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 고하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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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정치권 안팎에서 제기되는 개헌론에 대해 “지금은 개헌을 논의할 때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문 전 대표는 지난 3일 민주당 대선 경선후보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첫 토론회에서 ‘개헌논의 불가’ 입장을 이같이 재확인했다. 정부 형태에 대해서도 “4년 중임대통령제를 지지한다”고 못 박았다.
이는 여야 각 당은 물론 민주당내 비문(비문재인)계 의원들의 생각과도 동떨어진 것이어서 고개를 갸웃거리지 않을 수 없다.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씨가 연관된 '비선실세 국정농단' 파문,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라는 것은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것이다.
따라서 정치권에선 특정 개인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대통령 중심제에서 ‘분권형 대통령제’로 헌법을 바꿔야 한다는 폭넓은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특히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는 정계복귀를 선언하면서 ‘제 7공화국’ 시대를 열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당초 개헌논의를 거부했던 안희정 충남지사마저 “현재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 중앙집권의 폐해를 극복하기 위한 효율적 시스템을 만들자는 논의는 거부할 수 없다”며 말을 바꿨다. 이재명 성남시장도 개헌에 대해선 찬성입장이다. 민주당 유력 대선주자들 가운데 문재인만 유독 개헌반대, 제왕적대통령제를 고집하고 있는 셈이다.
한마디로 분권형 개헌이 대세가 되었다는 뜻이다.
결국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은 국민의 뜻에 따라 ‘분권형 개헌’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그런데도 유독 친문 패권세력이 장악하고 있는 민주당은 요지부동이다.
결국 참다못해 민주당 내 비문계 의원들이 들고 일어섰다.
실제 민주당 개헌파 의원 34명은 최근 국회에서 워크숍을 열어 “당 지도부에 개헌에 대한 입장을 빨리 밝히도록 요구해야 한다”며 “대선주자들도 개헌 로드맵을 신속하게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유력 대선주자로 개헌에 소극적인 문재인 전 대표를 겨냥한 것이다.
그러자 한바탕 난리가 났다.
이들 민주당 개헌파의원들이 문재인 전 대표의 지지자 등으로부터 문자 폭탄에 시달리는 기괴한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실제로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문 전 대표에게 ‘더 이상 질질끌지 말고 개헌에 대한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했다는 이유로 ‘문재인이 권력 잡는 게 배 아프냐’, ‘자유한국당 2중대’라는 등의 문자에 시달리고 있다.
또 한 인터넷 사이트에는 민주당 개헌파 의원 30여명의 이름과 사진, 심지어 ‘반문질(문재인에 반대하는 행동)’의 횟수와 순위 등이 올라와 있다. 물론 이들이 집중공격 대상에 올라 있음은 두말할 나위조차 없다.
사실 이런 일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들 민주당 개헌파 의원들은 지난달에도 자당 연구원이 만든 ‘개헌저지전략보고서’의 편파성을 비판했다가 문자폭탄을 받은 바 있다. 참다못한 당내 개헌파 의원들은 결국 ‘문자 폭탄’에 대해 지도부가 고발 조치해 줄 것을 강력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이런 사태가 발생하게 된 근본 원인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사실 “이게 나라냐”라며 나라의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달라는 국민의 요구를 수용해 ‘제 7공화국’ 개헌을 추진하겠다고 밝히기만 하면 되는 일이다. 그걸 반대하니 문제가 되는 것이다. 아마도 자신이 ‘제왕적대통령’이 되겠다는 욕심 때문에 ‘분권형 개헌’을 수용하기 어려울 것이다. 특히 그가 황제와 같은 권한을 지닌 대통령이 되어야만 자신이 더 큰 떡고물을 받아먹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주변 인사들의 부추김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 설사 황제와 같은 대통령이 되더라도 박근혜 대통령처럼 ‘게이트’ 한방에 무너진다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국가의 미래와 국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해서라도 ‘제왕적대통령’이 되겠다는 환상을 내려놓고, 새로운 ‘제7공화국’ 시대를 열어나가는 일에 적극 동참해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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