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상 경선룰, 이제는 바로 잡자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17-02-20 12:3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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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조기대선이 가시화되면서 더불어민주당ㆍ국민의당ㆍ바른정당 등 각 당의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룰 논쟁에도 불이 붙었다. 그 모습이 마치 한편의 저급한 코미디를 보는 것처럼 우스꽝스럽기 짝이 없다.

사실 선거인단이 현장에서 직접투표로 후보를 선출하면 아무 문제가 없다. 당원이나 대의원들이 투표하든 아니면 완전개방형국민경선제에 따라 일반국민이 투표하든 그렇게 하는 것이 지극히 정상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주자들이 서로 자신에게 유리한 비정상적인 방법을 생각하다보니 별의별 ‘꼼수’가 다 나오는 것이다.

실제 더불어민주당에선 ‘경선흥행’을 명분으로 ‘모바일 투표’라는 희한한 방식이 등장했다.

모바일 투표는 지인들의 개인정보와 휴대전화로 1인1표 이상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보통.평등선거 원칙에 위반될 뿐만 아니라, 대리투표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직접선거 원칙에도 위반된다. 또한 일상공간에서 노출된 상황에서 투표하기 때문에 비밀투표의 원칙까지 위반할 소지가 다분하다. 게다가 상대 당 지지자들이 가장 취약한 후보에게 투표하는 역선택 위험성과 특히 특정집단이 과다 대표된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그럼에도 단지 ‘흥행’만을 위해 이런 문제가 많은 방식을 도입했다니, 민주당 지도부는 과연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알고나 있는지 모르겠다.

솔직히 말하면 ‘흥행’은 어디까지나 명분일 뿐이고, 실제는 그 당을 장악하고 있는 문재인 전 대표의 당선을 돕기 위한 제도라는 의구심을 지우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그런데 20일부터 대선 경선 룰 논의를 위한 실무진 협상에 들어간 국민의당에서도 모바일 투표 도입 여부가 최대 쟁점이 되고 있다는 황당한 소식이 들린다.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가 지난 17일 기자들과 만나 “모바일은 공정성이 인정되지 않는다. 절대 안 된다”고 못 박았음에도 안철수 전 대표 측이 민주당처럼 ‘흥행’을 명분으로 모바일 투표에 힘을 싣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친문패권 세력에 염증을 느껴 탈당했다는 사람들이 경선룰에 있어선 그 패권세력에 유리한 방식을 그대로 답습하겠다니 얼마는 웃기는 이야기인가.

오죽하면 진보성향의 최장집 교수가 ‘모바일 투표’에 대해 “난센스에 가까운 제도”라며 “한국 정치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을 만들고 있다”고 꼬집었겠는가.

바른정당에서 불거져 나오는 경선룰 방식은 더욱 황당하다.

바른정당의 대선주자 유승민 의원 측과 남경필 경기도지사 측은 이미 두 차례 경선 룰 논의를 진행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유 의원은 100% 여론조사 방식, 남 지사는 한때 선풍적인 인기를 끈 오디션 프로그램의 합격자 선정 방식을 빌려 대선 후보를 결정하자는 주장을 하고 있다. 이른바 '슈퍼스타 케이' 방식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유 의원 측은 전국을 돌며 토론회를 벌인 다음 안심번호를 이용한 휴대전화 여론조사에서 가장 많은 지지를 받은 주자를 대선 후보로 선출하자는 주장을 하고 있다.

아마도 각종 여론조사에서 남 지사를 2∼3배 앞선 만큼 100% 여론조사로 대선 후보를 선출할 경우 여유 있는 승리를 담보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여론조사 결과가 믿을 수 없다는 점은 이미 지난 20대 총선에서 명명백백하게 밝혀진 바 있다. 거의 대부분의 여론조사 기관은 당시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의 과반의석 확보를 예상했지만 결과는 어떤가. 호남에서 대참패를 당한 더불어민주당에게 원내1당 자리를 내어주는 수모를 당했다. 그렇게 믿을 수 없는 여론조사로 대통령후보를 선출하자는 발상을 한 유 의원은 대통령은커녕 국회의원 자격조차 없는 사람 아니겠는가.

남경필 지사의 ‘슈스케’ 방식은 더욱 우스꽝스럽다.

남 지사는 여러 차례 TV 토론회를 열고, 그 때마다 실시간 휴대전화 문자투표를 실시해 더 많은 표를 받은 사람을 후보로 결정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이는 중복투표 가능성은 물론 공정성과 안전성 등을 담보하기 어려운, 그야말로 ‘예능’에서나 있을법한 방식으로 국가 미래를 이끌어갈 대통령 후보를 선출하자니 얼마나 황당한 제안인가.

이제 각 정당은 이런 비정상적인 경선룰을 바로잡아야 한다.

어쩌면 비정상이 난무하는 정치권 때문에 대한민국에는 이른바 ‘최순실게이트’와 같은 온갖 편법과 ‘꼼수’가 넘쳐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제는 정치권에 난무하는 모든 비정상적인 것을 바로잡고 정상으로 되돌려 놓을 필요가 있다. 그 첫째 관문이 바로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을 모두가 인정하는 ‘정상적인 방법’으로 실시하는 것이라는 생각이다. 여기에서 ‘가장 정상적인 방법’이라 함은 선거인단이 직접 현장에서 투표를 하는 방식임은 두말할 나위조차 없다. 혹시라도 여기에 흥행이 필요하다면 지역 순회투표 방식을 도입하면 되는 일이다. 그 방식만이 ‘정상’이고, ‘정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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