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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 경선 룰 태스크포스(TF) 팀장을 맡고 있는 이용호 의원이 7일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의 탈당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국민의당 주자들이 ‘경선 룰’을 가지고 치킨게임을 계속하는 것은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이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각 대선주자를 모두 만족시킬 지고지순한 ‘경선 룰’은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서로 양보하고 타협해서 합리적인 안을 도출해 달라"고 요구했다.
현재 국민의당은 경선 룰을 둘러싸고 안철수 전 국민의당 공동대표와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가 갈등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 쪽은 ‘편법’을 동원하자는 입장이고, 한 쪽은 ‘원칙’을 지키자는 입장이다.
그런데 국민의당이 이들을 향해 ‘치킨게임’을 하고 있다면서 서로 양보하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국민의당의 이 같은 요구는 대단히 잘못된 것이다.
‘원칙’을 지키려는 사람에게 ‘편법’을 동원하려는 사람과 적당히 타협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대단히 모욕적인 행위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상식으로 ‘선거의 4원칙’이라는 게 있다. 보통선거, 평등선거, 직접선거, 비밀선거의 네 가지 원칙을 말하는 것이다.
보통선거는 일정한 연령에 달하면 어떤 조건에 따른 제한이 없이 선거권을 주는 제도이며, 평등선거는 투표의 가치에 차등을 두지 않는 제도를 말한다. 직접선거는 선거권자가 대리인을 거치지 않고 자신이 직접 투표 장소에 나가 투표하는 제도를 말하며, 비밀선거는 투표자가 누구에게 투표했는지 알 수 없게 하는 제도이다.
손학규 전 대표는 당내 경선도 선거인만큼, 바로 이런 선거의 ‘기본원칙’을 지키자는 것이다.
그런데 안철수 전 대표는 이런 선거의 기본 원칙을 깡그리 무시하고 ‘편법’을 쓰자는 입장이다. 현장투표 대신 여론조사를 하자는 것 역시 ‘편법’이다.
대체, 경선에서 선거의 기본원칙을 지키지 않고 편법을 써도 된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혹시 안철수는 ‘경선은 선거가 아니기 때문에 아무렇게나 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그건 아닌 것 같다. 실제 안철수는 전날 “경선도 선거니까 공정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 왜, ‘경선도 선거’라면서 전 세계에서 그 어느 국가도 실시하지 않는 ‘여론조사’ 선거를 하지는 것일까?
안철수는 “우리가 대선에서 이기는 것이 목적이지 않나. 그것을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한마디로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 ‘편법’을 쓸 수밖에 없다는 주장인 셈이다.
그러나 정말 ‘여론조사’ 경선을 실시하면 본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 것일까?
우선 당장 지금 실시되고 있는 각종 여론조사가 정확하게 현실을 반영하고 있기나 한 것일까?
아니다. 현재 여론조사의 응답률은 10% 안팎에 불과하다. 침묵하고 있는 90% 안팎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다.
안철수 역시 현재의 여론조사가 정확하지 않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안철수와 문재인 가상대결에서 안철수는 문재인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 적게는 10%대에서 많게는 20%대까지 밀리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안철수는 공공연하게 “문재인의 대결에서 이길 자신이 있다”고 큰소리 치고 있다.
왜 그럴까?
현재의 여론조사를 믿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바로 그런 여론조사를 국민의당 경선에서 실시하자고 하니 고개를 갸웃거리지 않을 수 없다.
안철수는 한 때 ‘새 정치’를 부르짖던 사람이다. 그가 말한 ‘새 정치’라는 게 대선 승리를 위해서라면 ‘선거의 기본원칙’을 훼손하고 ‘편법’을 써도 무방하다는 것이라면 실망이다.
거듭 말하지만 경선룰은 대선주자들 간의 유.불리 문제가 아니라, ‘원칙’이냐 ‘편법’이냐를 선택하는 중요한 문제다. 다른 정당이 모두 ‘편법’을 쓰기 때문에 우리 역시 그렇게 해도 괜찮다는 안일한 생각은 접어야 한다. 국민의당은 거대한 양당체제의 기득권 틀을 깨고 국민에게 새로운 희망을 안겨준 정당이기 때문에 달라야 한다. 부디 ‘원칙’을 지키고도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을 국민에게 보여주기 바란다.
당 지도부 역시 경선룰 문제를 이런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이건 치킨게임이 아니다. ‘원칙’을 지킬 것이냐, 아니면 ‘편법’을 동원할 것이냐 하는 선택의 문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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