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 없는 개혁은 거짓이다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17-03-12 11:5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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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최고의 개혁은 개헌이다. 따라서 개헌 없이 개혁을 하겠다는 것은 어디까지 말장난에 불과한 새빨간 거짓말이다.

사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계기로 이른바 ‘제왕적대통령제’라 불리는 6공화국체제의 ‘적폐’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대통령이 국민 위에 군림하는 제왕적대통령제는 필연적으로 경제, 사회, 문화를 정치에 예속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헌법재판소는 박 전 대통령이 재단법인 미르와 K스포츠 설립, 최서원(최순실)의 이권 개입에 직·간접적으로 도움을 줬다고 판단했다.

실제 대기업들은 미르에 486억 원, K스포츠에 288억 원을 출연했지만 임직원 임면, 사업 추진, 자금 집행 등에 관여하지 못했다. 또 대통령은 최순실의 요청에 따라 현대자동차, KT 등 대기업으로부터 광고 용역 계약을 따내고 최순실의 사익 추구를 지원했다. 이 과정에서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 등은 부패범죄 혐의로 구속됐다. 현재의 제왕적대통령제 헌법을 바꾸지 않는 한 이런 정경유착의 폐단을 끊어낼 수가 없다.

문화도 마찬가지다. 이번에 이른바 ‘블랙리스트’라는 게 문제가 됐는데 역시 제왕적대통령제의 적폐 가운데 하나다. 이런 일들로 인해 국론이 분열되고 국민이 ‘촛불집회’와 ‘태극기집회’로 나뉘어 갈등을 빚게 되는 것이다.

이런 일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하려면,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가 정계복귀 일성으로 토해낸 ‘제 7공화국’ 체제로 나아가야만 한다.

즉 대통령에게 권한이 과도하게 집중되는 제왕적대통령제를 국민주권이 강화되는 체제로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에 대해선 정치권에서도 상당한 공감대가 형성 돼 있다.

실제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 3당은 이번주 초 '대선 전 개헌'을 위한 실무작업에 본격 착수할 예정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대선이 두 달 앞으로 다가옴에 따라 3당은 단일 헌법개정안 마련에 박차를 가하고 나선 것이다.

개헌의 핵심인 권력구조 개편에 대해서는 3당이 공통적으로 '분권형 대통령제'를 제시한 만큼 내용 면에서는 이견이 크지 않은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 내 30여명의 개헌파 의원들도 분권형 개헌에 대해선 동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조기대선으로 마치 대통령이 다 된 것처럼 행세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반대 입장을 표하고 있다. 개헌은 대선 이후에 해도 늦지 않다는 것이다.

여기에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힘을 실어주고 있다. 안 전 대표 역시 문 전 대표와 마찬가지로 최소한의 국민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는 이유를 들어 개헌시기를 지방선거 시점으로 못 박고 있다.

그러면서도 문 전 대표와 안 전 대표 모두 ‘적폐 해소’를 주장하는 모순을 보이고 있다.

앞서 지적했듯이 최고의 개혁은 개헌이다. 따라서 적폐해소를 실천하는 최고의 방법은 개헌이다. 그런데 개헌은 나중에 하자고 하면서 ‘개혁’을 하겠다거나 ‘적폐해소’를 하겠다고 떠벌리고 있으니 그 진정성에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최근 민주당을 탈당한 김종인 전 대표는 문재인, 안철수 전 대표의 ‘대선 후 개헌’ 주장에 “대통령 당선되면 개헌 하겠다는 건 개헌 안하겠다는 이야기”라고 지적했고, 손학규 전 대표 역시 “어느 얼빠진 사람이 대통령에 당선 된 후 개헌을 하겠느냐”고 쏘아붙였다.

그런데 문재인 전 대표야 그렇다고 하더라도 안철수 전 대표까지 대선전 개헌에 부정적인 태도를 취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도무지 모르겠다.

물론 국민의당은 공식적으로는 가급적 대선 전 개헌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당의 유력 대선주자인 안철수 전 대표가 부정적이어서 개헌안 발의조차 어려울 수 있다. 한국당(94석)과 바른정당(32석) 소속 의원이 모두 참여하더라도 개헌안 발의에 필요한 재적의원 과반(150석 이상)에 24명이 모자라는 탓이다. 제2의 박근혜 탄생을 막기 위해서라도 개헌은 반드시 필요한데 정말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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