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수 던진 손학규, ‘孫風’ 불까?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17-02-08 15:5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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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이 대선을 앞두고 던진 ‘승부수’가 대선 판을 뒤흔드는 ‘태풍의 눈’이 될지, 아니면 ‘찻잔 속의 태풍’으로 그칠지 정치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승부수’란 손학규 의장이 7일 국민의당과의 전격통합을 선언하면서 경선 참여의사를 밝힌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사실 손 의장의 이 같은 ‘승부수’는 얼핏 보면 무모한 도전처럼 여겨진다.
그런데 어떤 일인지 손 의장은 느긋하다. 그냥 여유를 부리는 정도가 아니라 상당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실제 손 의장은 8일 "기득권과 패권에 반대하는 새로운 대한민국을 건설하는 개혁 연합 세력이 더불어민주당의 ‘문재인 대세론’을 반드시 꺾을 것"이라며 본선승리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손 의장은 이날 전남 여수시청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금은 제1당인 민주당이 대세를 이루고 문재인 후보가 나설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마디로 자신이 ‘개혁연합세력’의 후보가 되어 문재인을 꺾겠다는 뜻이다.

손 의장이 문재인 전 대표와 맞붙는 본선에 진출하자면, 당장 1차 관문인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를 경선에서 이겨야 하는 데 정말 가능한 일일까?

사실 쉽지 않아 보인다. 손 의장의 승부수는 ‘계란으로 바위치기’가 될 것이고, 결국 손 의장은 국민의당 경선 흥행을 위한 ‘불쏘시개’로 전락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게 현실이다.

왜냐하면 국민의당 ‘창업주’인 안 전 대표가 새로 합류하는 손 의장보다는 훨씬 유리한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실제 세간에선 ‘국민의당=안철수당’이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

특히 안철수 전 대표의 캠프에는 현재 당내 초선 의원들이 상당수 포진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손 의장이 출발선에 자리 잡기도 전에 안 전 대표는 이미 스타트를 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더구나 손 의장의 합류는 국민의당 개별입당이 아닌 11만 여명의 회원을 거느린 국민주권개혁회의와 18만 당원의 국민의당이 ’당대당 통합‘ 수준으로 결합하는 것임에도 손 의장 측은 당직배분 등 아무런 전제조건을 달지 않았다. 따라서 국민의당은 이미 안철수 쪽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손 의장은 전날 기자회견에서“안철수가 아니라 내가 경선에서 이긴다”고 장담했다. 대체 손 의장은 무엇을 믿고 그토록 자신감을 보이는 것일까?

아마도 손풍(孫風, 손학규 바람)에 대한 기대감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야당 전통 텃밭인 호남에선 손 의장이 안철수 전 대표에게 승리할 경우 손풍이 이번 대선 판을 흔드는 ‘태풍의 눈’이 될 것으로 보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특히 당의 주축인 호남 중진의원들은 무조건 안 전 대표를 지지하기보다는 문재인 전 대표에 맞설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춘 후보를 지지할 가능성이 높은데, 그게 바로 손학규 의장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지금까지 호남에서 안 전 대표를 전폭적으로 밀어주었는데도 최근 호남에서 정당 지지율은 국민의당이 더불어민주당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고, 특히 대선주자 지지율은 안철수 전 대표가 문재인 전 대표의 절반수준에 그치는 등 실망을 안겨주었기 때문에 새로운 변화를 갈망하는 호남민심이 손학규를 향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실제 호남 출신의 모 전직 의원은 “지금 호남민심이 문재인을 향하고 있는 것은 국민의당과 안철수에 대한 믿음이 크지 않기 때문인데, 만일 손학규가 안철수를 꺾으면 어쩔 수 없이 문재인에게 돌아갔던 지지층의 마음을 다시 되돌릴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아마도 더불어민주당 친노 세력이 손 의장을 향해 “정계를 은퇴하라”고 촉구하는 등 집요하게 공격한 것은 이런 일이 현실로 벌어질 가능성을 우려한 때문일 것이다.

아무튼 손 의장의 합류로 안철수 전 대표의 독주체제였던 국민의당 경선 구도에도 지각 변동이 생길 것이고, 손 의장이 승리할 경우에 손풍은 이번 대선 판을 뒤흔드는 ‘태풍의 눈’이 될 것은 불보듯 빤하다.

반대로 손 의장이 경선에서 패할 경우, 손풍은‘찻잔 속의 태풍’으로 산산이 흩어지는 바람이 되고 말 것 같다. 물론 덩달아 국민의당 역시 영영 회생의 기회를 갖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국민의당 지지자들이 어떤 선택을 하든지 그것은 전적으로 자신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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