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가락’ 표만 바라보는 문재인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17-01-17 12:4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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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정치인이 자신의 생각이나 소신을 바꿀 수는 있다.

세월의 변화에 따라 시대의 요청이 달라질 수 있고, 정치인이 그 시대적 요청을 따르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로 그것을 나무랄 수는 없다.

그러나 어제한 발언을 오늘 뒤집는 식의 말 바꾸기는 오직 표만 바라보는 ‘구태(舊態)’로 정치인이 결코 해서는 안 되는 금기사항이다. 국민을 혼란스럽게 할 뿐만 아니라, 그로인해 나라가 어지러워질 수도 있는 탓이다.

그런데 각종 여론조사에서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과 선두다툼을 벌이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말 바꾸기’는 매우 심각하다. 그야말로 조변석개(朝變夕改)다.

우선 당장 개헌문제만 해도 그렇다.

그는 누가 뭐래도 제왕적대통령제를 선호하는 대표적 호헌(護憲)론자다.

실제 그는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가 ‘제왕적대통령제를 박근혜로 끝내고 새로운 7공화국을 건설하자’고 주장할 때, “헌법이 무슨 죄냐”고 발끈하면서 6공화국체제 수호의지를 분명히 한 바 있다.

손 전 대표가 16일 오후 의정부에 있는 경기도 북부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광장의 민심으로 대통령을 끌어내렸는데 이제 정치권의 책임은 새로운 나라를 건설하는 데 있다”며 “새로운 나라를 건설하는 것이 7공화국의 건설이고 이것을 위한 개헌이 다가오는 대선의 핵심 관건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실제 손 전 대표는 문재인을 겨냥 “87년 체제로 대통령을 하겠다는 사람이 있는데 이는 대통령의 특권을 유지하려는 것”이라며 “87년 체제는 유신체제와 전두환 정권과 같은 체제로 체육관 선거가 직접선거로 바뀐 것 외에 바뀐 것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바로 그 다음날 문 전 대표는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대한민국이 묻는다. 완전히 새로운 나라, 문재인이 답하다' 출간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내각제가 개인적으로 더 좋은 제도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내 귀를 의심할 정도의 놀라운 변화다. 하지만 ‘꼼수’다.

그는 자신이 ‘제왕적대통령제’를 선호하는 수구세력으로 비춰질까봐 “내각제가 좋다”고 말을 바꾸었을 뿐이다. 그에게는 내각제로 개헌을 추진할 의사가 전혀 없다는 말이다.

실제 그는 "내각제나 이원집정부제가 이론적으로는 뛰어난 점이 있다고 하더라도 과연 우리 현실에서 대통령제보다 더 낫다고 말할 수 있는지 충분히 검증된 바가 없다"며 검증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마디로 대선 이전에는 개헌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문 전 대표의 말 바꾸기는 ‘사드배치’문제에서 절정을 이루었다.

그는 지난해 7월 사드배치 발표 직후 “재검토·공론화 요청”, 10월엔 “사드배치와 관련된 제반 절차 잠정 중단” 12월엔 “다음 정부로 미루는 것이 옳다”고 하는 등 줄곧 재검토 입장을 밝혀왔다. 그러다 최근 문재인 전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사드 배치와 관련해 ‘한·미간 합의가 이뤄진 것을 쉽게 취소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기존 반대 입장에서 발을 빼는 태도를 보였다.

오죽하면 국민의당 장진영 대변인이 "오락가락도 이만저만해야지 현기증이 날 지경"이라고 꼬집었겠는가.

바른정당 장제원 대변인도 “계속되는 말 바꾸기에 국민들은 너무나 혼란스럽다. 자고나면 입장이 바뀌는 조변석개식 언행에 어리둥절할 따름”이라 지적했다.

문재인 전 대표와 같은 당 소속인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재명 성남시장도 오락가락하는 문 전 대표의 태도를 질타했다.

사실 문 전 대표의 말바꾸기는 이전에도 무수히 많았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 탄핵과정에서 그 짧은 시간에 무려 다섯 차례나 말을 바꾸었다.

실제 당시 퇴임 문제를 국회가 결정해달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요청에 문재인 전 대표는 “탄핵을 모면하려는 정치적 술책”이라고 일축했지만, 정작 그런 제안을 했던 사람은 문재인 본인이었다.

실제 그는 박 대통령에게 “질서 있게 퇴진하는 방안을 국회와 협의하기 바란다.”고 제안한 바 있다.

시대가 바뀌면 생각도 바뀔 수 있지만, 며칠 만에 생각이 바뀌는 것은 시대적 요청이라고 할 수 없다. 그것은 오직 표만 바라보는 대중영합주의로 비난받아 마땅하다.

그런 차원에서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위안부합의 평가에 대한 말 바꾸기 역시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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