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쉽다, 손학규!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17-04-30 11:5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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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한때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양강구도를 형성하던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이 지난 11일 최고점을 찍은 이후 연일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에 국민의당 지지자들 사이에선 “아쉽다, 손학규!”라는 한탄의 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실제 30일 공개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안 후보의 지지율 하락세가 뚜렷하다. 반면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의 지지율 상승세가 가파르게 나타나고 있다.

CBS노컷뉴스가 여론조사 전문업체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 27~29일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1523명으로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문 후보의 지지율은 42.6%, 안 후보는 20.9%로 나타났다. 두 후보 간 격차가 무려 두배 이상 벌어진 것이다. 반면 홍 후보는 3.7%포인트 상승한 16.7%로, 안 후보와 격차를 오차범위 이내로 크게 좁혔다.

‘문재인-안철수 양강구도’가 이제는 문재인 독주체제에 ‘안철수-홍준표 2중구도’로 재편된 것이다. (이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5%포인트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난 것일까?

대체 안 후보의 지지율이 최고점을 찍었던 11일 이후에 무슨 일이 있었기에 상승세를 타던 그의 지지율이 하락세로 돌아선 것일까?

바로 그 다음날, 그러니까 12일에 국민의당은 ‘박지원-손학규 투톱’ 체제의 선대위 구성을 발표했다. 이게 화근이다. 홍준표 후보의 ‘안찍박(안철수를 찍으면 박지원이 상왕된다)’이라는 논리가 이때부터 적극적으로 ‘샤이보수’층의 마음을 파고들었고, 그들의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만일 국민의당 경선에서 손학규 상임선대위원장이 당선되었더라면, 이런 황당한 논리가 나오지 않았을 것이란 점에서 아쉬움을 토로하게 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안철수 후보의 TV토론회에 대한 실망이다.

유인태 민주당 전 의원은 안철수 후보가 TV토론회로 치명타를 입었다고 단정하기도 했다.

실제 유 전 의원은 "안철수 후보가 '갑철수'나 'MB 아바타'를 거론하며 칭얼대는 듯한 모습은 '셀프 디스(자가 비난)' 이상이었다"며 "혹자는 '징징댄다'고 하던데, 회복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런데 안철수가 아니라 손학규가 TV토론회에 나섰다면 그런 모습은 보이지 않았을 것이란 점에서 아쉽다는 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보다 결정적인 것은 손학규의 연대론과 안철수의 자강론이 승부를 결정짓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선거일을 열흘도 채 남겨두지 않은 5.9대통령선거의 승패는 ‘샤이보수’의 선택에 달렸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샤이보수가 갈 곳을 잃고 방황했으나 안철수 후보가 경선에서 승리한 후 이들의 표심을 흡수하면서 지지율이 급등, 한때 문 후보와 양강구도를 형성하기도 했다.

하지만 국민의당이 ‘박지원-손학규 투톱 선대위’를 공식발표한 날부터 샤이보수가 돌아서기 시작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손학규 선대위원장이 바른정당과의 연대 필요성을 제기하기도 했으나 ‘자강론’을 주장하는 박지원 대표의 반대로 실질적 결과물을 만들어 내지는 못했고, 이에 따라 샤이보수가 다시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 쪽으로 돌아서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만일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연대했더라면, 상황은 지금과 달라졌을 것이란 점에서 ‘아쉽다, 손학규!’라는 한탄이 터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국민의당 자강론자들은 현재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의 5% 안팎에 불과한 낮은 지지율 때문에 연대하더라도 효과는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그것은 정말 어리석은 판단이다. DJP 연합 당시 JP 지지율은 3%대에 불과했지만 그 시너지 효과는 매우 컸다.

그러나 이제 와서 후회한들 무슨 소용 있겠는가.

앞으로가 중요하다. 아직도 숨어 있는 샤이보수 표심이 20%가량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들의 표심을 사로잡을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면 다시 한 번 판세를 뒤집을 수도 있다.

설사 판세를 뒤집지 못해 대선에서 패배하더라도 내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당이 몰락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5.9 대선 이후가 더욱 중요할지도 모른다.

대선 이후에라도 친박-친문 패권세력에 맞서는 ‘바른국민의당’(바른정당과 국민의당 합당)이 만들어 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물론 그 선장을 누가 맡느냐 하는 문제 역시 중요한 문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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