완결할 것인가? 간단하다. 개헌을 해서 제왕적대통령의 권한을 줄여주면 된다"며 개헌론에 힘을 실었다.

특히 김동철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헌 반대 개혁찬성’ 입장을 밝힌 문 전 대표를 겨냥 "개헌은 최고의 정치개혁이다. 개헌 제쳐놓고 개혁 말하는 것은 본말전도"라고 쏘아붙였다.

또한 김종인 민주당 전 대표는 "지금 경제는 굉장히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고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통상정책에 대한 문제가 적지 않다. (차기 정부가) 그런 문제에 집중하고자 한다면 다른 것을 할 시간적이 여유가 없다"며 "그때 대통령에게 개헌을 이야기하면 '우리가 개헌 블랙홀 속에 빠지면 당면한 다른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니 차후로 미루자'고 할 것인데 그러면 개헌은 영원히 물 건너간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금 시간이 없으니 (개헌을) 안 하고 내가 대통령이 되면 할 수 있다는 것은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심지어 여권의 유력대권주자로 거론되고 있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도 최근 “개헌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2017년은 헌법이 바뀐 지 30년이 되는 해다. 30년 전에 만든 헌법이 지금의 현실을 제대로 담기 어렵다는 건 삼척동자라도 알만한 일이다. 특히 이번 ‘최순실게이트’를 통해 제왕적대통령제의 폐해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만큼 헌법은 반드시 개정돼야 한다.

이것은 정파의 이해관계를 초월한 정의냐, 비정의냐의 문제다.

개헌을 반대하며, “이대로가 좋다”는 낡은 6공화국체제 수호자들은 어떤 궤변을 늘어놓더라도 결국 “내가 ‘제왕적대통령’이 되고 싶다”는 욕심이라는 것을 모르는 국민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러니 호헌파들은 헛소리 집어치우고 당장 개헌논의에 착수하라.

특히 국민의 세금으로 상당한 연봉을 받는 국회의원들이 “시간이 없다”는 핑계를 대는 건 국민을 더욱 화나게 만들 뿐이다. 서민들은 어려운 살림에 허리띠를 졸라매가면서 국회의원들의 월급마련을 위해 기꺼이 혈세를 내고 있다. 그런데 그렇게 해서 억대연봉을 받는 국회의원들이 밤새워 토론을 못할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 것인가?

언제나처럼 놀고먹는 게 습관이 된 탓인가?

국회와 정치권을 향해 엄중히 경고한다. 국민은 국회에서 여야 각 정당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끝장토론을 벌여서라도 대선 이전에 개헌을 마무리해 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즉 낡은 6공화국체제를 여기서 끝장내고 새로운 7공화국으로 나아가는 발판을 마련해 달라는 것이다.

낡은 체제 수호를 위해 안간힘을 쓰면서도 “개혁하겠다”는 문재인의 ‘말장난’은 이제 신물이 난다. 다시 말하지만, 개헌은 ‘개혁’이고, 호헌은 ‘수구’다. 그러니 부디 국회는 호헌파들의 말장난에 현혹되지 말고 ‘제2의 박근혜’가 나오지 않도록 제왕적대통령제를 폐지하는 일에 전력을 다해 달라. 국민은 국회의원들이 유력 대권주자의 눈치를 보는지, 아니면 준엄한 국민의 뜻을 받드는 지 두 눈 부릅뜨고 지켜 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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