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세론은 ‘반쪽 대세론’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17-02-15 14: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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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이른바 ‘벚꽃대선’이 예상되는 가운데 각종 여론조사 결과만 놓고 보자면 현재는 문재인이 대세다.

그런데 정작 전문가들은 대체로 ‘문재인 대세론’에 부정적이다.

실제 정대철 국민의당 상임고문은 15일 '문재인 대세론'에 대해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회의적인 시각을 보였다.

정 고문은 이날 YTN 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여론조사에선 1위를 달리고 있지만, 지금 대세론이라고 해도 3할을 크게 넘어가고 있지 않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지금 호남 사람뿐 아니라 일반 야당을 지지하고 있는 사람들이 '탄핵 결과를 보고 나서 이야기하자'고 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라며 “판단을 유보하고 있는 사람들이 거의 과반에 가깝다”고 강조했다.

맞는 말이다. 촛불정국을 거치면서 진보세력이 응집한 반면 보수층이나 중도 층은 산산이 흩어진 양상이다. 따라서 진보세력의 응답률이 높고, 그로인해 현재 발표되고 있는 여론조사에는 진보세력의 의견이 과다 계상될 수밖에 없다. 한마디로 여론이 왜곡되고 있다는 말이다.

우선 현재 진행되는 각종여론조사의 응답참여율은 10%안팎에 불과하고 90%가량은 침묵을 유지하고 있다. 그 침묵하는 90%의 의견은 여론조사에서 배제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대부분의 조사결과, 응답자구성을 보면 여권지지후보 20%, 야권지지후보 70%전후로 나타나고 있는데, 통상 우리나라 국민의 이념성향이 보수와 진보가 각각 30% 안팎, 중도 40%안팎으로 보고 있는 것과 너무나 차이가 크다. 아무리 탄핵정국이라 할지라도 보수와 진보 층을 모두 합쳐 20%정도로 갑자기 축소되고 진보가 70%로 폭증할 리 만무하다.

결과적으로 여론조사 응답자 샘플의 불균형이 대선경쟁 자체를 왜곡시키고 있는 셈이다.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안희정 이재명 등 진보성향의 더불어민주당 주자들이 선두그룹을 형성하고 중도성향의 손학규 안철수 지지율이 한 자릿수를 맴도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침묵하고 있는 다수, 즉 보수층과 중도층은 대통령선거에서 누구를 지지해야 할지 아직 결정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거나 설사 결정했더라도 답변을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래서 다른 방식으로 자신의 의사를 우회적으로 표출하기도 한다.

다른 방식이란 예를 들면 민주당 경선에서 문재인이 아니라 안희정을 지지하는 형태를 말하는 것이다.

실제로 이날부터 시작되는 민주당 경선의 선거인단 모집을 앞두고 MBN이 긴급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런 현상이 엿보였다.

우선 민주당 선거인단 참여의향을 묻는 질문에 자신을 ‘중도’, ‘보수’ 성향이라고 밝힌 유권자가 ‘진보’성향이라고 답한 유권자보다 많았다.

경선 참여 의사를 밝힌 유권자 가운데 진보는 44.4%, 중도는 34.2%로 집계됐다. 심지어 보수도 26.7%로 상당히 높게 나타났다. 또 정당지지율을 보더라도 민주당 지지자는 44.3%에 불과했다. 반면 자유한국당·국민의당·바른정당 지지자 중에 20% 이상의 유권자가 민주당 경선에 참여 의사를 밝혔다.

그 결과는 의외였다. 경선 참여 의사를 밝힌 유권자 가운데 문재인 지지율이 50.9%로 1위에 올랐으나, 2위인 안희정 후보가 34.6%로 무서운 기세로 추격하는 양상을 보인 것이다. 3위인 이재명 후보는 7.5%에 불과했다. 1차 투표에서 문 후보가 가까스로 과반을 넘겼지만, 오차범위가 ±3.1%라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문재인 지지율은 47.8%까지도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단순히 수치로만 본다면 안희정이 문재인을 추월할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다.

왜 이런 수치가 나오는 것일까?

이념성향이 진보라고 답한 응답자 중에선 65.2%가 문 후보를 지지한 반면, 보수라고 답한 응답자들은 55.7%가 안 후보를 지지한 까닭이다.

결과적으로 안희정을 지지한다는 응답자들 가운데 상당수는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하지 않거나 문재인을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따라서 민주당 경선 이후 안희정 지지자들은 문재인 쪽으로 가는 게 아니라 다른 정당 후보로 옮겨갈 가능성이 농후하다.

한마디로 문재인 대세론은 어디까지나 ‘경선’과정에서의 대세론일 뿐, 본선에까지는 영향을 미치기 어려운 미치지 ‘반쪽 대세론’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중도성향의 안철수 손학규 등 국민의당 경선주자들이 문재인과의 일대일 대결에서 승리를 자신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번 조사는 유·무선을 병행한 무작위로 표본을 수집했으며 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한 전화 면접·스마트폰 앱·자동응답 혼용 방식으로 진행했다. 응답률은 10.8%다. 이번 조사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인터넷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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