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이 국민의당과 통합한 뒤 안철수 전 대표와의 경쟁이 뜨겁게 달아오르는 분위기다.
안철수 전 대표는 "이번 대선은 '문재인-안철수' 간 대결이 될 것"이라며 "이 싸움에서 이길 자신이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손학규 의장은 “(문재인의) 대안으로 나선 것이 저 손학규”라며 “국민의당과 개혁세력이 통합해 문재인 세력 대안으로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이른바 ‘안철수 대세론’과 ‘손학규 대안론’이 격돌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국민의당 경선에서 과연 누가 승리할까?
현재로선 그 누구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당초 손 의장이 ‘안철수 당’이라는 국민의당과 통합할 때만 해도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그런데 지금 보니 그게 아닌 것 같다.
실제 안철수 대표는 한 방송에 출연해 "긴장하고 경선을 준비하겠다"며 ‘긴장’하고 있다는 뜻을 밝힌 반면 손학규 의장은 "안철수가 아니라 내가 경선에서 이긴다"며 상대적으로 느긋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체 손학규 의장은 무얼 믿고 경선승리를 자신하고 있는 것일까?
정월대보름인 11일 광주 금남로에서도 박근혜 대통령 조기탄핵을 촉구하는 촛불집회가 열렸다. 이날 집회에는 세월호 미수습자 단원고 허다윤·조은화양의 어머니 박은미·이금희씨가 참석해 함께 촛불을 들었다.
국민의당 합류를 선언한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 박지원 대표, 주승용 원내대표 등 국민의당 지도부도 대거 참석했다. 특히 손학규 의장이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을 만나 “힘내라”며 위로하는 모습이 사진기자의 앵글에 포착되기도 했다. 그런데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적어도 호남에서만큼은 손학규 의장에게 힘이 실리는 분위기가 역력해 보인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아마도 ‘안철수 대세론’에 대한 불안감 때문일 것이다. 사실 호남에서의 ‘반(反)문재인 정서’는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참여정부 시절, 김대중(DJ) 전 대통령을 궁지에 몰아넣었던 이른바 ‘대북송금 특검’을 당시 민정수석이었던 문재인이 노대통령과 함께 강행한 까닭이다.
DJ의 ‘영원한 비서실장’으로 불리는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에 따르면, 당시 대북송금특검은 민주당에서도 모두 반대했다. 심지어 당시 당대표였던 정대철, 사무총장 이상수 의원은 물론 노무현 대통령 정치적 스승이라던 김원기 고문도 청와대를 방문해 반대했다. 그런데 당시 문재인 민정수석은 새누리당의 요구, ‘DJ와의 차별화’를 위해 대북송금특검을 노무현 대통령과 강행했다. 이에 대해 호남 민심이 문 전 대표를 향해 ‘분노’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4.13 총선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의당에 완패한 것 역시 호남에 팽배해 있는 이 같은 ‘반문정서’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현재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호남에서 국민의당 지지율은 더불어민주당의 반토막 수준에 불과하고, 당내 유력대선주자인 안철수 전 대표의 지지율은 문재인 전 대표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총선에서 전폭적으로 국민의당과 안철수 전 대표를 밀어주었던 호남민심이 다시 민주당과 문재인 쪽으로 돌아서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광주에서 만난 한 시민은 “민주당과 문재인이 좋아서가 아니라 국민의당과 안철수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아마 호남민의 상당수가 이런 마음일 것이다.
그런데 때마침 손학규 의장이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다.
아직 정치 경륜이 미숙한 안철수 전 대표에 대한 불안감을 손학규 의장이 깨끗이 씻어낼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는 말이다. 실제 손 의장은 경기도지사 재임시절 무려 74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놀라운 능력을 발휘해 ‘경제마법사’에 빗대어 ‘손리포터’라는 별명을 얻은 바 있다. 한마디로 안철수 전 대표와는 달리 ‘검증된 손학규’라는 것이다.
따라서 문재인과 민주당을 향하던 민심을 되돌리려면, 손학규가 대안으로 나서야 한다는 ‘손학규 대안론’과 그래도 안철수가 국민의당 창업주인 만큼 무조건 안철수가 나서야 한다는 ‘안철수 대세론’의 격돌은 불가피해 보인다.
누가 이기든 이들이 선의의 경쟁을 펼치고, 친박,친문 패권정치에 신물 난 국민에게 희망을 안겨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