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정치는 正常으로 돌아가라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17-02-19 12:2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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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요즘 정치인들을 보면 모두 제 정신이 아닌 것 같다.

사실 박대통령 탄핵에 대한 정치권의 역할은 국회가 탄핵소추안을 가결시킨 것으로 모두 끝났다. 이제 정치권은 비정상인 ‘광장’에서 정상인 ‘의회’로 돌아와야 한다.

특히 조기대선이 예상되는 만큼 여야 각 정당과 대선주자들은 차분하게 대선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

어떻게 하면 고달픈 국민에게 저녁이 있는 삶을 누리도록 할 수 있을지, 또 어떻게 해야 국민이 안보불안에서 벗어나 안심할 수 있을지, 심도 있게 연구하고 정책개발에 힘을 써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여야 패권세력이 문제다. 이들은 오히려 현재의 상황을 즐기고 있는 것 같다.

탄핵정국을 지지 세력 결집 기회로 삼기위해, 여야 패권세력이 앞 다퉈 광장을 찾아 나선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실제 18일에도 문재인·안희정 야당 친노 패권주자들은 촛불집회에, 윤상현·김진태·조원진 등 친박 패권세력은 태극기 집회에 참석해 군중을 선동했다.

헌재의 판결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법의 판결을 믿고, 그 결과에 승복하면서 사회질서를 안정시키자고 권유해야 할 정치인들이 되레 광장에 나가서 성난 군중들을 자극시키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그런 방식이 자신의 지지율을 끌어 올리는 데에는 상당한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실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 안희정 충남지사, 이재명 성남시장 등은 촛불집회 효과를 톡톡히 맛보고 있으며,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물론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등여권 후보들은 태극기집회로 최근 지지율이 꿈틀거리고 있다.

하지만 모든 대선주자들이 광장으로만 몰려나가면 일자리를 찾지 못해 방황하는 젊은이들에게 누가 희망을 안겨줄 것이며, 판로를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을 누가 살려낼 수 있겠는가.

없다. 극단적인 세력이 광장에서 충돌하는 탄핵정국에서 그런 문제를 걱정하는 후보들은 언론의 주목조차 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실제 탄핵정국에서 가장 손해를 보는 쪽은 민생을 걱정하는 중도성향의 후보들이다.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불안한 안보를 튼실하게 하려는 후보들은 극단적인 목소리를 내는 후보들 때문에 묻히고 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와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안철수 전 대표는 한 때 ‘안철수 현상’으로 주목을 받았던 대선주자다. 손학규 전 대표는 마법사 ‘해리포터’에 빗대어 ‘손리포터’라는 별명을 받을 만큼 놀라운 일자리 창출 능력을 검증 받은 대선주자다. 그런데 지금 이들의 목소리는 광장의 ‘촛불’과 ‘태극기’ 물결에 묻히는 형국이다. 비정상이 정상을 압도하는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헌재에 대한 탄핵심판이 어떤 쪽으로든 결론이 나면, 국민들도 일상으로 돌아와 누가 우리나라의 미래를 이끌어 나갈 지도자인지 다시 판단하게 될 것이다.

사실 대선은 그대부터 본격화 되는 것이다.

그런데 걱정이다. 광장에서 재미를 본 정치인들이 헌재 심판 이후에도 계속해서 군중을 선동하는 일이 벌어질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실제 최근 여야 4당 원내대표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결과에 승복하기로 합의했음에도 이재명 시장은 19일 오전 MBC ‘이슈를 말한다’에 출연, “탄핵이 기각된다면 승복하겠냐”는 질문에 “‘승복’이라는 것은 그 결정을 존중하고 따르자는 것인데 그럴 수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대통령이 퇴진하는 길은 꼭 헌재의 결정만 있는 것은 아니고 스스로 사퇴하는 방법도 있다”며 “새로운 탄핵 사유 추가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대통령이 퇴진하도록 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헌재 결정에 대한 불복을 의미하고 있는 것이다.

태극기집회를 주도하는 여권 대선주자들은 탄핵 상황을 기획과 조작으로 규정하고 평화적 방법이 아닌 완전히 다른 방식을 선택할 것을 시사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탄핵심판 결과에 따라 나라는 더 큰 혼란으로 빠져들지도 모른다,

이제 정치도 국민도 모두 일상으로 돌아가 제대로 된 대통령선거가 진행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탄핵정국에 이끌려 잘못된 선택을 할 경우, 우리는 앞으로 암울한 5년을 보내게 될지도 모른다. 따라서 이제는 국민이 회초리를 들어야 한다. 그래야만 ‘제2의 박근혜’가 나오지 않도록 제왕적대통령제를 분권형으로 바꾸는 개헌논의에 힘을 실어줄 수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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