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당 체제, ‘상종가 손학규’의 선택은?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16-12-30 10:00:00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편집국장 고하승


그동안 전문가들로부터 ‘저평가 우량주’라는 평가를 받아왔던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의 몸값이 예전 같지 않다. 새누리당을 탈당한 비주류 진영의 ‘개혁보수신당’(가칭) 탄생 이후 상종가로 치닫는 모양새다.

실제 그는 최근 국민의당과 개혁보수신당으로부터 동시에 러브콜을 받고 있다.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와 함께 개혁보수신당의 양대 세력을 형성하고 있는 유승민 의원은 지난 27일 의원 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와 함께 손학규 전 대표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그분들이 우리 뜻에 동의한다면 연대할 수 있다"고 구애의 손짓을 보냈다.

바로 그 다음날에는 주호영 원내대표가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손학규 전 대표는 지금 민주당을 탈당해 당적을 갖고 있지 않고 예전에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도지사로 활동했기 때문에 우리가 지향하는 바나 가치와 그리 다르지 않다”고 영입 의사를 드러냈다.

그동안 ‘러브콜’을 보내 온 반기문 유엔사무총장과 함께 손 전 대표까지 끌어들여 보수와 중도를 통합한 제3지대의 중심에 서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국민의당의 구애는 더욱 적극적이다.

이미 국민당은 예전부터 제3지대의 ‘플랫폼’임을 강조하면서 손 전 대표를 향해 끊임없이 구애의 손짓을 보내왔다. 심지어 국민의당 내부에서는 다음달 15일 당 대표를 선출하는 전당대회에 손 전 대표를 영입해 대표로 모셔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고, 안철수 전 대표가 직접 손 전 대표에게 당 대표직을 권유했다는 소리도 들린다.

국민의당이 최근 ‘개헌 즉각 추진’을 당론으로 결정한 것 역시 ‘제7공화국’을 화두로 정계복귀를 선언한 대표적 개헌론자인 손 전 대표를 영입하기 위한 결정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에서도 그를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영입하려 했다가 “정치에는 금도가 있다”며 자신의 이름을 거론조차 말라는 손 전 대표의 불호령으로 인해 해프닝으로 끝난 적도 있었다. 사실 더불어민주당이 ‘친문정당’으로 낙인찍히기 전에는 그곳에서도 손 전 대표를 향한 구애의 손짓이 끊이지 않았었다.

결과적으로 원내교섭단체를 이루고 있는 4당 모두 그에게 ‘러브콜’을 보낸 셈이다.

그러면 손학규 전 대표는 어떤 선택을 할까?

아무래도 당장 기존의 정당으로 들어가는 일은 없을 것 같다.

손학규 전 대표를 지원하기 위해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무소속 이찬열 의원은 역시 "기존의 정당으로 들어가는 형태가 아닌, 손 전 대표가 중심이 되는 신당을 창당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즉 당장 국민의당이나 개혁보수신당에 입당하기보다는 우선 독자 세력화를 모색할 것이란 뜻이다. 실제 이찬열 의원은 개혁보수신당이나 국민의당 등 기존 정당입당 문제에 대해 “모두가 망하는 길”이라고 일축하면서 "우리가 중심을 잡고 다른 인사들을 흡수하는 형태를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정치는 현실이다. 결과적으로는 어떤 형태로든 개혁보수신당이나 국민의당과 같은 제3지대 정당과 연대를 할 수밖에 없다. 제왕적대통령제 폐해를 막고, 낡은 6공화국체제를 끝장내기 위해서라도 ‘제7공화국’ 개헌에 동의하는 개혁세력이 모두 힘을 합쳐야한다는 말이다. 그래야만 “이대로가 좋다”는 뿌리 깊은 기득권 세력의 저항을 물리칠 수가 있는 것이다.

그러면 손 전 대표는 어찌해야 하는가.

당장 기존 정당에 들어가서는 안 된다면서도 현실적으로는 기존 정당과 연대를 할 수밖에 없다니, 답답할 노릇 아닌가. 대체 그런 절묘한 방안이 있기나 한 것인지 의문이다.

솔직히 필자 역시 그가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여의도 정가를 오랫동안 객관적 관찰자 입장에서 살펴본 언론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어느 정도는 예측할 수 있다. 필자의 판단은 이렇다.

손 전 대표는 1단계로 내년 1월에 국민협의체 성격의 ‘국민주권개혁회의’를 만들 것이다.

그리고 2단계로는 여기에 민주당 내 손학규계 의원들을 일부 합류시켜 정치결사체 수준으로 발전시킬 것이고, 그 시기는 내년 2월이나 늦어도 3월 초가 될 것이다.

3단계로는 이렇게 만들어진 정치결사체를 국민의당과 당 대 당 합당하는 형식으로 ‘개혁중도통합신당’을 만들게 될 것이며, 그 시기는 헌법재판소에서 대통령탄핵 인용 결정 직후가 될 것 같다.

마지막 4단계로는 개혁보수신당과 ‘친박-친문 패권세력’을 견제하자는 공동의 목표아래 ‘중도 후보 단일화’라는 느슨한 형태의 연대방안을 모색할 가능성이 남아 있는 셈이다.

결과적으로 내년 대선은 ‘보수’ 반기문, ‘진보’ 문재인, ‘중도’ 손학규의 3파전이 될 것이라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고하승 고하승

기자의 인기기사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