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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당원들이 23일 “제 7공화국의 밀알이 되겠다”며 민주당을 탈당, 국민의당에 입당했다.
이상범 씨 등 동반 입당자들은 이날 성명을 통해 “국민 모두가 저녁이 있는 삶을 누리는 세상을 만드는데 작은 힘이나마 이바지 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제7공화국’은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가 지난 해 10월 20일 정계복귀를 선언하면서 던진 화두다.
매주 촛불집회가 열릴 때마다 거리로 뛰쳐나온 시민들 손에는 어김없이 ‘박근혜 퇴진’, ‘이게 나라냐’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이 들려 있었다. 1차 촛불집회가 열리던 그날부터 지금까지 단 한차례도 ‘박근혜 퇴진’, ‘이게 나라냐’라는 구호가 빠진 적은 없었다.
구호에서도 나타났듯이 촛불집회에 담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은 딱 두 가지다.
하나는 국정을 농단한 박근혜 대통령을 당장 그 자리에서 끌어내라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엉망인 대한민국의 시스템을 바로 잡으라는 것이다.
그 가운데 하나인 ‘박근혜 퇴진’은 일단 국회에서 대통령탄핵소추안이 가결된 것으로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인용만 하면, 대통령은 즉각 물러날 수밖에 없다.
이제 남은 것은 ‘이게 나라냐’라며 국가시스템을 바로잡으라는 국민의 요구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손 전 대표의 ‘7공화국’은 바로 그런 일을 하겠다는 것이다.
즉 대통령이 국민 위에 군림하는 제왕적대통령제 체제를 끝장내고 국민이 주인이 되는 ‘국민주권공화국’을 건설하겠다는 뜻이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낡은 6공화국체제에 기득권을 누려왔던 여야 패권세력이 그런 새로운 세상이 오는 것을 원치 않는다. 자칫 자신들이 누려왔던 기득권이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일 것이다.
실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안희정 충남지사 등 호헌파들은 헌법을 개정하는 개헌파들을 ‘정치 이합집산 세력’으로 매도하면서 극렬하게 저항하고 있다.
바로 이런 시점에 민주당 평당원들이 집단 탈당하고 국민의당에 입당한 것이다.
이상범씨 등은 “국민의 직접선거로 선출한 대통령이 비선실세와 한통속이 되어 국정을 농단하다가 역시 국민들이 선출한 대의기관인 국회에서 탄핵을 당했다. 한겨울 혹한임에도 불구하고 ‘이게 나라냐’고 외치며, 나라를 이 꼴로 만든 대통령 탄핵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촛불집회가 석달 째 이어지며 연인원 1000만명을 훌쩍 넘겼다”며 “그런데 탄핵 이전에 석고대죄하고 하야해야 마땅할 대통령은 후안무치 하게도 헌재의 심리를 지연시키기 위해서 온갖 치졸한 방법을 동원하고 있으며, 국정농단 사태를 묵인 방조한 부역자 정치세력 또한 탄핵당한 대통령 지키기에 올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정농단 사태의 두 번째 책임자인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이 되어 탄핵당한 대통령을 비호하며 특검 활동에 몽니를 부리고 있다”며 “퇴임식까지 준비했던 황교안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아서 탄핵 대통령 방패막이를 할 수 있도록 만든 가장 큰 책임은 책임총리 제안을 거부한 제1야당에게 있다”고 민주당을 향해 강력 질책했다.
국정농단 사태의 가장 큰 원인은 모든 권한이 대통령에게 집중된 제왕적 대통령제에서 비롯됐음에도 근본적인 해결책인 개헌은 뒤로 미룬 채 여야 모두 대권 경쟁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현재 지지율만 본다면 이들은 민주당에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이 편할 지도 모른다. 그럼에 이들은 “편안한 길을 놔두고 가시밭길을 찾아 간다”며 국민의당에 합류했다.
손학규 전 대표가 선언한 국민주권시대, 제7공화국을 세우는데 밀알이 되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물론 이날 국민의당 입당자 명단에 명망가들이 포함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풀뿌리 당원’들이 단체로 민주당을 탈당하고, 국민의당에 입당한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
어쩌면 여의도 정치권이 명망가 중심의 정치에서 벗어나 ‘풀뿌리 당원’ 중심으로 이동하는 계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모쪼록 ‘7공화국’의 밀알이 되기 위해 거대한 제1야당의 울타리를 벗어나 찬바람이 휘몰아치는 ‘원내 3당’으로 기꺼이 자리를 옮긴 풀뿌리 당원들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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