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범여권의 유력 대선주자로 기대됐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일 전격 불출마를 선언함에 따라 ‘반기문 변수’가 빠지고, 그 대신 ‘손학규 변수’가 핵심 변수로 떠오르는 양상이다.
실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대선 불출마로 인해 ‘안철수·손학규 연대’ 파급력이 예상보다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은 지난 22일 ‘제7공화국 건설’을 기치로 내걸고 10만 여명의 회원들로 구성된 정치결사체를 설립했다. 그는 이를 기반으로 18만여명의 당원을 거느린 국민의당과 ‘당 대 당’ 통합 형식의 협상을 벌이고 있는 상태다.
손 의장 측은 국민의당에 당명개정을 요구하고 있으며, 당명개정에 부정적이던 당 지도부가 최근 입장선회 가능성을 밝힘에 따라 협상은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들어선 것 아니냐는 관측마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당명 개정엔 부정적 입장을 밝혔던 박지원 대표가 “희생을 감수하지 않으면 국민이 감동하지 않는다”며 협상 양보 의사를 드러냈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2일 “손 의장이 당에 합류하면 안철수·천정배 전 공동대표를 포함해 당내 대권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며 “경선흥행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손 의장이 전남 강진에서 토굴 생활을 하며 호남 지지율 확보에 공을 들였던 만큼 최근 하락세인 국민의당 호남 지지율 제고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문재인 대세론을 위협하는 ‘무서운 연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실 손학규 의장과 안철수 전 대표가 분리돼 있는 현재 상황이 그대로 이어질 경우, ‘문재인 대세론’은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처럼 질주하게 될 것이 불 보듯 빤하다.
이미 그런 양상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우선 당장 야권 텃밭인 호남에서 승기를 잡았다고 판단한 더불어민주당은 '문재인 대세론'을 굳히기 위해 노골적으로 국민의당 고사전략을 쓰고 있다.
당헌·당규상으로는 탈당 후 1년 안에 복당할 수 없지만, '특별 사면' 기간을 둬 작년 4월 총선 당시 탈당해 국민의당에 입당했던 당원 수만 명을 일괄 복당시킨다는 계획을 두고 하는 말이다.
문제는 현 상황에서 국민의당을 떠나 민주당으로 돌아가는 대규모 복당행렬을 막을 방도가 없다는 점이다. 수권정당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국민의당에 불안을 느낀 지지자들을 붙잡아 두려면, 정권교체 가능성을 확실하게 보여 주어야만 한다. 말로만 하는 ‘자강론(自强論)’으론 안 된다. 눈에 보이는 뚜렷한 실체가 있어야 한다.
그게 바로 손 의장이 이끄는 국민주권개혁회의와의 통합이다.
국민주권개혁회의와 국민의당이 통합을 할 경우, 국민은 판세변화를 피부로 느끼게 될 것이고, 그에 따른 기대감 역시 상승할 것 아니겠는가. 이것은 문재인 대세론을 위협하는 유일한 방안일지도 모른다. 아마도 문재인 캠프가 당내 ‘친 손학규계’ 의원들 영입에 공을 들이는 것은 ‘안-손 연대’에 대한 두려움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문 전 대표는 친손계 전현희 의원을 영입한데 이어 당내 유일한 호남 3선인 이춘석(익산갑) 의원과 부산 3선인 김영춘(부산진갑) 의원을 영입대상 1순위에 올려놓고 있다. 물론 이들 역시 친손계 인사들이다.
하지만 국민의당과 국민주권개혁회의, 즉 안철수 전 대표와 손학규 의장의 연대논의는 이미 본격화되고 있다. 반기문 전 총장 등 다른 ‘제3지대’를 염두에 두었던 사람들도 여기에 힘을 실어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 때 더불어민주당을 기웃거렸던 정운찬 전 국무총리도 오픈프라이머리(개방형 완전국민경선제)를 제안하며 양대 통합 세력과의 합류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게다가 최근 탈당설이 불거지고 있는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의 합류가능성까지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실제로 전날 저녁 손학규 의장은 김종인 전 대표와 서울 시내 모처에서 약 2시간 가량의 만찬을 갖고 개혁세력이 규합해야 한다는 데 뜻을 함께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 사람의 만남을 정치권에서는 예사롭지 않게 바라보고 있다.
민주당 내 '비문세력'의 주축인 김 전 대표의 선택에 따라 제3지대가 더욱 커질 수 있는 탓이다. 그 정계개편의 중심에 바로 손학규 의장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손 의장은 줄곧 2월~3월 중에 정계 빅뱅이 있을 것이라고 호언장담해 왔다. 어쩌면 그는 전남 강진에서 내려올 때부터 이런 밑그림을 그리고 있었는지 모른다.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