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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가 여야 각 정당의 ‘러브콜’을 뒤로 하고 사실상 ‘미니정당’에 불과한 국민의당을 선택했다.
비록 규모는 크지 않지만 거대 양당의 패권세력에 맞서 새로운 정치를 펼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최근 국민의당 경선룰 협상에 나타난 안철수 전 대표의 모습은 기대이하다. 경선룰에 여론조사를 반영하자고 어린아이처럼 떼쓰는 모습에 실망했다.
사실 안철수 전 대표 본인도 여론조사 결과가 현실과 맞지 않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실제 그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대선후보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인 바 있다.
그는 ‘최근 일부 언론들의 대선후보 여론조사 결과 발표에서 지지율이 정체 상태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에 “최근 발표되고 있는 여론조사 결과는 맞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그 이유에 대해 “대한민국 국민 4500만명 중 여론조사에 응답하는 사람은 300만명 정도밖에 안 된다”며 “이 같은 샘플 조사 결과가 맞을 수 있겠느냐. 그래서 여론조사 결과를 신뢰하지 않는 것”이라고 상세하게 설명했다.
맞는 말이다. 여론조사는 응답률이 매우 저조하기 때문에 민심을 정확하게 반영할 수 없다. 여론조사의 정확도를 높이려면 응답률이 최소한 50%는 돼야 하는데 그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왜, 본인 스스로 그렇게 ‘신뢰하지 않는다’고 말한 여론조사 경선을 고집하는가.
단지 그것이 자신이 유리하기 때문이라면 그것은 안철수답지 못한 것이다. 그래서 실망이다.
말이야 바른말이지 선거의 4원칙을 준수하는 ‘현장투표’를 한다고 하더라도 손학규 전 대표가 국민의당에서 안철수 전 대표를 이긴다는 보장은 없다. 안 전 대표가 만든 정당이고, 안 전 대표의 측근들이 두루 포진해 있는 탓이다.
손 전 대표가 ‘현장투표’를 제안 한 것은 그것이 승리를 담보해서가 아니다. 단지 그것이 선거의 기본 원칙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원칙’을 훼손하는 ‘반칙’ 세력이 승리하는 일이 정치권에서 더 이상 발생해서는 안 된다는 소신에 따라 ‘현장투표’를 제안했을 뿐이다.
그런데 이를 거부한다면, 그리고 그런 억지가 국민의당에서 통한다면 그 정당은 희망이 없다.
그것은 더불어민주당이 ‘친문패권정당’이듯이 국민의당인 ‘친안패권정당’임을 입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럴 바에야 차라리 그 좁은 울타리를 벗어나 ‘새로운 빅텐트’를 치는 방안을 모색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지금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가 탈당한 마당이다. 그런 김 전 대표가 탈당에 앞서 손 전 대표를 만났다면, 이미 두 사람 사이에는 ‘개혁연대’에 대한 교감이 상당부분 이뤄졌을 것이다.
손 전 대표가 이날 비박(비박근혜)·비문(비문재인) 세력을 규합, 국회 의석 180~200석의 비패권 연립정부를 추진하겠다는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했다.
민주당 비문계 이탈세력과 국민의당, 바른정당, 정운찬 전 국무총리와 정의화 전 국회의장 등 개혁적 보수세력 등에 한국당 내 개헌 및 개혁 동조세력까지 규합해 ‘반패권 연정’을 이룸으로써 대선에서 승리하고 개혁과 개헌을 완수하겠다는 것이다.
김 전 대표 역시 같은 날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180석 이상의 의원들을 규합할 수 있는 그런 혁신체제, 협치체제를 갖추지 않으면 다음 정권은 성공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미 두 사람 사이에는 ‘비패권 연대’에 대한 구상이 상당부분 진척됐을 것이란 추측이 가능한 대목이다.
게다가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도 '개헌·비패권주의 연대'의 고리 역할을 자임하고 나선 마당이다. 따라서 ‘비패권연대’의 큰 그림이 그려지는 건 시간문제다.
그런데 안철수 전 대표가 문제다.
이상돈 국민의당 의원은 전날 YTN라디오 <신율의 출발새아침>과의 인터뷰에서 “국민의당 바른정당 두 당과 민주당에서 김종인 전 대표에 공감하는 의원들 적어도 10명 정도 있으니까 합치면 거의 100명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의원은 “무엇보다도 변수는 국민의당의 경선”이라며 “손학규 전 대표는 적극적이지만 안철수 전 대표는 그렇지 않다. 이대로 선거하게 되면 이른바 (문재인) 대세론이 우세한 게 아니겠느냐”고 우려했다.
그렇다면 손 전 대표는 ‘새로운 빅텐트’의 배수진을 치고, “경선룰에 여론조사라는 반칙을 수용할 수 없다”는 보다 확실한 메시를 당에 전달하는 건 어떨까?
그나저나 박지원 대표는 정말 한심한 사람이다. ‘원칙’을 말하는 사람에게 ‘반칙’의 비율을 가지고 “양보” 운운하는 걸 보면, 아무래도 이 사람의 정치 인생은 ‘원칙’보다는 ‘반칙’이 더 많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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